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까는 여자들 - 환멸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
신민주.노서영.로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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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선거결과 분석만 하면 맨날 '이대남', '이대녀' 이야기를 한다. 성별에 따라 결과가 양분되었으니 그 부분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철저하게 흥미로움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정치인들은 항상 '청년'을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청년은 극히 일부라 얼마나 될까 싶다. 하지만 슬픈 건 그런 그들의 주장에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생겼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청년의 태도다. 사실 전까지는 청년 담론이 전혀 없었던 상태라 논의된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하는 심정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일부만을 대변하는 청년담론에 무조건적으로 열광하며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흔히 말하는 '서울출신-대졸-중산층-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에 국한된 이 청년 담론이 모든 청년을 배반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당신은 그들이 말하는 '청년'에 포함될 수 있을것인가라고.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가는 이들이 있다. 정치의 최전선에서 '겉핥기식' 청년담론을 넘어선 '진짜' 청년담론을 만들어가는 여성 청년 정치인이다.



#2.

'판을 깐다'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여성들, 그리고 청년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질서를 비판할 때마다 이런 얘기만 돌아온다. '지금은 살 만 하잖아, 그런 불평불만은 배부른 소리'라고. 먹고 살만 해졌으니 가만 있으라는 의미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그 말에 들이 받을 생각만 했다. 기존의 질서 안에서 이것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판을 까는 여자들>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굳이 그 질서 안에서 바꾸려 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판을 뒤엎어버리고, 거기서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일지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판을 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부채감도 생긴다. 나도 판을 까는 누군가의 여정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3.

대선이 끝났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굳이 하고 싶진 않다. 이 아슬아슬한 박빙의 선거 속에서 다들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지 못했다면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듣도보도 못한 선거 구도 속에서 합당이나 당명 변경 등의 기존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정치구조 개혁이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득표율이 의석수로 이어지는 국회의원 선거 제도, 더 길고 다양한 논의의 과정을 수반하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등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을 질문해야 할 때다. 혹자는 정치인의 더러움을 이야기하며, 왜 굳이 돈을 많이 들여 선거를 2번씩이나 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나 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더럽고 치사할 수 있다. 하지만 더럽고 치사하다고 해서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의석 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300명의 의원이 모두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돈을 아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적합한' 대통령을 찾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자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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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안정감은 소수만이 쟁취할 수 있는 한정된 재화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이 옳은 일일까? 누구에게나 안정감을 느끼며 살 권리가 있지 않나?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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