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수업 1 : 철학적 사고 - 가을&겨울편
saleign 지음 / 하움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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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꽂이 수업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정말 꽃꽂이하는 법에 대해 나와 있나 싶었습니다. 책 표지에 있는 세 명의 인물의 관계는 어떨까? 저렇게 예쁜 꽃들에 둘러 싸이면 어떤 기분일까?
가을&겨울편이라고 하니 꽃이 질 무렵에 대한 이야기일까?
철학적 사고라는 부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철학에 대한 이야기 인가본데... 이런 상상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뒷면을 보니 식물과의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그림책이므로 가볍게 열어 보았습니다.

주인공 미이는 절화를 좋아하는 알비나의 부탁으로 맨드라미를 맡게 됩니다. 원래 2주정도 볼 수 있는데 미이가 돌보면 두 세배 정도 더 오래 볼 수 있어서 맡기게 된거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며칠 만에 말라버려서 당황하게 됩니다. 저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분명 물을 한달에 한번만 줘도 오래 산다는 스투키를 선물 받았는데 몇 달만에 하나 둘 시름시름 말라가더니 결국 나무막대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지켜 보는 게 힘들었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겠다는 의무감에 지켜봤던 기억이 나네요.

식물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통해 영감을 주고, 음식을 돋보이게 하며, 장식을 하기도 하고, 약이나 독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식물은 유용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죠.
집안에 꽃 한송이, 화분 하나만 있어도 분위기가 정말 달라집니다.

또 다른 등장인물 알비나의 경우 각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에 절화나 건화를 선호합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로 화분을 더 좋아합니다. 키우기 까다롭긴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같아서 곁에 있는 친구같거든요. 절화나 건화는 죽어가는, 죽은 시체 같은 느낌이라 쓸쓸한 기분이 들어요.

미이는 다음 번의 생화가 있기 때문에 죽은 생화를 버릴 수 있었다고 했지만 맨드라미가 빨리 시들었을 때는 당황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맨드라미는 다음이 없었을까요?

그건 죽은 맨드라미는 절화였기 때문에 다음엔 똑같은 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빨리 말라 버릴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우연함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모든 생명은 유한하기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허무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요.

주인공 미이는 이런 생각의 과정을 통해 어쩔 수 없는 허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문득 진짜 꽃꽂이 수업을 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예쁘게 장식해서 오래 보기 위해 물에 닿는 부분의 잎은 모두 제거하고 화병에 맞게 가지도 잘라 내야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게 나의 욕심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꽃의 장점을 살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내고 그 짧은 시간을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것이 그 꽃에게도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하니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래서 예쁘게 모두 잘 마를 때까지, 건화가 되기까지 두고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생각을 심화하는 과정을 통해 어려운 철학을 나도 모르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독서토론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다소 어려운 소재고 이야기의 세계가 환타지 같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꽃꽂이 수업은 꽃을 가꾸면서 마음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러분도 꽃을 가꿔보면서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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