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으름 예찬>, 로버트 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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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게으르다’ 라는 말은 대개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제목부터 #게으름예찬 이라니! 틈날 때마다 게으른 시간을 누리지만 일말을 가책 또한 함께 가지고 있던 내게 그 당위까지 찾을 수 있게 해줄 것만 같은 책이었다.
거기에 게으름에 대한 여러가지 시각도 나와있어 흥미로웠고 그래서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 역시 게으름은 필요한거야! 하며 열심히 게으름 피우며 즐겁게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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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매일 아침 그들 앞에 열리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방을” 고된 일을 하지 않고도 양심의 가택 없이 수월하게 채워나간다. -p.14
/습관의 구속은 종종 마음의 영원한 구속이 된다. -p.19
/다른 수많은 사상가 역시, 게으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라기보다는 어떤 것이든 할 자유로 표현했다. -p.26
/”살면서 뭔가를 한다는 건 사실 아무 소용이 없어. 왜냐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끝나거든 ••• 그러고 나면 사후경직이 시작되지.”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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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어떻게 하면 가장 게으르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낮잠이다! 실제로도 낮잠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가끔 아, 내가 너무 시간을 버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 이탈이아에 다녀오고 나서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거기는 아예 오후 1시에서 4시까지가 공식적인 낮잠시간인걸! 거의 대부분의 식당, 가게가 그때 문을 닫고 5시쯤 돼야 슬슬 열기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8시가 되면 닫는 걸 보고 처음엔 솔직히 불편했다. 그 시간에 이용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곧 적응돼서 영업시간에 맞춰가면 되는 거고, 어차피 더워서 사람들도 잘 나오지 않는 시간대니까 닫는 게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아마 그곳에서는 그 시간동안 문을 닫는게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고, 전혀 ‘게을러’ 보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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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자유의 시간은 우리네 할아버지 시절보다 더욱 줄어들었다(예상했겠지만 이탈리아는 예외다).-p.12
/로마인의 정오는 여섯번째 시간으로 불렸고, 여기서 정오의 휴식 또는 낮잠을 뜻하는 스페인어 시에스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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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여기까지는 그래, 역시 게으른게 최고야! 늘 새로워! 짜릿해! 이런 느낌이었지만 중후반을 넘어갈 수록 약간 내게 따뜻한 프라푸치노를 바라시는 것 같았다. 가끔 내 기준 띠용한 것도 있었고, 그래서 역시 이런 책에서 모든 게 나와 같을 수 없고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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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단정하되 지나치게 깔끔하지 않고, 덧없음과 미루어진 성취를 기뻐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실내에서 더욱 편안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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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솔직히 저자의 게으른 시간을 보내는 여가활동은 내 기준 막 정말 미친듯이 게을러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가를 여가로써 즐기려면 촘촘한 시간을 벗어나 마음껏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게으른’ 시간을 이용하는게 좋고, 그 시간 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내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서에 대한 문장도 너무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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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독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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