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 우석훈

 

 

 

1_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막연한 궁금증이었다. 솔직히 왠만하면 회사를 가고 싶지는 않고 혹시라도 회사를 간다면 우리나라 회사는 가고 싶지 않았다. 아직 회사 문 앞은 커녕 회사의 ㅎ자에도 발을 들어보지 않은 내가 그저 여기저기서 듣거나 뉴스에서,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로 우리나라 회사를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좀 이상한 사회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물론 회사 생각이 없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고, 언젠가 회사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언젠가 회사를 차리게 될지도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나중에 회사에 들어간다면 거의 대부분 수직적인 구조의 회사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하며, 혹시 내가 CEO가 된다면 미래의 회사를 어떻게 하면 민주적인 회사로 만들 수 있을지 궁금했다.
⠀⠀⠀⠀⠀⠀⠀⠀⠀⠀⠀⠀⠀
이 책의 작가님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조직문화, 회사/직장 문화, 그리고 더 넘어서서 사회의 모습까지 아주 직설적으로 써내려가셨는데 읽으면서 ‘그렇지!’ 하고 맞장구 치면서 읽은 것들도 있고 #직장민주주의 가 정말 필요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_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읽으면서 작가님께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직장 민주주의’ 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갑질’ 이라는 말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는 말이 된 것처럼 ‘직장 민주주의’라는 말도 얼른 우리 사회에 정착시켜야할 것 같다.
해가 바뀌면서 점점 ‘군기’ 가 사라지고 있다는 학교에서도 수직적인 구조가 느껴지는데 회사에서는 얼마나 더 심할까.
⠀⠀⠀⠀⠀⠀⠀⠀⠀⠀⠀⠀⠀
‘관성’ 은 과학에서만 있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관성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과학의 관성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관성.
‘원래 하던 대로’ 를 바꾸려하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관성이 관습이 되고, 또 그게 악습이 되어버리는 사례를 많이 봐 왔고 앞으로도 많이 보게 될거 같은 불안한 예감이 있다.
이 책의 작가님이 말하듯이, 사실 직장 민주주의도 그냥 ‘하면 되는’ 일인데 새로운 것을 하기 힘들게하는 관성이 그리고 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들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누군가가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사회가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중요한 건 말의 힘, 그리고 글의 힘인 것 같다. 일단 말이 퍼지고 글이 퍼지면 그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언젠가 ‘직장 민주주의’ 가 더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이 흔한 말이 되기를,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에서 우리가 그리고 미래 세대가 일하게 되기를 바란다.
⠀⠀⠀⠀⠀⠀⠀⠀⠀⠀⠀⠀⠀
3_ 이 책의 3장에서는 젠더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여남간 임금 차이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반드시 고쳐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더 공감도 가고 이렇게까지 심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미국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이 지난 1년간 남성의 평균연봉과 같은 연봉을 받기 위해 여성이 추가로 일해야 하는 날짜를 계산해 제정 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미국에서 2017년에는 4월 4일이었다는데 이 책에 따르면 비슷한 기준으로 우리 나라에 적용해봤을 때 대체로 여름은 지나야 동일임금이 된다고 한다.
⠀⠀⠀⠀⠀⠀⠀⠀⠀⠀⠀⠀⠀⠀
그리고 4장에서는 오너리스크와 오너민주주의에 대해 나와있는데 정말 처음 들어본 직함이 있었다. ‘사외이사’! IMF 때 도입 된 이 사외이사 제도는 좋은 취지였으나 20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표현을 빌어오자면 ‘개판’이 됐다고 한다. 효율성과 투명성을 기대했던 제도가 부처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니, 원래 알지도 못했지만 알고나니 더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 회사에서는 감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사외이사 중 한 명이 감사위원회 위원장이 된다니 그렇게 됨으로써 항시 회사 안에서 감사하던 상근감사도 없어졌다니 이때까지 우리나라 회사들이 굴러가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 힘 없고 고생하던 사람들이 더 고생하며 쥐어짜내서 진작에 멈췄어야 하는 회사들이 굴러가는 게 아닐까.

 

5장에서는 사례들이 많이 나오면서 우리 직장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회사/기업이 나오는데 KBS, 아시아나, 병원, 학교 등 다양한 분야를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회사를 말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삼성도 당연히 있고, 이제 ‘카카오 공화국’ 소리가 들릴 정도로 커진 카카오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호칭 때문에 수평적으로 가기가 더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카카오에서는 영어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회사 내에서는 직급도 없고 정보운용도 수평적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직장 민주주의’가 지켜지는 회사인 것 같다. 서울우유도, 여행박사도 마찬가지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회사인 것 같은데 나중에 회사를 꼭 가야겠다면 정말 이런 곳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사실 나중에는 이렇게 ‘직장 민주주의’ 가 지켜지는 회사가 주류를 이루어서 좀 더 민주적인 회사를 고를 필요도 없이 그저 적성이나 연봉으로 회사를 고르고 싶다.

 

4_ 어쩌면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제목 때문에 회사에 다니고 있거나 다닐 예정인 사람들만 읽기 좋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회사 생각이 없는 데도 읽는 내내 느껴지는 바가 많았고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 살고, 우리나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딜 가든 한국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조직문화라던가 사회 풍조를 맞닥뜨리게 될텐데 그걸 생각하면 꼭 회사에 국한되어서 생각할 필요가 없고, 한국에 산다면 무슨 일을 하건 어딘가라도 조직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조직을 분명 상대하게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책의 독자는 우리나라 사회 속에서 사는 누구나 다 될 수 있을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