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일기>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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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핑퐁핑퐁한 책이었다. 어렵기도 하면서 좋고, 좋으면서도 어렵고.
고무줄 양쪽에 어려움과 좋음이 있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어려움이 이겼지만, 그 반동에 좋음이 어려움 1cm 옆까지 착 붙은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한 시절은 이렇게 흘러갔구나 엿보는 것 같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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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무래도 책에서 큰 줄기를 차지한다고 느껴지던 세월호 관련 부분이었다.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세월이 약이 되겠지 같은 말들이 통하는 항목이 있는 반면, 오히려 시간의 골짜기 속에 갇혀 하염없이 바닥으로, 바닥으로, 밑바닥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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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이처럼 모두가 쇼크, 부인, 분노, 회상과 우울증의 단계를 밟았다면 이제는 사뢰적으로 용서와 수용, 재출발의 단계로 나아가는 게 마땅하다. 이 용서와 수용으로 향하는 첫 단계는 진상 규명이다.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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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세월호 뿐 아니라 여러 국가적 차원의 일들에 진상규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미 제 갈 길 바삐 가고 있는 시간에게 모든 문제 해결! 이라는 짐을 얹어주며 기대지 말고. 그 바빠 움직이는 시간을 바라보면서도 홀로 고장난 시계 앞에서 그 순간에 멈춰있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제 갈 길 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 같으나 어느 순간 또 다시 고장난 시계 앞으로 쳇바퀴를 돌 듯 돌아오는 사람들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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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남은 삶은 계속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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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개인적으로 인용문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는 작가의 생각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인용이 꽤 많이 나왔음에도 인용이 많다는 느낌보다 글 속에 스며들어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소개 된 여러 책을 보고있자니, 책을 읽을 수록 더 책을 읽고 싶은 것은 아마 읽고 있는 책에 읽었던 다른 책이 나오면 이래서 책을 읽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렇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나오면 그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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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앞 내용에서 예상치못하게 갑자기 전자책 이야기가 나온 부분에서,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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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지지 못한 꿈은 소설이 될 테니까.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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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_안 그래도 시절일기를 쭉 읽으며 계속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릉드릉 들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기 전 김연수 작가님 작품이라곤 단편 하나 읽어본 내게, 이 책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마지막의 짧은 단편 소설이었다.
마치 처음 간 카페에서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로 받은 디저트가 짝짝짝짝짝하고 그칠 줄 모르는 내적박수를 일으킨 느낌이랄까! 게다가 짝짝 박수를 치던 내적 손을 마지막엔 아주 꽉 잡아주셨다. 에세이 보다가 소설까지 영업 당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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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영원히 하지만 계속된다는 거지.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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