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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하는 노동자이자 한국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인 한동일님의 새로운 저서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문장' 마흔을 넘어가며 내 인생과 주변 사람들 나의 가치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 고맙게도 인연이 되어 나에게 와 주었다. 조망하는 삶이 아닌 두려움 속에서도 한발 한발 내딛음을 포기하지 않는 나와 너, 당신들에게 스스로 다독이며 읊조릴 반짝이는 라틴어 명문들을 소개하여 본다.
너와 함께 살 수도
너 없이 살 수도 없네.
Nec tecum possum vivere
nec sine te.
어느 날 나는 저 사람의 무엇이 그리도 불편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의 무례와 무시하는 듯한 시선, 신경을 거스르는 행동 때문에 불편했을까?
아니요, 나는 매번 그 사람이 싫은 이유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내 안에 있는 불만과 미성숙함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결을 나누어 생각해 보니, 사람을 미워했던 그 수많은 순간마다
제 부조리함과 미성숙을 반성하기보다 습관적으로 상대에게 그 원인을 투영하고 몰아가며
미워한 적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것을 세상에 흔해빠진 선택이었습니다.
운명에 지지 않고 가지는 자의 문장 P22
얼마전 읽은 육아서에서 아이의 어떤 행동에 대해 유독 화가 나는 이유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투사라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와 나 사이는 가장 가까운 관계이니 나의 채워지지 않은 부분으로 인한 결핍이 나와 다른 타인을 막고 미워하는 격이니 무던하게 나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며 내려놓을 것은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 결국 지혜로운 삶이자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서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어리석은 이들은 운명을 두려워하나 지혜로운 이들은 운명을 가지고 다닌다.
Stulti timent fortunam, sapientes ferunt.
청년 시절 가까스로 제 마음을 추스르며 다짐한 것은,
될 수 있으면 나의 배경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운명은 두려워하거나 감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지고 가기 위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하는
순간과 떳떳이 밝혀야 하는 순간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운명은 사는 동안 내내 '가지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수치심도 허세도 없이 허튼 곳에 흘리지도 않고,
괜스레 남몰래 꽁꽁 묻어두지도 않으면서.
운명이 지지 않고, 운명을 가지는 자의 문장 P80
그리스인들은 '운명'을 자신에게 할당된 '부분'으로 이해했다. 인간은 온전함이 아닌 부분이 주어져 태어나니 '빈 부분, 부재, 텅 빈 것'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보았다 한다. 나이가 40언저리를 넘어가니 그래도 티끌이나마 삶의 지혜가 생긴 것인지 나보다 훨씬 잘나 보이는 타인의 모습도 그들 삶의 일부분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운은 한정되어 있고 한 가지의 운이 넘쳐나면 평범한 이들보다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또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우린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소한 일에도 거룩해지도
추해지기도 하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Vexatio storia fiat.
인생에 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
아픔을 보호막으로 쓰지 마세요. 그러면 나를 보호한다고 뒤집어쓴 그 아픔이
실제로 내 앞길에 장애물이 되어
삶의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
아픔이 스토리가 되게 하려면 시간과 견딤이 필요합니다.
아픔이 숙성되어 스토리가 되면 한 사람의 생을 증언하는
역사가 됩니다.
절망의 한복판에서 새기는 인생의 문장 P105~106
사이에 있다.
Intersum.
'인테르숨 intersum'이란 a와 b의 '사이에 있다' '구별이 있다'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
사실 재미있고 중요한 일들은 틈과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현실과 가장 밀착해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
역사와 역사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무엇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사이에서 숨 쉬고,
사이에서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끝내 꿈꾸는 자가 품은 문장 P143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Felicitas non status sed attitudo.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행복은 그 정해진 시간을 채워가느라
고단하고 지친 삶에 주어지는 사탕과도 같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다 어느 날 약처럼, 영양소처럼 필요로 하는 것이
행복 또는 행복감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태도라고 말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견디고 채워나가는 데 필요한 태도 말이지요.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나를 흔들어 깨운 새벽의 문장 P195
이토록 많은 말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Nihil opus fuit tam muitis verbis.
인간은 고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흐르는 존재입니다.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으면 원래 노선에서 변화와 틈새가 생기고, 그 틈이 계속 인생을 파고들면 애초에 가려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향할 수도 있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런데 이 변화는 강력한 힘이나 빈틈없는 논리로 강제한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토록 많은 말이 아닙니다.
......
타인의 생각을 먼저 잘 듣고 헤아려야
그의 마음을 열 수 있고 돌릴 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해서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혜량하는 태도의 온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돌아서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이 던진 비수에 피 흘릴 때 읽어야 할 치유의 문장 P289~290
아이를 키워나감에도 혜량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요즘같이 빠른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워나가다 보면 부모로서 아이의 부족한 면이 걱정으로 다가와 커진 불안감으로 아이를 믿고 말을 줄인다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든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나의 그릇이 얼마나 작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인가를 처절히 느끼고 깨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인간은 고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고 흐르는 존재인데 나의 좁은 판단에 가두지 말자.
독서를 다시 시작하면서 감사하는 점은 이렇게 많은 혜안을 가진 분도 너무나 겸손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잘 안다고 생각하고 겸손을 잃는 순간들이 쌓여 안 좋은 불운을 불러들인 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무엇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가?
Quid eum bonum reddit?
내 삶이 좋아지고 세상이 좋아지려면 '나만 없는 것'에 몰두하지 말고,
'너에게 없는 것'을 응시해야 한다고요.
그때 비로소 인생과 세상의 진보는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인간은 저마다 '없는 부분'을 분명히 가지고 태어나면서도 타인의 결핍을 바라보는 존재입니다. 타인의 결핍을 알아보고 공감하고 성찰하는 일, 그게 교육이고 그 내용이 바로 그 사회의 철학이 될 것입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최후의 문장 P305
인생이라는 항로를 살아가다 보면 나를 힘들게 짓눌리는 말도 안 되는 일들, 관계들로 인해 때론 회의감이 들고 진실
되지 못하고 어쩌면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더 잘 살아가는 듯한 착각도 든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해서 그들이 더욱 부각되고 잘 보이는 것일 뿐 서로의 부족함을 바라봐 주고 이해하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때로는
오늘도 특별함과 부족함의 사이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와 너, 당신들을 위한 위로의 문장 한동일 님의 '라틴어 인생 문장'을 권하여 본다.

*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