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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퍼센트 ㅣ 독고독락
김태호 지음, 최지수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퍼센트>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학교 성적이나 부 상위 1%처럼 경제력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생각했었다. 그리고 책표지부터 시작해서 본문 앞 몇 장의 일러스트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서울을 배경으로 여러 사람들이 어울린 모습이 알록달록한 색채로 입혀져 일러스트들로 그려져 있는데, 코로나19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비추는 것 같아 그립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 책은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지 않을 단 1%의 확률의 이야기였다. 화자인 지후는 가족과 빌라 지하에 살고, 부모님 두 분 다 바쁘게 일을 하느라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던 평범한 학생이다.
‘아빠와 엄마는 매일 바빴다. 불평을 늘어놓으면 조금만 더 참자는 말만 늘 반복했다.’(p.21)
하지만 운석 영향으로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위기 상황이 되다 보니 가족들이 집에 모이게 된다. 이틀 지난 딱딱한 밥이어도, 냉장고에는 쉰 김치가 있더라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김치찌개에 한 가족이 모여 밥 한끼 즐겁게 먹을 수 있음에 화목함이 느껴져서 재난 상황과 대비되었다.
“이렇게 살았어야 했는데…….”
(중략)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함께 잘 보내자.”
“그래, 우리 가족은 절대 떨어지지 말고 꼭 붙어 있자.”(p.24)
아빠와 엄마가 눈물을 흘리시며 다짐하셨던 그 말씀에 이전과는 다른 행복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살짝 기대해보며 읽어나갔다. 생수 대리점을 하던 지후 아버지가 희소해진 생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팔며 또 돈 벌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부모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돈을 벌어 또다시 지후를 외롭게 한다.
이 책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느끼게 되었다. 하나는 지후의 친구 소미 아빠가 위기의 순간에 인간성을 상실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본인의 가족만을 생각하며, 길 가는 사람의 생수뿐만 아니라 딸의 친구의 집 생수를 막무가내로 절도하는 모습에서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 단 1%의 확률 때문에 누구나 선망하는 집에 살기 위해 지구멸망의 날이 다가오는데도 생계 수단인 생수 먹는 걸 아끼며 생수를 파는 지후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돈을 더 벌기 위해 친구의 집에 있던 생수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훔쳐서 본인의 것처럼 이용하는 모습에 이미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 인간성은 죽었음을 느꼈다. 또한 죽음이 뻔한 위기의 상황에서 살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돈을 버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흡사해서 씁쓸했다.
지구가 정말 멸망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내가 가져보지 못 했던 것을 누리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잡아 조금이나마 경험해볼까, 아니면 그냥 평소대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생을 마감할까..?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독고독락 시리즈 <일 퍼센트> 책은 책이 얇은 만큼 전개 속도가 빨라 정말 빠르게 몰입하며 읽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짧지만 작가가 의도한 책의 의미를 느끼며 긴 여운을 남기기에 결코 가볍지는 않다. 또한 학생들 이야기이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 학생들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책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아직 독서의 즐거움을 못 느낀 친구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곧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어른들도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