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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퍼트리샤 포즈너 지음, 김지연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1월
평점 :
#1.
나치와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거대하고 먼 악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이야기가 점점 내 주변의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모두가 거대한 악이라고 비난하던 존재들도 사실은 우리 곁에 일상적인 존재로부터 출발한다. '대중의 지지 없는 전체주의는 불가능하다'는 말처럼, 전체주의는 전근대 봉건사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경계를 늦추는 순간 전체주의가 등장할 수 있고, 전체주의가 한 사회를 잠식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2,
누군가의 희생을 밟고 얻은 성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대 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많은 부분의 기술과 성장은 신분제에서의 희생, 그리고 제국주의 시대의 폭력과 비인간적 행위에 대한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누군가를 살리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희생과 살인을 서슴치 않았던 시대.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한 당대의 의료인들이 마주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3.
너무도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역사상 가장 잔혹한 폭력의 시대를 간접적으로 목격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글로써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을 직접 목격하고 그 속에서 가해-피해의 스펙트럼 속에서 존재했던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언제든 이러한 고통 속에 놓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불편하고 무섭고 고통스럽더라도 역사의 비극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