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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보기왕이 온다> 리뷰
‘이 책이 왜 호러소설이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살면서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본적은 딱 2번이고(그마저도 거의 눈을 가리면서 봐서 봤다고 하기도 그렇다.), 호러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고, 친구들하고 귀신의 집 한번 가보자! 했다가 들어가자마자 못 가겠다고 그대로 나왔을 만큼 공포/호러 장르에 대한 면역이 거의 없어서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서워하면서 또 호기심은 많아서 누가 등떠밀어주거나 공포 영화의 경우에는 옆에 이런 거 잘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시도해볼 마음이라도 들었는데 공포 소설이라니!
책을 읽는다는 건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정말 온전히 1대 1로 그 책 속의 세계와 대면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책의 장점이지만, 그 책이 공포 소설일 경우엔 장점이 단점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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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걱정 속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정말 의외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는 것에서 놀랐다.
나는 내가 정말 공포에 면역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 읽히면 다른 호러 장르도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리없이 페이지가 넘어갔다.
게다가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각 장의 시점이 다르다는 거였는데 그게 이 책의 큰 매력이었던 것 같다. 좀 뒤통수를 쿵! 하거 맞은 느낌!
사실 이런 책은 조금이라도 스포가 될만한 내용을 알고 보면 그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대한 얘기는 더 쓰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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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도 찾지 못했던 맨 첫 질문의 답은, 답이라고도 하기도 그렇지만 어쨌든 저 질문을 정리할 수 있는 내 생각은 맨 마지막의 ‘옮긴이의 말’ 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또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히 말 할 수는 없지만 결국 내가 ‘이 책이 왜 호러 소설이지?’ 라는 생각이 떠오른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호러 소설’, 또는 ‘호러/공포’ 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생각했던, 익히 잘 알고있고 잘 상상가는 그런 호러에 이 소설을 끼워맞추려니 이 책이 왜 호러 소설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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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하기에 이 소설은 호러 소설이 맞다.
또한, 이 소설은 내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소설이었다. 특히 ‘호러’ 소설에 관해서 더욱.
호러 소설이 주는 공포는 무엇일까. 이 책에 나오는 ‘보기왕’ 과 같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는 도통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존재에서부터 오는 두려움일까.
아니면 그 이질적인 존재와 대면하는 사람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내면의 두려움을 건드는 것일까.
어쩌면 그 이질적인 존재조차 우리의 두려움 가운데서 태어났을 거 같다는 생각까지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