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질문들 -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궁극의 물음 15
토니 로스먼 지음, 이강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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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책은 언제나 쉽지 않다.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일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책에 비해 쉽게 손이 가지 않고 읽는 데도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보니 과학분야 도서를 편식하게 된다. <빅뱅의 질문들> 역시 마냥 쉬운 책은 아니다. 대중서이기는 하지만, 우주과학에 대해 꽤나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만큼 이 책이 가진 내용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빅뱅의 질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빅뱅에 대한 지식이 드라마틱하게 확장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주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마음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는 점이다. "자연의 붉은 테이프를 잘라 관측되는 현상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들을 만들어내는"(p115) 과학자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우주의 탄생과 질서를 밝혀나가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우주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지성과 열정에 경의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2.

"이 책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주제를 다룬 작은 책이다"(p11)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문장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 그리고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이 얼마나 거대한 존재일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 어떤 학문적 탐구보다도 거대하며 오래된 '빅뱅'이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결연한 의지를 전해준다. 과거에는 신화와 철학의 영역이었던 우주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그 규모 탓에 관측과 증명이 쉽지 않고, 우주과학에서는 관찰만큼이나 상상력의 중요성이 더욱 극대화된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적 관점에 익숙한 이들에겐 당연한 탐구의 과정일지 몰라도, "복잡한 방정식들로 가득 찬 어떤 이론이 뭔가를 의미해야만 한다"(p231)고 믿는 과학의 세계에서는 정체성과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수많은 수식과 이론들을 통해 점점 진리와 가까워진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수학적인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이론을 만들고 받아들이는 배경이 되는 강력한 힘이었지만 이런 모호한 성질에 기반한 제안들은 맞는 만큼이나 틀린 것으로 드러난 것도 많았"(p223)기에,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여정은 성취와 좌절의 연속이었으리라. "완벽한 사실은 아님에도 아주 성공적인 것으로 밝혀"(p232)질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학자들의 지적탐구와 상상력, 그로부터 비롯한 열정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상상력은 과학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다가갈 수 없는 진리의 영역을 발견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는 그들의 인간적 모습에 친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3.

과학과 미학은 거리가 멀 것 같지만, 미학을 공부하다보면 과학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와 만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과학, 특히나 물리학에서 아름다움은 "종종 수학적인 대칭으로-계가 규칙적인 경향이 있는 것-포장되어 있다"(p232).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게 무슨 아름다움이냐'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과소평가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미의 상대성을 배웠으면서도 누군가의 미적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편협하고 무례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의심할 바 없이 이론가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실험이나 관측이 부족"(p235)한 시대에, 그 부족함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향해 걸어가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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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주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는 무대로 밝혀졌고, 현재로서는 우주론을 입자물리학과 떼어놓을 수 없다. 일반상대성 이론, 핵물리학, 입자물리학, 그리고 여러 분야가 함께 엮어서 우리가 그리는 우주를 만들어내고, 여러 가닥은 분리될 수 없다. 어떤 새로운 물리학의 제안도 400년 동안의 실험 및 관측과 일치해야 하고, 결국 자연은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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