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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강혜빈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평점 :
#1.
요즘 들어 시집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시를 잘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현존하는 가장 다채롭고 아름다운 언어를 만나는 방법이 바로 시를 읽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활자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면 내 감정대로 느껴보려 애쓰는 중이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을 통해 요즘 핫한 시인들의 가장 트렌디한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막 시집에 손길이 가기 시작한 나에게 다양한 맛보기를 선사해준, 시의 재미에 한발짝 더 다가가게 해준 책이다.
#2.
점심 시집이라고 해서, 수록된 모든 시가 점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나 점심에 대해 말하는 시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시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들마저 묘하게 점심과 어울린다. 점심을 표현하지 않았는데, 점심과 어울리는 언어라니. 이게 바로 시인이 가진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언어의 연금술 아닐까. 자신이 가진 모든 언어를 끌어내 무관한 언어들의 나열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것. 시인들의 감각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3.
요즘 나는 혼자 점심을 먹는다. 도시락을 싸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하고 있는 곳에서도 코로나 문제로 가급적 식사를 따로할 것을 권하고 있는 탓이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 자체가 다양한 협업을 요하는 업무는 아니지만, 어쨌든 점심시간만큼은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점심시간마저 없다면 출근 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작 1시간, 실제로 밥먹는 시간을 제하면 남는 시간은 30-40분 정도지만, 그 안에 산책도 하고 최대한 호흡과 이완을 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안간힘을 쓰며 이완한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정말이다. 근로기준법이 허락한 1시간의 휴식. 법조항이 감사해지는 시간이다.
우리는 버려진 것을 보고도 버려진 것인지 몰라요. 누군가 두고 갔다고 생각해요. 비참과 희망은 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시 이야기만 했는데 생활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식물의 웃자란 줄기를 보며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점심에 보면 다 달라 보여요. 점심에 만나요. 환해져요.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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