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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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지방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가지는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오로라를 눈에 담아오는 것이리라. 하지만 다양한 우주상황과 기상상태들이 모두 조건에 맞아야 하는 희박한 확률 때문에 실제로 그것을 목격하게 되는 것은 기적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기적의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것이 업인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이자 천체사진가인 권오철 작가다. 그토록 여러번 오로라를 보았음에도 "옛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신화의 사건들을 떠올렸듯이, 오로라를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신령스러운 모습으로 느껴진다"(p10)고 말하는 그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로라는 어떤 모습일까. 평생 한 번을 보기도 힘든 그 광경을 담기 위한 그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2.

그가 오로라 사진을 찍게 된 계기도 흥미로웠다.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였던 그는 사진에 매혹되었고, 취미였던 천체사진을 업으로 삼고 싶었다고 한다. 그 열정으로 성과급과 진급에 대한 우려를 끌어안은 채 직장에 장기 휴가를 내고 떠났던 오로라 원정대 행사에서 자신이 꿈꿨던 일을 업으로 하는 이들과 함께했고, 귀국 후에는 퇴사를 하고 전업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인생경로를 바꿀 만큼 오로라가 가져다 준 아름다움과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열정이 강렬했다는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오로라 사진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전문가를 넘어 덕후의 면모를 보여준다. 오로라에 대한 과학적 원리, 역사적 맥락,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오로라의 이미지와 그것의 아름다움을 수많은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에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자신이 사랑에 마지 않는 대상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덕후의 설렘이 묻어나는 책이다.


#3.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또 한 가지는, 책 말미에 오로라를 직접 촬영하는 방법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천체사진은 커녕 사진도 전혀 모르는 분야이다보니, 새로운 분야를 알아간다는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이걸 누가 실제로 해보겠냐'는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에필로그에서 만난 작가의 이야기를 보니 이렇게 생각했던 나의 경솔함이 부끄러워졌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고등학교 시절 책 한 권에서 별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왔다는 작가의 삶처럼,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천체사진가를 꿈꾸고 이러한 정보들이 그의 진로를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지침서가 되어줄 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천체사진가라는 직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묵묵히 우주의 기적을 포착해오고 있는 권오철 작가처럼, 그 뒷세대의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좇아 기적을 담아내는 일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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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일기 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해서 오로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구름 사이로 구멍이 뚫리면서 오로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워낙 날씨 변화가 심한 곳이라 일기 예보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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