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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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군가는 샤머니즘이 미신이라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사기나 거짓일 뿐이라 말한다. 무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 행위일 뿐이며, 샤머니즘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보다 샤머니즘의 힘은 훨씬 강력하다.

"옛날에 이런 말이 있어요. 며느리가 굿판에 가서 춤을 너무 많이 추니까 시어머니가 며느리 보기 싫어서 굿을 한다. 애환이 많기도 하고 그동안 쌓인 한을 어디 가서 푸니까, 굿을 하면 그냥 며느리들이 회포를 풀기 때문에 생긴 말이에요." (p40)

굿은 그 자체로써 치유의 행위다. 예술이 카타르시스, 즉 심리적 정화의 힘을 가진다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종합예술로써의 굿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우울감과 분노, 허탈감 같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떨쳐버리고 더 평안한 내일을 도모할 수 있게 돕는다.


#2.

"아마 많은 성소수자가 공감할 텐데, 커밍아웃은 평생 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내가 어떤 집단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마다 정체성을 알려야 하니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저는 무밍아웃을 처음 해보니까 반응이 어떨지, 어떤 반응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전혀 없었어요. 커밍아웃에 대해서는 무수한 데이터가 쌓였으니까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때로는 화도 내고 때로는 웃어넘기는 능숙해졌는데, 이쪽은 그렇지 않아서 두려웠어요." (p59)

퀴어-페미니스트-비건지향 무당인 저자 홍칼리는 사회적 소수자로써의 정체성과 커밍아웃, 그리고 신내림의 행위를 연결시킨다. 샤먼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행위에 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과 마주하는 순간을 투영한다. 무당들의 이야기가 비단 특별한 누군가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제각기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무당이 겪었을 신내림에 버금가는 혼란과 고난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3.

"가난한 사람이 보일러 켤 돈이 없어 추운 곳에서 자다가 죽으면,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 제도를 개선해서 죽은 사람에게 뒤늦게나마 이불을 덮어줄 수 있다. (..._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 없이 집에 방치되어 홀로 죽었을 때, 이런 일이 예방하고자 애쓰는 행동이 곧 애도다. (…) 공동체의 애도가 없으면 억울하게 죽은 존재는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두려운 타자인 '귀신'이 된다." (pp133-134)

약자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뒤늦은 해결책이 제시될 때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냐'는 비아냥과 쉬이 마주한다. 하지만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이미 끝난 일이라고 손을 놓고 있으면 더 많은 죽음과 희생이 있을 뿐이다. 무당은 무당 나름의 방식으로, 시민은 시민들의 방식으로, 정책 결정권자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해야 한다. 얼마 전 있었던 사고를 비롯해, 여전히 애도받지 못한 죽음들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진정으로 애도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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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신내림을 일종의 자격이나 미신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 이미 신이고, 신내림은 하나의 의례에 불과해요.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는걸요."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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