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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번지 쓰레기 집의 비밀 ㅣ 한무릎읽기
김해우 지음, 최정인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77번지 쓰레기 집의 비밀(김해우/ 크레용하우스)
어느 날 텔리비젼을 보던 작가는 집에 쓰레기를 왕창 쌓아 두는 할머니를 보았다고 한다. 고집이 아주 센 할머니 였고, 이웃들이 더럽고
냄새 난다며 항의가 거셌지만 그 할머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단다. 그 모습을 본 작가는 이상한 할머니라고 생각했지만,
할머니에겐 가슴아픈 사연(사고로 자식을 잃었다)이 있었다고 한다.
그 프로를 통해 작가는 소재를 생각하게 되었고, <77번지 쓰레기 집의 비밀>로 출간되었다.
횟집을 하는 한미의 부모님은 학군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지만, 빚에 대한 부담감으로 밤 11시까지 하던 영업을 새벽 2시까지 하며 한달에 한 번
쉬면서 돈버는 일에 바쁘다. 부모님의 일이 이렇다보니 한미는 늘 늦은 시간까지 혼자 있게 된다.
늦은 시간 집에 혼자있다보면 무서운 생각으로 가득한 한미는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쇼핑을 한다. 쇼핑을 하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면 쇼핑한 물건 생각과 택배에 대한 기다림만 가득한다. 그러는 어느 날 쇼핑한 물건 하나가 도착하지 않는다.
문자 알림은 받았지만 하교 후 집엘 가봐도 택배 물건은 없다. 택배 배송지를 추적해 보니 한미가 주문한 물건이 다른곳으로 배달이 되어버렸다.
택배 물건을 찾기 위해 77번지를 찾아가던 한미는 같은 반 재민이를 만나게 되고, 77번지 동네에 사는 재민이의 도움으로 택배가 배달 된
곳으로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평범한 곳이 아니다. 고약한 성격을 가진 할아버지가 쓰레기를 잔뜩 쌓아두고 사는 쓰레기 집이다.
한미는 그곳에서 택배를 찾기위해 할아버지와 맞서지만 있어도 못 준다며 으름장을 놓는 할아버지에게 물벼락만 맞고 돌아온다.
뒷날 한미는 블라우스를 찾기위해 그곳을 재민이와 다시 갔고, 이번엔 방 안까지 침투해서 들어갔다가 온통 쓰레기 천지인 집 안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방 한곳을 발견한다. 그 방 안 벽에는 가족들로 보이는 사진들과 여자 아이를 위한 선물들이 쌓여있고, 그 쌓인 곳인
한미가 찾던 물건이 있다...
하지만...이렇게 생활하는 할아버지에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고 한미와 재민이는 어린 나이지만 할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한미와 재민이가 할아버지를 헤아릴 수 있는 이유는 ... 한미와 재민이도 외롭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집을 수색하다 들킨 한미와 재민이는 어느 방에 갇히 게 되고 재민이는 할아버지의 소문(아이들을 잡아 가둔다)에 겁을 낸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떠한 대상을 바라볼 때의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대상을 판단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그 사람의 내면보다는 겉모습의 화려함이 주는 인상에 대하여 우리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나와는 다른 행동과 언어를 사용한다면 먼저 내 기준의 잣대로 대상을 이해하려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대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그 사람의 잘못된 점만 보려고하는 시선의 문제 일 것이다.
이 책의 화자인 한미와 재민이는 늘 외로운 아이이다.
한미는 쇼핑으로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우려하고, 재민이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서 게임 포인트로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늘 사랑이 부족했단 두 아이.. 그렇기에 멀리 이민간 자식들에게서 소식이 끊긴지 3년이 넘었고, 그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온갖 쓰레기를 모으는 할아버지는 굳이 할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한미와 재민이는 어른 보다 나은 친구들이다. 의리가 무엇인지도 알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안다.
<재민이가 자신도 외롭다고 고백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짧은 동화가 남기는 강렬함이 있다.
아이와 함께 공감하며 읽고 이야기 나누기도 어렵지 않기에 초등 전학년이 읽어도 손색없다고 느낀다.
나보다 책을 먼저 읽은 아이의 짧은 감상은 이렇다.
마지막에 한미가 선물한 택배가 민주에게 닿았으면 좋겠고, 겉모습만 보고 비난하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됐으며, 삐툰 것 같지만
가슴 따뜻한 한미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라면 한 그릇을 다 비웠는데도 여전히 배가 고팠어. 가만 생각해 보니 비어 있는 건 배가 아니라 가슴인 것 같았어.
가슴에 구멍이 뚫려서 찬바람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고 있었지'
먼저 내 주변에 비어 있는 가슴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