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 변화 가득한 오늘을 살아내는 자연 생태의 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의사 우종영님의 추천,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스트레스의 모든 것을 잊게 하는 책!"이런 카피가 이목을 먼저 끈 건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책이라는 뻔한 거짓말과 같은 말에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들렌 치게 작가님의 위트와 삶을 바라보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으로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그리고 이내 '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네!' '그것도 온갖 생태계가 다 똑같네!'라는 생각에 미소를 짓게 되며 삶에 만연한 시선의 전환을 선사하는 책 📓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이다.

마들렌 치게 작가님은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이주한 프랑크푸르트에서 도심 공원에서 점차 그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는 토끼들을 마주한다. 마침 그곳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연구와 생계유지를 위한 일을 하던 작가님은 '야생 토끼는 행복하게 지내는 도시에서 나는 스트레스 속에서 자유롭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고 스트레스의 기원부터 모든 생태계를 둘러싸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서장/ 프랑크푸르트에 토끼가 나타났다.

정말 그랬다! 프랑크푸르트에 갔더니 진짜로 실뭉치 같은 토끼가 사방에서 보였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 앞 녹지에도, 고층 건물들 사이 작은 공원에서도, 연방 은행 앞 잔디밭에도 있었다. 심지어 대낮에 공원을 깡충 깡충 돌아다니며 도로 바로 옆에 집을 지었다. 도심에 야생 토끼라니, 그들이야말로 잘못된 장소에 와 있는 거 아닌가? 고층 건물의 매끄러운 유리 벽 사이에서 쫑긋거리는 복슬복슬 긴 귀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생명체처럼 보였다.

......

내 연구의 핵심 질문은 그러므로 다음과 같았다. 먹이와 집터가 부족하고 포식자의 위협마저 도사리는 시골에서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서 토끼들이 도시에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토끼에게 더 나은 삶을 알려준 길잡이였다는 뜻이다! P17~21


스트레스는 1935년 몬트리올 맥길대학교 의학자인 한스 셀리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다. 소의 번식을 조절하는 미지의 전달 물질을 찾고 있던 그는 새로운 호르몬을 찾던 과정 중 소에서 추출한 새로운 물질로 실험 쥐에 어떤 자극을 주건 상관없이 림프세포가 오그라들고, 창자에서 출혈이 생기고, 부신이 비대해지는 세 가지 똑같은 증상이 나타남을 알았고 "생명체가 어떤 요구에 보이는 불특정한 반응" 즉 스트레스를 처음으로 정의한 공식 개념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실험실을 지나 드넓은 세계로 널리 퍼져 나가며 부정적인 의미가 덧입고 덧입혀져 우리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맞서 싸워야 하는 이 시대의 악당이 통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스가 나쁜 의미가 아니라 삶의 긍정적인 양념이라고 역설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장/프랑크 푸르트에 토끼가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처음 생각했다. 그리스 철학자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00년에 이미 (그리스어로 파토스 pathos라는) 질병이 괴로움과 고통만은 주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히포크라테스에 따르면 질병은 포로스 ponos 특성도 있다. 포노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고난의 악령이다.

고난 역시 질병의 긍정적 특성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고난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질병은 신체가 건강한 균형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고난의 전투다. 히포크라테스는 건강이 균형에 달렸다고 보았다. 파괴적 힘이 균형을 뒤죽박죽 무너트릴 때 우리를 구원하는 반작용으로 질병이 출현한다. 질병은 곧 자유의 치유력이다. 그리스인들의 포노스는 오늘날 우리의 스트레스와 같았다. 다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포노스는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포노스는 생명의 구원자였다! P30~31


고대 그리스인들만 보더라도 스트레스에 온갖 안 좋은 이야기 덧입혀 이야기하는 현대사회와는 다름을 알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요소에서 항상성이 떨어진 상태, 즉 적합성이 떨어지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가 최고의 수행 능력에 도달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1장/스트레스 태어나다.


2장/모든 존재에게는 그들만의 서식지가 있다.

당신, 나, 내 고양이, 우리는 모두 지금 같은 공간 안에, 우리 서식지 안에 있다. 서식지가 없으면 우리는 그저 그렇게 윙윙대며 떠돌아다닐 것이다. 땅이 있어서 식물은 뿌리를 내리고 동물은 발을 딛고 인간은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다. 태양이 잎, 털, 피부에 온기를 준다. 공기가 뿌리, 아가미, 코에 산소를 공급한다. 호모 군이든 상어든 상관없이 말이다. 서식지는 배우가 연극을 선보이는 데 필요한 모든 소품을 갖춘 무대와 같다. 모든 무생물 소품과 활동하는 모든 생물 배우가 어우러져 생태계를 이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식지만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P91


작가는 우리가 적합성을 느끼는 최적의 장소 즉 서식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자신의 정서에서 오는 감정, 즉 직감으로 일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직감을 내릴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태어나면서 세월과 함께 발달하고 모든 경험과 함께 성장한다. 과거의 경험들의 축적으로 어떤 사람,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물들과 식물종들에게 도시는 그들만의 그간 쌓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좋은 서식지가 되어가고 있다. 시골에는 없는 여러 동 식물종을 도시에서 볼 수 있다니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2장/모든 존재에게는 그들만의 서식지가 있다.

레슬리 스트리트 스피츠는 토론토 동쪽 근교에서 온타리오호 방향으로 최대 5킬로미터까지 혀처럼 불쑥 튀어나온 땅이다. 1950년대에 토론토 외곽 항구의 부두로 조성된 반도인데, 선박 교통량이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반면 토론토는 점점 성장했고, 그렇게 생겨난 건축 잔해에 도시가 파문일 지경이었다. 정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 반도를 건축 폐기물 폐기장으로 활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작나무, 눈양지꽃, 도꼬마리 같은 개척자 식물들이 레슬린 파츠에 뿌리를 내렸다. ......

오늘날 레슬리 스트리트 스피츠에는 400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이 있다. 반도 대부분은 포플러 나무로 덮였다. 수많은 식물의 씨앗들은 건축 잔해에 섞이거나 바람이나 새에 실려 이른바 항공편으로 배달되었다.P133~134



3장/자연은 불안과 친구가 된다.

단세포생물, 곰팡이, 식물, 우리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사는 동안 더위, 추위, 병원체 등 수많은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다.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는 반응으로, 적합성을 완전히 또는 적어도 일부나마 회복하기 위한 반작용이 유기체에서 일어난다. 이 반작용이 스트레스 반응이다. 스트레스 반응이 스트레스 요인에 성공적으로 맞설 때마다 이제 유기체는 이전의 유기체가 아니다. 경험을 하나 더 쌓았고 거기서 뭔가를 배웠다. 스트레스 반응으로 등장해서 스트레스 요인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새로운 특성이 '적응'이다. P147


위험의 상황에서 스스로 머리를 절단하는 바다달팽이, 다리를 잘라내는 문어, 집게를 떼어내는 게, 다리를 잘라내는 빈대, 꼬리를 자르는 파충류들은 포식자의 공격에서도 스스로 절단하는 자절을 통해 적응을 새롭게 해 나가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이기고 더 높은 적합성의 단계에 이른다.


3장/자연은 불안과 친구가 된다.

식물, 스트레스 관리의 고수.

이제 나는 우리 녹색 친구들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밖에서 보면 식물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하지만, 식물 내부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진다. 식물만큼 자기 서식지에 적응하는 일이 중요한 생명체는 거의 없는데, 식물은 한번 선택한 서식지를 그냥 버리고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극한의 서식지에도 정착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영리하게 적응한다. . . . . . .

식물 세포는 심지어 과거의 스트레스 요인도 기억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비슷한 상황에서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식물은 경험을 심지어 자손에게 물려준다. 스트레스 기억이 유전된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 이런 방식으로 담배풀은 박각시 애벌레를 공격할 최적의 타이밍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동물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다음에 숲이나 들판을 산책할 때 식물을 자세히 살포 보기 바란다. P177~178


'앉은 자리가 꽃방석' 말도 있듯이 한번 정해진 서식지를 쉬이 옮겨 갈 수 없어 어떤 척박한 곳에서라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고개가 끄덕여졌고 자연 생태계에서 탁월한 건축 기술자인 야생 토끼와 비버 그리고 생태공학자로서의 식물과 인간의 이야기는 생태계는 서로가 유유 기적으로 연결되고 순환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할 수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잘 살아낸다는 것만으로도 생태계의 순환에 일조를 한다고 생각하니 우리 주변의 다른 생명체를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해 나가는 것이 나를 이해하고 우리 가족 더 나아가 인류, 자연은 이해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장 매일 미일이 기회가 되는 삶

나는 벌써 수년 넘게 생물학자로 일하며 매일 자연을 다루지만, 생명체의 놀라운 스트레스 반응과 적응 능력에 지금도 새록새록 놀란다. 달팽이나 식물처럼 언뜻 단순해 조이는 유기체도 스트레스에 매우 창의적으로 반응하며 적합성을 회복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단순히 그 주변이 아닌 한복판에 있다. 우리는 주변의 다른 생명체와 별개가 아니며, 여러 면에서 우리 생각보다 훨씬 그들과 비슷하다. 자연이 '치밀하게 처리하고' 적응하듯이, 우리도 더 가볍게 삶을 마주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변화의 길잡이로 이해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진화의 모터다. 진화란 바로 생명이 스스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P287


자연의 모든 것은 각자 자기 자리가 따로 있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 자리를 찾아내는 데 스트레스가 도움이 될 수 있다.

by 마들렌 치게.


지금 자신이 처한 곳에서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느낀다면 마들렌 치게 작가님의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의 책 속에 담긴 그분의 삶의 시선을 공감하고 느껴보길 권한다.

책의 말미에는 대응하고, 잘 적응해서 자신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에 당도하게 될 테니. ✨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