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칙칙한 분위기는 여기와 안 어울려.
자유와 낭만이 숨 쉬는 곳이 바로 여기 라 그르누예르잖아."
"르누아르, 뭔 소린지 대충 감 잡았다!
색깔도 환하게, 붓도 빠르게 움직이면......
이렇게, 쓱 쓱!"
모네가 허공을 향해 붓을 마구 휘두르자
르누아르가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모네, 그러니까 무슨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다."
......
"재미있게? 좋았어! 이제부터 눈에 보이는 것만 그릴 거야.
내 느낌, 내 직감만 믿는 거야!"
모네가 먼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붓질로 윤곽선을 대충 잡고는
화면을 툭툭 건드리듯 캔버스를 채워 나갔습니다.
르누아르도 붓으로 멀리 보이는 풍경부터 단숨에 쓱쓱 색칠했습니다.
물가에 있는 사람들의 자세한 모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습니다.
나뭇결이 일렁이고, 햇살이 반짝였습니다.
시끄러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찰랑대는 물결 사이로 들려왔습니다.
......
두 그림은 모두 비슷한 지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뭔가 덜 채워진 듯, 그러면서도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르누아르가 말했습니다.
"미완성이 바로 완성이야.
더 그렸다가는 신선한 분위기가 모두 사라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