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문명 -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재발견
임기대 지음 / 한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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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사 시간에 아프리카의 역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고2 때 학습지 한 장 분량으로 한 차시의 수업을 들었던 정도였다. 그걸 제외하면 아프리카의 역사는 그저 서구 제국주의의 피해자로써 다뤄질 뿐이었다. 유럽 중심의 세계질서가 형성된 근대 이전에는 아프리카가 유럽 그 이상의 융성한 문화를 꽃피웠다는데,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 혼자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리라. 적지 않은 국가에서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배울 일이 없다. 이런 공백 속에서 편견과 고정관념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아프리카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가난, 흑인, 사파리, 원시부족, 기아... 사람들의 머릿속 아프리카는 그저 이런 이미지로 재현될 뿐이다.


#2.

<베르베르 문명>은 이런 편견이 가득한 세계 질서를 거슬러간다.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목처럼 세계사가 주목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담는다.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로 대표되는 북아프리카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이것을 통해 미래의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구 중심 질서가 흔들리는 이 시대에 우리가 다양한 문화권을 조망해야 할 필요를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부여한 세계의 질서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베르베르 문명>처럼 그 질서의 이면에 가려진 이야기를 주목하는 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

이런 류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세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연구자들의 헌신과 열정에 감탄한다. ‘문송하다’거나 ‘대학원은 죄 지은 대학생이 가는 곳’이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판치는 세상에서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일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연구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을 뿐더러 ‘먹고 사는 데 도움도 안 되는 거 왜 세금으로 지원하냐’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그런 어려움을 뚫고 이런 저작을 만들어내는 연구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나의 공부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신념과 믿음을 가진 <베르베르 문명>을 쓴 임기대 선생님을 비롯한 수많은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본 리뷰는 한길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없던 문자의 출현은 아니지만, 역사 속에서 ‘주변’에 있던 문자의 가시화는 기존의 언어 체계와 상충할 것이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갈 것이다. 그에 따라 마그레브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도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마그레브 문화의 다양성과 변화 양상, 지역민의 정체성을 살펴보는 데 있어 베르베르 문자 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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