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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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내가 콩벌레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죽은 척 가만히 웅크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살려고 악착같이 버둥거리는,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 p.183


집 근처 골목에 몇 달 전부터 새로운 건물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얼마 전 그 골목을 지나며 거의 다 완공된 건지 철제 구조물을 하나씩 내리는 걸 보았다.

그곳에서 낯선 언어를 들었고, 이주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자주 가는 식당에 서툰 한국어로 음식을 하나씩 설명하는 종업원이 있다.

벌써 4년 동안 그 곳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

알고보니 그 식당 사장과 오래 전에 결혼해 한국으로 온 분이었다.

한국 사회에 이주민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어디서든 만날 수 있고, 만나지 못해도 어디에든 있다.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드러나든 아니든, 사회 생활을 하든 안 하든,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거나 또는 아니거나.

그보단 이 한국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는 한국에서 이주민들이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내내 떠올리며 읽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나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게 됐다.

이주민과 한국인이 가족이 되어 함께 살면서 겪는 문화적인 갈등과 제도적 어려움.

그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마주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들.

이주 여성과 이주 노동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는 불평등.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내 주변의 일 같다.

평소와 다름 없이 마주치는 길 거리 노동자와 식당 안 종업원의 한국에서의 삶이 궁금해진다.

이 낯선 땅에서 잘 살고 있는지.

이 나라에 터를 잡고 살아가겠다고 마음 먹은 이들을 우리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넓은 시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받아들이는 것은 그 사람을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만이라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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