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 - 1녀 1견과 살며 배운 것들
김상아 지음 / 푸른숲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 올해 본 책 중에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따뜻하고, 가장 뭉클한 책 ♥

 

음악과 함께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는 잘 우는 편이지만 텍스트만 보면서는 잘 울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무참히 깨졌다.

첫 장 부터 내 눈물 버튼을 꾹꾹 누른 책은 처음이었다.

뭣 모르고 새벽에 보다가 펑펑 울고, 하지만 낮이라고 눈물이 안 나오지는 않아서 끝에 가서는 거의 오열하면서 봤다. 누가 보면 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듯.

 

 

각 장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일러스트가 이어지는데 그 일러스트마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간간이 들어있는 아이와 개의 사진들은 나도 모르게 보며 웃음짓게 만든다.

책의 첫 장 부터 마지막까지 따뜻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는 이 책은 정말 언제봐도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을 한껏 끌어올린 따뜻함을 내게 전해줄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엔 그저, 1녀 1견과 함께하는 꽁냥꽁냥 즐거운 일상들! 이런 느낌일거 같았는데 내 예상을 깨버렸다. 이 책은 돋아나는 새싹처럼 자라나고 있는 아이와 이제 나이 들어 말라가는 강아지의 그리고 그 둘을 지켜보며 같은 일상 속에 살고 있는 작가님이 기록한 이야기들이었다.

랜선집사 2n년 차지만 아직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이 없는 건 물론 아이도 없기 때문에 책 내용에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걱정 할 필요도 없이 공감이 너무 잘 됐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시는 분이라면 한 문장 한 문장에 끄덕끄덕 하며 볼 거 같고, 아이가 있는 분들도 내용에 완전 푹 빠지셔서 보실 거 같고, 나처럼 그 어느 곳에도 연관 없는 사람도 이렇게 큰 공감을 얻었으니 아마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 인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후, 작가님의 인터뷰를 봤는데 일부러 강아지와 아이의 이름을 책에 적지 않으셨다고 한다. 사실 읽으면서 이름이 뭘까 궁금했었는데 작가님이 이름을 쓰지 않음으로서 내가 더 내 이야기 같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글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서 강아지 시점으로 써진 글들이 정말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강아지들은 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을 향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는지. 강아지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 같다.

 

/거창한 위로는 필요치 않아요.

우리, 그저 살같을 맞대고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하답니다. -p.26/

 

/실컷 안아주자.
실컷 사랑해주자.
개는 우리보다 빨리 늙고
아기는 우리보다 빨리 자란다.
우리가 무언가를 실컷 해줄 수 있는 시간은
이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p.181/

 

 

이 책을 반려동물을 가진 사람들 혹은 아이를 가진 사람들만 읽을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는 이유는 물론 책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강아지와 아기와의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는 것 때문이다.


/세상에 흔한 일이라는 이유로 내 슬픔이 희미해진다면, 세상엔 슬퍼해야 할 일이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p.197/


그리고 이 책을 처음엔 마냥 따뜻하게만 읽었는데 중후반부로 넘어가면 한 없이 다정한 얘기 속에도 다정하지 않은 현실이 있다.
작가님이 뱃 속 아이의 성별을 주변에 알린 후 들은 얘기를 보고 참,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아직도 이런 말이 오고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키즈존과 유기견. 노키즈존이 생긴 것도 유기견이 되는 것도, 아이의 잘못이 아니고 개의 잘못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시선에 아이를 맞춰버리는 게 아닌지. 우리의 잘못된 편견에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개를 유기견으로 만들고 잡종이라는 틀 안에 가둬 생각하는게 아닌지.
우리는 다시 아이가 될 수 없지만 아이는 점점 우리만큼 자라간다.
아이가 더 자라서 우리만한 어른이 되었을 때, 자라나는 다른 아이들을 어떻게 보게 될 것인지는 지금 점점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달렸다.
그리고 아이들이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공존해야할지를 배우게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안아주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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