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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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ander.

맹독성 식물이다.

아름답지만 독이 있는 식물.

오랜 가뭄으로 흙먼지만 날리는 곳에서도

보란듯이 꽃을 피운다.

올리앤더, 서수진

[올리앤더]는 자기 이야기가 없는 세 아이의 이야기다.

어른들에게 떠밀려 살아가는, 방황이 허락되지 않은 아이들.

열일곱 살 해솔과 클로이와 엘리는 이미 정해져 있는 다음 관문으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해야만 한다.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게 준비의 전부다.

포기하거나 헤메선 안 되는 세 아이는 어쩌면 처음부터 길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왜 공부하는지, 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지, 왜 호주에 살게 된건지.

무엇도 또렷하지 않은 상태로 희미한 목표를 위해 살아간다.

자신을 정의하는 걸 가장 힘겨워 하면서.

그렇게 가장 아름답지만 무엇도 투명하지 않아 유독한 열일곱 살,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세 아이는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자유로울 수 없고, 위태롭기만 한 이들에게 연대나 믿음, 희망 같은 건 닿을 수 없는 가치인 거다.

잠시 손을 잡아도 종국에는 서로를 등돌리게 만드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거다.

세 아이는 허락되지 않은 방황 속에서도 마침내 스스로를 찾아내리라.

자신을 홀로 가둬둔 것을 스스로 부신 엘리도,

손에 들린 구슬 목걸이를 끊어버리고 더 멀리 가고 싶다던 해솔도,

여전히 뭔갈 잃어버린 듯 헤메는 클로이도,

언젠간 노아처럼 스스로를 도울 방법을 발견해낼 것이라 믿는다.

올리앤더, 서수진, p.250

나는 나만의 구슬 목걸이를 어떻게 꿰어가고 있나.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구슬로, 내가 고른 실에 꿰고 있는가.

맘 먹으면 주저없이 구슬 목걸이를 끊을 용기가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 맴돌 수 밖에 없는 이 질문들이 삶의 주체도, 방향도 모두 잃어버린 이들에게 떠올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을 한 번도 가지 못 한, 더 먼 곳으로 데려가줬으면.

듣도 보도 못한 무한한 세계로 후회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학부모 독자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중고생 필수권장도서를 쓴다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 작가의 말

중고생 필독서가 아니라 전 연령 필독서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의견을 제기해보는 바이다..



뒷마당 구석 덩굴처럼 얽힌 올리앤더 나무에 진분홍색 꽃이 잔뜩 달려 있었다. 엄마는 올리앤더 꽃에 독소가 있다며 만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온 가족이 꺼리며 가까이 가지 않았는데도 여름이면 끈질기게 꽃을 피웠다. 그 나무가 다였다. 작은 뒷마당에는 독이 있는 꽃을 피워내는 올리앤더 나무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 P23

해솔에게는 스토리가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자기 이야기가 없는 사람도 있잖아요."

(...)

"없는 데 이유가 어딨어요? 처음부터 없었어요. 전혀 없는 걸 만들어낼 수는 없잖아요." - P124


"죽으려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죽고 싶었던 적은 많지만." - P207

"(...) 요즘은 나를 먼저 돕고 싶어." - P138

"원래 신은 그렇게 탄생하는 거야. 버려지면서. 버려진 아이는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잖아. 온갖 제약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신이 되지." - P212

언제까지라도 계속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같이 울 수도 있을 것 같고, 왜 울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웃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시간이 끝나지 않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다. 둘은 신이니까. 해솔과 클로이는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시간 위에서 서있었다. 버림받고 나서 신이 되어 버린 둘은 그렇게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며 킬킬거리고 웃었다. - P214

그때 해솔의 머릿속에서 구슬 목걸이가 끊어졌다. (...) 어떤 구슬도 아쉽지 않았다. 해솔은 자신이 구슬 목걸이를 직접 끊어버렸다는 걸 알았고, 그게 중요했다.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서사였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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