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살아보자 -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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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풀꽃>으로도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에세이다. 평소에 시를 잘 읽는 편도 아니고, 따뜻한 말이 넘쳐나는 에세이도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꽤나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마음으로 힘들'기 때문에 '시를 좋아하고 또 시를 요구하'(p104)는 시인의 말마따나, 내 마음이 꽤나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의 그늘을 발견하고 빛으로 화사하게 비춰주는 것이 시와 에세이의 매력이지 않나 싶다.

#2.
'그것에 대해서 쓰지 말고 바로 그것을 쓰라'(p148)는 말마따나 간결하고 쉬운 시를 표방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이 사람들에게 긴 시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시는 쉬워야 한다'는 시인의 신념처럼, 이 책 또한 일상언어라는 쉽고 간결한 형태로 구성된, 그러나 그 내용만은 깊이 있는 하나의 시론과 같은 에세이다. 자신이 시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으며, 시인은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문학세계에 영향을 미친 작품들은 무엇인지…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이 쉬운 언어로 친근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리도 쉬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것, 반 세기 동안 시인으로 살아온 내공과 성실함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 것 같아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3.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 윤동주와 서정주, 그리고 청록파 시인들의 시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리고 나태주 선생님의 시가 청록파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자연주의적 시라는 사실도 이 글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시 자연의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이 말그대로 정말 '싱그럽다'. 물론, 평소에 글을 읽을 때에는 굉장히 정치적이고 프로파간다적인 작품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과잉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법이다. 떄로는 이렇게 활자로 공기와 긴 호흡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일부 같은 글이 도시 한 가운데의 숲처럼 마음의 쉼터가 되어준다. 최근에 읽었던 강렬하고, 냉철하며, 극도로 이성적인 책들 속에서 읽은 <봄이다, 살아보자>는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쉼표 같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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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2기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나는 시를 마음의 빨래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음은 처음엔 깨끗하고 맑고 좋았지만 살다보니 자주 흐려지고 어두워진다. 그걸 그대로 놔두면 안된다. 적당한 시기에 빨아야 한다. 마치 더러워진 옷을 빨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목욕하듯이 우리 마음도 그렇게 해야 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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