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는 깊다2 (전우용/푸른역사/2015)
김정원(2016/09/23)
이 책은 우리 역사상 중요한 일들을 월별로 나뉘어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 졌다. 1권은 1월에서 7월 중반까지의 사건들이고 2권은 7월 중반에서 12월까지의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각각의 사건들을 설명하고 거기에 저자의 역사관을 약간 버무려논 듯하다. 이런 저자의 역사관이 엿보이는 역사책은 과거와 현실을 비판하며 읽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형성해온 것이다. 고정되어버린 역사적 사실들이 재분석되고 재해석되는 이런 책은 굳어진 생각들을 유연하게 하는 좋은 촉매제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부분이 있었다. 1911년 일본천왕은 조선총독에게 <교육칙어>를 내려 새로 신민이 된 조선인들을 교육하는 근본방침을 하달했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한 교육칙어는 일본의 군국주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후 5년후 고종은 <교육조서>를 발표하였다. 몇 줄 안되는 일본의 교육칙어에 비해 상당히 긴 교육조서는 신민들을 이해시키려 하는 말투였고 신민각자의 덕체지(德體知)의 양성이 국가의 부강과 왕실의 안녕을 좌우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국가가 교육받은 신민에게 의지하는 만큼 국가도 신민을 잘 교육해야할 책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칙어>가 신민의 책무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할 때 <조서>는 올바른 교육을 이루기 위해서는 군신이 함께 힘써야 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일본의 <칙어>는 조선의 <조서>보다 훨신 더 국가주의적이며 중세 회기적 이지만 조선의 <조서>는 근대적인 면이 많았다. 그런데 해방 된지 20년 후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교육헌장>을 제정하였다. 우리가 익히 외웠다 시피 이 헌장은 국가에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국민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고종이 만든 <조서>를 읽어보니 독립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반공주의와 국가주의가 범벅된 국민교육헌장을 자랑스럽게 외웠던 우리의 과거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1994년부터 국민교육헌장 기념식은 개최하지 않았으며 이후 교과서에서는 삭제되었다. 2003년부터는 국민교육헌장 기념식을 폐지했다고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민주적 교육강령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