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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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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내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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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이 됐다. 소설을 읽을 때면 그 소설 속의 세계와 나의 거리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 느껴질때도 있고, 몇 발짝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물론 둘 사이에 좋고 나쁨은 없다.)
이 책의 경우에는 한 열 걸음 쯤 뒤에서 보고있는 느낌이었다. 아마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가 한 몫한 거 같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엄청 막장인거 같은데 뭔가 문체가 너무 담담하고 침착한 느낌이라서 막장 느낌이 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불륜이 난무하는 이야기지만 불륜 보다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 더 집중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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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파쿤도는 좀 많이 너무했다. 나이차를 몰랐을 때는 이 책 속의 다른 불륜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지만 서른 다섯살 차이요..? 진짜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읽은 소설 중에 가장 나이차이가 많이 났던 거 같고! 게다가 아래 대목에서 둘이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파쿤도가 혹은 그 상대방이(혹시 스포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리뷰에서는 한 쪽 이름만 밝힘) 서로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가 아닌 ‘그루밍성폭력’ 이 갑자기 생각났다. 아 너무 멀리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너무 큰 나이차이하며 상대방을 결국 고립되게 했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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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란다. 어느샌가 내 곁에는 파쿤도만 있었다. 기댈 수 있는 사람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도 오직 파쿤도 뿐이다.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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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며 사랑에 대한 여러 의문이 떠올랐다. 사랑은 아름다운가? 사랑은 아름다워야하나? 사랑은 꼭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은 건 사랑이 아닌가?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 사랑이 아닌, 변질된 것인가?
사실 의문이 떠올랐을 뿐 이렇다 할 답은 아직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는 ‘이건 사랑이아니야, 이건 아름답지 않은 사랑이야’ 할 수 있는 내용에서도 꽤 많은 문장들이 그 부분만 보면 ‘아름다운 사랑이야’ 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좋았다.
첫 에쿠니 가오리 책이었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책들도 보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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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을 수 있는 시간은 30분도 채 안 된다. 그래도 우리는 그 30분을 영원처럼 쓸 수 있다. 일초 일초 의미를 지니고 일초 일초 사랑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시간이 당밀처럼 천천히 떨어진다. 진짜 시간. -p.78
/문득 사와코는 다쓰야와 함께한 나날을 ㅡ 아니, 이 나라에서의 기억 모두를 ㅡ 자신이 이미 과거로서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났을 때처럼. -p.175
/하지만 신기하게도,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은 순간부터 세상이 다시 살아 숨 쉬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나는 고개를 젖히고 그 빗방울을 맞았다. 그렇게 가만히 서서, 방금 전에 들은 파쿤도의 목소리를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뜨리고 싶었다. -p.177
/목소리에는 숨기려야 숨길 수 없눈 환희와 수줍음이 묻어나고, 마주 보는 동안에는 침묵이 숨 쉬고,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키들거리는 웃음의 2중주뿐만 아니라 손의 움직임, 고갯짓, 눈 깜빡임 하나하나까지 의미을 지기 되다 보니 결국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춤을 추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p.180
/인생은 레고와 같은 거니까, 견고하게 완성했다 싶어도 까짓것 금세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 -p.217
/그 어떤 것도 전부는 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전부가 될 수도 있다. -p.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