<소원을 말해줘>,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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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에서도 스포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책의 띠지를 빼고, 뒷면에도 전혀 눈을 두지 않고 책을 먼저 확 펼쳐서 책을 보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표지에서 느끼지 못했던 음울하고, 섬짓하고, 파충류의 살갗이 닿을 때의 그런 차가운 느낌이 이 책 속에 들어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어서 더 쫄깃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봤던 책!
일일 드라마 한 회차를 끝내는 것처럼 한 챕터를 끊어 놓으신 작가님 덕분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 뒤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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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를 원래 꽤 좋아하는 편인데,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신기하고 비현실적인 게 가득한 공간에서 상상력을 마구 키울 수 있기때문이고, 그 허구 안에서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어서, 그리고 그게 판타지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였다.
근데 요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SF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때 아주 비현실적인 소재와 내용 안에서 어쩐지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그 상상력 가득한 공간이 어쩐지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있어서 오히려 현실을 더 일깨워주고, 지금 내가 사는 사회를 더 생각하게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는데, 책을 읽는 내게 자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 어떤 질문들이 나올까를 혼자 상상하게 만들었다. 허물은 현실세계의 무엇과 비슷할까, 뱀은?, 그럼 그 뱀을 지키려고하는 사육사는 무슨 이유로 그러한 행동을 할까?
솔직히 아직 답이 확실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문학에 답은 없는 거니까!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만 너무나도 현실과 같은 걸음을 걸어가고 있는 이야기들이, 책 안에 스며들게도 또, 책 밖으로 나와 생각하게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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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p.71
✍🏻환상은 스스로 몸을 부풀려 엉뚱한 괴물이 될 수도 있어. -p.196
✍🏻허물은 삶의 결을 지녔다. 아무리 흉하고 더럽다해도 제 몸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p.220
✍🏻몸을 녹이기엔 모자랐지만 살아 있는 한 사그라지지 않을 온기였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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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심장 쫄깃하게 집중하며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읽다가 띠용하는 지점들이 몇몇 있었다는 거? 뭔가 이야기가 탄탄하게 진행된다 싶었는데 갑자기 진행되고, 탄탄하다가 갑자기 진행되고 이런 점들에서 잠깐 뭐지? 싶었다.
그리고 사육사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돼서 너무 좋았는데 척의 비중이 점점 늘어간 것도 아주 개인적인 느낌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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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심장 쫄깃하게 집중하며 봤던 책이면서 비현실성 안에서 현실을 찾게 해준 책이었고, 무엇보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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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마지막 말에 원래 이 책 제목이 <롱롱> 이었다는데 ‘롱롱’ 이었어도 너무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왜냐면 이 책 읽으러 갈 때 저도 모르게 ‘롱롱이 읽으러 가야지!!!!!!!’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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