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 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
니홀라스 할라스 지음, 황의방 옮김 / 한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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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밀 졸라의 기고문으로 더 잘 알려진 <나는 고발한다>. <J'Accuse!>라는 원제로 대서특필된 이 글은 당시 스파이 조작사건의 타겟으로 지목되어 불명예 제대와 인권침해적 재판을 받은 드레퓌스를 옹호하며 사회 전반의 유대인 혐오를 지적하는 글이다. 당대는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이 글은 사회의 소수자 혐오와 형사소송법 상의 인권보장 문제, 반지성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주며 "나는 고발한다"는 표어는 하나의 관용구로 자리잡았다. 동명의 이 책은 19세기 말에 태어나 그 이후의 시대를 경험했던 지식인, 니홀라스 할라스가 사건의 내용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1958년에 영화화 되었다고도 하는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복원한 것임에도 그만큼의 드라마틱함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얼마나 난폭하고 강렬한 사건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에밀 졸라라는 한 사람의 호소문을 넘어 시간의 순서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의 언행으로 재구성된 사건은 마치 사건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한다. "유대인 드레퓌스가 스파이로 거짓 기소된 사건"이라는 교과서 속 한 줄의 문장이 얼마나 무거운 사안을 담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2.

이 책은 어느 한 사람의 시점을 따라가지 않는다.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인물들이 쏟아지는 등장한다. 프랑스 군부를 비롯해 독일의 행정부, 러시아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1차 세계대전으로 촉발되는 수많은 혼란들이 농축되어 있다. 특히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론들, 특히 반유대주의 보수 언론들의 헤드라인과 기사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마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언론에 현혹당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미디어 사회에 진입한 오늘날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쓰인 기사를 보며 '기레기'를 욕하다가도, 우리 스스로도 결국 그런 기사에 무의식 중에 끌리는 모습을 보다 보면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또한 자극적인 언론을 둘러싼 가짜뉴스 등의 문제도 요즘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미디어가 발전하며 최근에 '촉발'된 것이지 매체가 존재하는 한 매체에는 언제나 허위/혐오 정보가 함께했고 대중들은 그런 매체에 쉽게 현혹되어 왔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특히 반유대주의와 같은 소수자 혐오 정서를 둘러싼 폭력의 문제에서 지도층과 언론이 1차적 책임을 지고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고 유포하는 대중들에게 2차적 책임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 아주 극명히 드러난다. 과연 우리 모두는 이 문제에서 결백하고 순진무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반응했기에, 그 힘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아닐까.


#3.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19세기 말을 살아가는 당대의 사람들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변모했다고 자부하곤 한다. 평균적인 교육 수준도 높아졌으며, 지식의 민주화도 더 적극적으로 이뤄젔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진정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있을까? '드레퓌스 사건도 마치 '과거의 비이성적 사건' 정도로 치부하기엔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너무도 빈번히 마주한다. 반지성주의'가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민주주의가 지성주의와 합리주의로 이룩해온 역사이기에, 그 대척점에 놓인 반지성주의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언제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이전에 시대로 복고할 수 있는 법이니까. 물론, 엘리트주의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 하지만 나에게 껄끄럽고, 나에게 배움을 요구하는 모든 이데올로기를 엘리트주의라 매도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뭘 또 깨달으라고 하냐'는 식의 불편도 일견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인간 앞에 놓인 세계는 끝이 없고, 특히나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세상의 불편함을 인지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 얻은 편리함의 대가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2년에도 드레퓌스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드레퓌스는 내가 되지 않으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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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법이 만약 나의 발언의 정확성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할 수단을 박탈한다면 그 법은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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