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장바구니담기


그 이상 반론할 마음도 없어, 두 사람은 풀 위에 다리를 뻗고 휑뎅그렁하고 살풍경한 경치를 바라본다. "시시한 풍경이구나." 도오루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시노부도 동의한다.
아무것도 없는 논에 방풍림으로 둘러싸인 주택이 간간이 흩어져 있을 뿐. 논을 가로지르듯 송전선 철탑이 간간이 이어져 있다. 확실히 좋다고는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 평생 두 번 다시 이 자리에 앉아서, 이 각도에서 이 경치를 바라보는 일은 없겠지." 시노부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게. 발목 삐어서 여기 앉아 있을 일도 없을 거고."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어제부터 걸어온 길의 대부분도 앞으로 두번 다시 걸을 일 없는 길, 걸을 일 없는 곳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앞으로 얼마만큼 '평생에 한 번'을 되풀이해 갈까. 대체 얼마만큼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을 만나는 걸까.-287쪽

"네가 빨리 훌륭한 어른이 되어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싶다, 홀로서기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건 잘 알아. 굳이 잡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
"어떻게 하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좀더 흐트러졌으면 좋겠다."-155~15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