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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 최대환
1_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이라는 제목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보자마자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는 사실 한번도 뵌 적도 없을 뿐아니라 말소리 한음절조차 들은 적이 없지만 작가님이신 최대환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좋았다. 아마 담담하게 말하는 듯한 문체가 아니었다면 이 제목에는 조금 아쉬웠을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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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프롤로그/작가의 말 과 에필로그를 읽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만큼 프롤로그/작가의 말에서부터 너무 좋다! 하는 책도 많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너무 좋았어서 에필로그까지 다 읽은 후 처음의 프롤로그를 다시 읽었다.
최대환 신부님은 프롤로그에서 30대의 한 젊은 신부(사진 속 최대환 신부님)에게, 아버지께, 그리고 선배 신부님께, “이제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말하시려고 했던 것을.” 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하신다.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알겠다고 말하려면 당연히 듣는 것이 선행되어야하지만 이 당연한 듣는 것이 사실 종종 말하는 것보다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면에서 왠지 최대환 신부님은 ‘듣기’를 잘 하실 것 같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의 듣기 뿐아니라 음악, 영화, 책, 그림 등 귀로 명확하게 들리는 것이든 아니든, 형체가 존재하는 사물이든 아니든, 그 속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고 생각하시는 분 일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넓은 영역에서 깊은 사고를 하시는 신부님의 글을 보며(라고 쓰지만 사실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며라고 쓰고 싶다. 이 책은 왠지 보는 책보다 듣는 책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멋진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과 나도 이렇게 견문을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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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를 읽고나서는 나 혼자 속으로 유레카! 를 외쳤다. 처음 봤을 때부터 왜 표지를 보면 뭔가 기분이 좋아지지? 했고, 책을 읽다가도 또 책을 읽을수록 표지의 의미가 뭘까, 표지의 그림? 사진?이 뭘 나타내는 걸까, 혹시 저 중에 한 분이 최대환 신부님이신걸까 혼자 여러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딱 밝혀진 부분이 에필로그였다! 알고보니 더 멋지게 보였던 표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의 에필로그 끝까지 꼭 봐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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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 이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부분이 아무래도 저자가 신부님이시니까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강하게 느껴지면 어쩌나였는데 다행히 종교적 색채가 너무 강해서 튀는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글에 종교가 스며들어있는 느낌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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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 다행히 음악 쪽은 거의 알고있는 음악인데다가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있었어서 이해하고 느끼는데 무리가 없었지만 영화, 책 등 최대환 신부님의 넓은 견문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안 본 영화, 책이 대부분이었어서 꼭 하나씩 다 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영화 <더포스트> 와 <굿바이 칠드런>은 꼭 보고 싶다.
아직 책 안에 있는 것들 중에 접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이 책은 ‘다시 읽을 책 목록’ 에 넣어놓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 나중에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생각이 변할지도 궁금하고, 생각이 ‘지금’ 과 다르게 변한 ‘내’가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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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되풀이하며 수행하는 것은 사실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흔적을 세상 안에 새기는 것이며, 세상을 만들어가는 방법인 것입니다. -p.78~79
/누구나 여름에 여행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로의 여행, 일상의 참 의미를 찾는 여정이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나의 일상과 애써 ‘낯설어’지고 지금까지 욕망하고 바라던 것이 정말 의미 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절박하다는 것을 적어도 우리의 무의식이 알고, 신호를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p.114
/슬픔을 빗겨 가는 것이 아니라 그 한복판까지 내려가 애도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