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1_원래 그림자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고, 나한테 그림자가 있다는 걸 인식하며 다니지도 않았는데 이 책을 알게되고 그림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다보니 종종 내 그림자를 눈여겨보게 됐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숨쉬는 걸 인식하게 되면 뭔가 부자연스러워지듯이 그림자를 다르게 바라보니, 뭔가 기묘해보였다.
만약에 내가 오른손을 들었는데 내 그림자는 왼손을 든다면..? 약간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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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책을 읽기 전에 그림자가 없으면 그늘로 다니면 되지않나? 아주 쉽게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렇게 쉽게 생각할 건 아니었다.
햇빛에 당당히 나갈 수 없고 그늘에만 머물러야하는 삶, 뭇사람들과 같이 햇빛 안에서 살아가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그림자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삶.
그림자 하나 없어진다고 내 삶을 살지 못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림자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까딱 잘못하면 전부를 날려버릴 수 있는 존재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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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그리고 이 책에 나온 ‘회색 옷을 입은 남자’ 를 내가 만났다면, 가장 빨리 영혼까지 뺏긴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아마 그 제안을 받자마자 ‘네! 다시 주세요! 드릴게요!’ 했을 것 같은게 눈 앞에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 진짜 일어난 일도 아닌데 왠지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아닌 거 같아서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실제였다면 내가 후회하건 말건 이미 내 영혼은 빠이빠이다!
섣부른 선택이 생각보다 참담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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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어쩌면 이 책은 우리가 무가치하다고 생각한 것의 가치를, 가치있다고 생각한 것의 무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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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숨소리도 내지 않았지. 자네는 죽어 있었던 거야. -p.35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있는 이에게 날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p.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