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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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은 유치하고(“……천사소녀 네티처럼 기도했다.”,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함에 따라 날이 풀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자이언티와 조금 닮은 듯했다.”, “……말하자면 투머치인포메이션이 순식간에 밀려온 것이다.”, “나는 미래의 나를 미슬이(미래의 슬아)라고 부른다.”, “우린 둘 다 키읔을 남발하며 웃었다.”, “좆됐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깨고 나면 누구에게라도 힝 ! 하며 안기고 싶다.”, “……날이 갈수록 연애나 고추 없이도 딱히 불만 없이 지내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부러웠던 동시에 두 사람이 끓인 대추차가 너무 뭔가 마녀 수프적이라 기분이 이상해졌다.”, “……자궁까지 넣는 그 과정은 한 마디로 존나게 아팠다.” 이 책, p. 15, 20, 24, 30, 37, 42, 92, 101, 240, 456) 내용은 특출난 것이 없으며(“……풀 발기 했을 때의 고추 둘레와 같대.”, “걔 엉덩이가 내 엉덩이보다 빵빵해서 일지도 모른다.”, “…… 엉덩이가엉덩이가작고 탄탄했다.”, “스무 살부터는 내가 반한 사람보다 내게 반한 사람이 많아졌다. 그래서 나 좋다는 사람 중 가장 좋은 한 명을 골라가며 사귀었다.”, “내 비키니는 거의 찌찌랑 똥꼬만 가릴 정도로 면적이 작았다.”, “……나는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로 고마워졌다. 내가 그리는 만화도 모르고 쓰는 글도 모르는데 얼굴만으로 좋아해준다니 최고의 일인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중독자인 것을 창피해할 겨를도 없이 감격에 겨워 그에게 말했다.”, “그가 먹어치운 초밥만 계산해도 5천 엔이었다. 한화로 5만 원인 것을 알게 된 나는 속으로 읊조렸다. 시발이 책, p. 32, 41, 86, 92, 128, 160, 188) 주제는 빈약하다(이 책의 주제는 크게 글쓴이의 성생활, 연애, 가족, 여행으로 나눌 수 있다). 각 목차별로 주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오늘의 침실(글쓴이의 성생활)

  2. 화살기도(점 보고 기도한 이야기)

  3. 유일무이(초등부 작문 수업 이야기)

  4. 놀래키는 위로(글쓴이의 동성애적 성생활)

  5. 점잖은 사이(글쓴이의 연애)

  6. 미끄러지는 연습(글쓴이의 초등학생 시절 연애)

  7. 헤엄치는 연습(글쓴이의 초등학생 시절 연애)

  8. 눈물 가리는 연습(글쓴이의 초등학생 시절 연애)

  9. 외박 ()(글쓴이의 연애와 성생활)

  10. 외박 ()(글쓴이의 성생활)

  11. 잉태(부모님의 성생활과 가족 이야기)

  12. 조부(할아버지 이야기)

  13. 당신의 자랑 ()(할아버지와 어린 시절 글쓴이)

  14. 당신의 자랑 ()(할아버지와 어린 시절 글쓴이)

  15. 당신의 애지중지(할아버지 이야기)

  16. 미스테리 드라마(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

  17. 웅이(아버지 이야기)

  18. 복희(어머니 이야기)

  19. 어떤 여성의 날(글쓴이와 어머니)

  20, 호언장담(부모님의 연애와 글쓴이의 연애)

  21. 꿈꾼이(글쓴이의 연애와 꿈)

  22. 유예(어머니와 어린 시절 글쓴이, 글쓴이의 성생활, 출산 고민)

  23. 해피 아워(글쓴이의 연애)

  24. 생소한 아름다움(글쓴이의 친구와 글쓴이의 연애)

  25. 도란도란(글쓴이의 남자친구 이야기)

  26. 이웃집 부모(이웃집 부모가 아니라 글쓴이의 부모님 이야기)

  27. 지난 바캉스(가족끼리 베트남 여행 간 이야기)

  28. 옷과 무대(어린 시절 재롱잔치와 어른이 되어 한 누드모델 이야기)

  29. 즉흥의 쓸모(글쓴이의 연애 이야기)

  30. 여수 전야(작문 수업 이야기)

  31. 편지의 주어(작문 수업 제자에게 쓴 편지, 글쓴이의 연애 이야기)

  32. 흩어지는 자아(글쓴이의 어머니 이야기)

  33. 언익스펙티드 머니(글쓴이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에게서 복권을 선물 받은 얘기)

  34. 좋아해줘(인스타그램)

  35.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친구들이랑 일본 여행 간 이야기)

  36.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친구들이랑 일본 여행 간 이야기)

  37.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친구들이랑 일본 여행 간 이야기)

  38. 밤 산책(글쓴이의 연애)

  39. 어떤 드라이브(글쓴이의 연애, 글쓴이 남자친구의 할아버지 이야기)

  40. 미래로 보내는 돈 ()(피임수술을 한 글쓴이, 글쓴이의 외숙모와 큰이모 이야기)

  41. 미래로 보내는 돈 ()(연금보험을 든 글쓴이, 글쓴이의 외숙모와 큰이모 이야기)

  42. 물속의 당신(글쓴이 아버지로부터 수영 배운 이야기, 글쓴이의 아버지 이야기)

  43. 작업하는 당신 ()(글쓴이 아버지의 산업 잠수 일)

  44. 작업하는 당신 ()(글쓴이 아버지의 산업 잠수 일)

  45. 겁 많은 우리들(글쓴이의 아버지가 산업 잠수 일을 그만둔 이야기)

  46. 양의 간극(친구들끼리 모여 수다 떤 이야기)

  47. 행복의 모양(어머니를 필라테스 학원에 데려간 일, 어머니 이야기)

  48. 우리를 빙판에 데려간 사람(어렸을 적 아버지, 동생과 스케이트를 탔던 일)

  49. 절대 안정(아픈 글쓴이를 돌봐주는 남자친구와 어머니)

  50. 입원일기(아픈 글쓴이를 돌봐주는 남자친구)

  51. 견딜 수 없는 대사들(성관계 할 때 듣기 싫은 말, 잡지에 글쓴이가 이상하게 실렸던 일 등)

  52. 찬이(글쓴이 동생의 이야기)

  53. 가장 빠른 경로(어린 시절 글쓴이와 동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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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대부분 감각적이며 성적이다(그렇지 않을 때는 그저 모든 것이 감상 덩어리다글의 후반부). 글쓴이의 말대로 점잖은 대화를 그만하고싶고, “무례하고 엉망이어서 짜릿한 사이가 되고싶은 듯하다(이 책, p. 25). 장강명이 말한 대로 남자들은 관음증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테고, 여자들은 이런 식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작품을 계속적 채권계약의 목적으로 만들어 정액제로 운영하며 작품을 찍어내는 게 요즘의 트렌드인 듯싶다(소위 월간 윤종신판매법). 동시에 복고풍 스타일로 만든 광고 전단지를 맨 앞장에 배치한 것은 글쓴이의 상인적 감각이 뛰어남을 보여준다(실제로 글쓴이는 상인 집안의 사람이다. “ ……나는 상인들 사이에서 자랐다.”, p. 49). 유통수단도 인터넷이고, 좌파 문화산업계의 주요 인물들이 서평을 써줬다(요조, 이랑, 장강명, 김현아 등).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성공법은 넓은 인맥과 뛰어난 상인적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새장에 갇힌 새를 풀어주며 자유나 노래하던 수필가 김태길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상인적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이미 돌아가신지 오래지만). 여성 특유의 히스테릭한 패거리주의는 이 책에 대한 비판을 여성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하고 글 나눔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고 한다. 겨울철 김장을 나누는 것도 아니고 그저 황당할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참담함을 느꼈던 것은, 이 책이 동년배 최악이면서 동시에 동년배 최고 수준이라는 확신에서였다. 찍어내기식 교육을 당한 90년대 생이, 찍어내기식 방법으로, 찍어내기식 성찰을 담아, 찍어내기식으로, 최고의 매출 결과를 달성했다. 이보다 수준 있는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본인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글을 썼다는 얘기는 적절한 동정심을 유발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하기야 도스토예프스키도 빚 때문에 글을 썼다는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글쓴이의 애틋한 가족 이야기는, 글쓴이가 고명딸이라는 얘기에서부터 시작해서 글쓴이를 비평하고자 하는 동기를 무력화시키는데 아주 탁월하다. 그러니 덧붙이건대, 이 책에 대한 혹평과는 별개로, 글쓴이가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작가상을 계속해서 수상하여 성공하기를 바란다. 학자금 대출은 파산으로도 면책되지 않는 심각한 채무이니 예술적 이념을 구현해내는 것보다는 분명 시급한 문제임이 확실하다.

 글쓴이가 출판사 대표이니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건 예쁜 여고생들의 일기를 모아 출간하는 것이다. 분명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여고생들의 또래들이 그 책을 사주고 공감해줄 것이고, 친구들이 서평을 써줄 것이며,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문학의 성과라며 칭찬해줄 것이고,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신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책을 구입할 것이며, 남자들은 자신의 은밀한 욕구를 만족시키고 예쁜 여고생들의 사생활을 들춰보는 재미에 책을 구입할 것이다. 그 책의 성공은 여고생들의 외모에서 글쓴이의 외모를 뺀 그만큼 더 팔릴 것이고, 글쓴이의 나이에서 여고생들의 나이를 뺀 그만큼 더 팔릴 것이다. 외모도 경쟁력이니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우리나라 형사특별법에 위배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여고생들이 누드모델 출신이라면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물론 책으로 출간하기 전에 독자들에게 은밀하게 전달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아예 복고풍으로 손편지로 쓰는 건 어떨까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문장은 기도의 대상은 그저 내 몸인 것 같다.”(p. 15)는 말이다. 글쓴이가 숭고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녀의 몸이다. 글쓴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대부분 독자에게 글쓴이와 같은 감각적 자극을 일깨우는 데 있다(‘페로몬을 디지털로 보낸다’, p. 164). 심지어 인간의 개성조차도 신체적 특징이나 감각적 경험으로 수렴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글쓴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유전자, 육체, , 성관계, 남자, 친족의 역사 등이다. 이 책을 이해하자면 글쓴이와 같은 세포 덩어리가 되어야 한다. 글쓴이의 몸을 이루는 세포가 되어 그 세포를 타고 올라가 그녀의 아버지의 신경 세포가 되고, 또 타고 올라가 그녀의 할아버지의 근육 세포가 되어야 한다(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인격의 본질에 대한 고찰은 배제되고, 창고에 쌓인 가죽 무더기처럼 질긴 이야기만 쌓여간다(“좋은 걸 쓰는 것보다 펑크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p. 264). 500페이지 가량의 책이라면 마땅히 일말의 문학적 가치가 있어야 할 테지만 이 책은 그 흔적조차 찾기가 어렵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글쓴이의 세포로서 세포분열을 대신해주는 것과 같다. 그런 불쾌한 경험을 누군가는 즐길지 모른다(보통 여자들은 자기의 감각적 불만족과 권력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남자들은 연인을 위해 이를 감수한다). 어쩌면 그렇게 세포분열을 계속 대신해주다 보면, 독자는 자기가 독자인지 글쓴이인지 분간을 못하고 자기보존욕구마저도 융합시켜버릴지 모르겠다. 사실, 그게 이 책의 전략이다(감각적 샴쌍둥이화). 독자는 그런 식의 연장된 감각공감이 아니다을 나눌 수 있다. 요즘은 고물단지가 된 실존주의식으로 말하면 비본래적 자기의 교감만이 남게 된다. 글쓴이는 이를 역이용하여 아직 소중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긴다(“가장 소중한 이야기들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그걸 안 썼고 앞으로도 안 쓸 것이기 때문에 나는 무사한 듯했다.” p. 519. 사이비 교주들이 종종 이런 신비주의적 어법을 구사하곤 한다). 그러나 기억하라. 글쓴이가 기도하는 대상은 그녀의 몸이라는 걸 말이다. 그녀에게 분명한 건 내 몸이 내 것이라는 감각”(p. 290)뿐이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이야기는 언제든지 가장 무가치한 이야기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썼더라도 안 쓴 것이고, 안 쓴 것이라도 이미 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언제나 무사하지 않다.

 

 이야기의 흐름은 아주 가관이다. 대표적으로 목차 47. 행복의 모양같은 경우, 어린 어머니가 행복의 의미에 대해 명료하게 떠올리지 못하고 단지 피아노만 더듬거리면서 떠올렸던 일 그 어머니가 부잣집 친구네 집에서 카레를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자신의 촌스러움에 부끄러워했던 일 그 어머니가 커서 사치를 싫어하게 되었고, 그 사치 중 하나가 운동에 돈 쓰는 일이라는 얘기 그런 어머니를 필라테스 학원에 등록시킨 일이 단 2페이지 만에 진행된다. 이야기의 흐름이 널뛰기를 하다못해 차원 이동을 하는 수준이다. 여기서 연결고리란 것은 피아노-텔레비전-카레-필라테스로 이어지는 부의 상징물이다. 카레, 텔레비전, 피아노가 흔해졌고 더 이상 부의 상징물이 아니듯이 어머니가 필라테스에 대한 서민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길 바란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얘기에서 정작 행복의 의미는 실종되어버리고, 느닷없이 병원에서 하정우 닮은 사람을 보고 어머니와 웃던 일, 남자친구가 온다고 하자 어머니가 머리를 양갈래로 따주던 일(여기서 자기가 성적인 용어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굳이 보여주고 싶은지 일부러 당시 내 머리 길이는 찌찌까지 내려올 만큼 길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황당할 뿐이다), 죽은 줄 알고 내놓았던 블루베리 나무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미안해하던 일이 등장한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행복의 모양을 배웠다고 한다. 아니. 필라테스 학원에서조차 글쓴이의 어머니는 그저 귀여운 아줌마였을 뿐이다. 극복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명료해진 것도 아무것도 없다. 단지, 어머니와 달리 필라테스에 능숙한 글쓴이를 보며 글쓴이가 허영심에 얼마나 능숙한지나 알 수 있을 뿐이다. 글쓴이는 어떤 작가가 부자들은 아예 발가벗고 헤엄친다. 부자들은 물론 수영을 할 줄 알기에라고 썼다고 말하며, “풍덩풍덩 바다에 입수한다(p. 179). 행복은 부와 비교당하며 오히려 초라하고 놀림 받는 것이 된다. 국민의 평균적인 윤리의식을 신경 쓴 나머지 겉으로는 부를 행복의 일부로 취급하며 알량한 감상주의를 내세우지만, 행복은 가치에 있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이 모든 흐름은 글쓴이가 이 구역질 나는 책을 내게 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글쓴이는 아무래도 돈이라는 게 좋아 죽겠”(p. 344)으며, “돈이란 너무 좋은 것”(p. 344)이어서 더 열심히 일을 하고”(p. 344) 싶다. 그 동기는 얼핏 순수하기까지 해 행복은 더 초라해진다.

 “꿈에서는 복희 집을 털러온 도둑을 내 손으로 때려잡았다. 여자로 보이는 행색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을 세차게 붙잡았을 때 아주 거칠고 까끌까끌한 수염 자국 감촉이 느껴졌다. 체구가 작아서 안심했으나 사실 온몸에 단단히 근육이 잡힌 남자였다. 느낌에 흉기도 든 것 같았다. 겁을 내며 잠에서 깼다. 이 병에 대한 비유일까?”(p. 260) 아니. 흉기를 든 자는 다름 아닌 글쓴이 자신이다. 글쓴이의 허영심(여자로 보이는 행색)이라는 괴물(수염이 난 남자)이 자기 자신(어머니)의 소시민적 삶(어머니의 재산)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고 글쓴이가 다시 거기에 저항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 모든 딸들이 갖는 어머니에 대한 은밀한 증오도 포함된다. “슬아야, 너는 인스타 스타니까 홍대 한복판에 가서 마이크 들고 이렇게 외쳐라. ‘일간!’이라고. 그럼 사람들이 이슬아!’라고 환호할 거야. 일간! 이슬아! 일간! 이슬아! Ho~ 그러고선 이제 슬아가 건물 한 채 사는 건 일도 아니라며 너스레를 떨었다.”(p. 236. 글쓴이는 이에 대해 실제로 자기가 해낸 정도보다 10배 더 부풀려 과장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누기 10을 한 정도가 글쓴이가 해낸 정도일 것이다. 글쓴이의 문학적 성취는 건물 1/10이다) 글쓴이가 이 책으로 건물주가 될 것이라는 데 찬성한다.

 이 책 목차 58. 요즘의 평안은 도저히 눈을 뜨고 봐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집에서 자고 일어나 삼겹살 김밥을 사 먹고는 ……비싸고 작았지만 너무 먹고 싶게 생긴 치즈 케이크였다. ……돌아가서는 게으르게 낮잠을 한 판 잤고 일어나서는 도미노 피자를 시켜 먹었다.”(p. 307~308) 그저 참담할 뿐이다.

 글 군데군데 있는 오타도 도저히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는 수준이다. 가령, “……쌓여나갔을 한자과 한글들을…….”(p, 461), “이미 불콰하진 친구 엄마는…….”(p. 481), “……입안에서 다시 뚜두둑, 소리라 들렸다.”(p. 348) 등 십여 개의 오타들이 발견된다. 자기 글을 검토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이다.

 

 이 책에 추천사를 써준 이들도 이 끔찍한 책이 세상에 나온 것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이다울, 양다솔, 하마, 김선아, 류한경, , 김현아는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중 이다울, 양다솔은 글쓴이의 피용자로서(p. 140. 이 중 이다울은 피용자이면서 친구이다) 고용주인 글쓴이에게 정당한 평가를 내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추천사를 써줬다. 하마는 글쓴이의 남자친구로서 더욱 정당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김선아와 류한경 그리고 담은 글쓴이의 친구다(담은 예외적으로 이 문제를 의식하고 공정한 인물평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류한경과 이다울은 이 책의 주제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면서(목차 35~37) 글쓴이가 맺어준 연인이다(, 글쓴이가 중매해준 관계다). 김현아 역시 마찬가지로 이 책에 종종 등장하는 인물로 글쓴이의 스승이다. 이들 모두 이중관계에 있거나 이해충돌이 있는 자들이다. 도대체 글쓴이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들에게 추천사를 부탁하지 말아야 했으며, 이 이중관계에 있거나 이해충돌이 있는 자들도 설령 부탁을 받았더라도 거절했어야 마땅하다(그러나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글쓴이에겐 뭔가 남에게 강요하는 성질이 있다: “곧 출간될 나의 책에 관한 추천사를 그녀에게 부탁했으나…… 평소 같았으면 무조건 써달라고 졸랐을 테지만 지금 나 역시 다른 사람 글의 추천사로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에 열렬히 조르지는 못했다.”, “시발내가 너가 하는 연극 다 보러 갔지! 나도 안 갈 수도 있었는데너는 그런데 구독료는 내겠다는 그런 말이나 하고정말시발너도 읽어!” p. 518, 564) 추천사는 오고 가는 축의금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상 추천사의 외관을 띈 인물평이 대부분이다(“이슬아는 가까이서 볼수록 멋져!”, p. 541). 한술 더 떠 글쓴이를 위인으로 치켜세우기까지 한다(“……예쁘게 양장 제본된 엣날 위인전보다 이슬아의 이야기가 더 힘이 있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딱 오늘치의 처참함을 위대하게 이겨나가는 작은 위인의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p. 543. 정말이지 위대하게 처참하다). “나를 창피하게 만들고 닭살 돋게 만드는 대사와 문장들 앞에서 이제 나는 즉시 박장대소를 하거나 정색을 하거나 손사래를 친다. 그런 말들은 정말 싫다고, 저리 치우라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본다.”(p. 276)는 글쓴이의 말은 얼마나 뻔뻔한 거짓말인가(혹은 자기기만적인가)?

 

 이 수필을 빙자한 인스타그램에 너도 나도 좋아요를 누르며 몇 푼씩을 던져준다. “혹시…… 나도……?”하며 주체가 결여된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일간 아무개를 낸다고 한다. 아주 잔치가 열렸다.

 이 난장판에 김현아(글쓴이의 스승, 책에서는 어딘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일간 아무개가 쓰기가 너무 힘든 작업’(p. 537)이라 하고, ‘혁명의 시작이라 하고, “글이 직거래되는 현장, 은 소슬하고 오롯했다.”(p. 537)고 글로 꺾, 기 춤을 추며 젊고 용감한 글쟁이들의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순간”(p. 538)이라고 어화둥둥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일간 아무개가 유년기 배달되던 신문ㆍ우유 같다며 ……적절하게 데워져 고소하고 부드러운 우유…… 신문과 우유는 모란이 피어나던 봄의 마당 위로, 소나기가 내리던 여름의 마당 위로, 펄펄 눈이 내리던 겨울의 마당 위로, 낙엽이 지던 가을의 마당 위로 ……그 모든 것을 싣고 내게로 왔다.”(p. 539)고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 세상 떨어진 두 개념을 같지도 않게 하나로 포장을 한다. 콧물과 눈물을 흘러내린다는 이유 하나로 묶는 수준이다. 이 모든 참담한 광경을 조소하며 바라본다.

 이랑과 요조의 추천사는 읽을 필요가 없다. 남의 책 추천사를 쓰라고 했더니 자기들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마 제대로 읽지도 않고 추천사를 써줬을 것이다.

 그나마 정직한 평자가 무나라는 독자다(이 모든 참혹한 사태 가운데 그나마 뭐가 문제인지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엾게도 이 평자는 오류에 빠져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지만 과연 <일간 이슬아>를 읽고 그 안에서 작가 이슬아를 만날 수 있을까? <일간 이슬아>의 소재는 이슬아 씨의 생활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슬아 개인을 알 수 있을까? 이슬아는 <일간 이슬아>의 슬아와 일치할까?”(p. 561) 안타깝게도 글쓴이와 글쓴이의 친족의 삶 자체가 가치가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책은 실패했다. 글쓴이의 인생이 아니라 이 책이 실패했단 얘기다. 글쓴이가 어떤 재주를 부리고, 어떤 이익을 얻든 이 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무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끄러운 일들도 다른 이들과 나누면 이상하게 위로가 되고, 서로의 용기와 슬픔과 기쁨으로 변한다. 그리하여 순간순간 느꼈던 슬아의 마음은 매일 밤 우리의 경험이 된다.”(p. 562) 그러나 정작 글쓴이는 이 연재를 하면서 공감을 만들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공감이라는 게 얼마나 흔치 않게 발생하는지, 얼마나 귀한 순간인지 알기 때문에 남발하기 두렵다.”(p. 276)고 말한다. 평자가 글쓴이를 칭찬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으나 본문과 마찰을 일으켜 뒤죽박죽이 된다. 이 마찰을 글쓴이의 비진의라고 설명하거나(겉으로만 공감을 안 하려는 척하는 것이다), 글쓴이는 공감하려는 의도가 없으나 천재적인 재능으로 독자들이 공감을 느끼게 한다거나, 혹은 그저 각자 알아서 공감한다고 설명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설명은 그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나만이 이 책의 추천사들을 통틀어 유일하게 이 책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덧붙인다: “……이슬아가 몸의 감각을 몸의 언어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슬아는 몸을 지닌 모든 사람들을 대신하여 움직이고 이야기를 전해주는 존재다. 매일 전송되는 이 한 편의 글에는 웃고 울고 느끼고 화내고 불안해하는 몸의 말들이 가득하다.”(p. 562~563).

 

 이제 글쓴이에겐 둘 중 하나의 선택지가 남아있다. 허황된 자기를 내세우며 계속 이런 식으로 돈을 벌거나(물론 독자들은 계속 사줄 것이다. 사람들은 오기로라도 돈을 버리는 법이다), 구역질 나는 판촉을 그만두거나. 글쓴이는 친구 담의 다음과 같은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게 좋을 것이다: “참고로 아직 덧니가 있던 시절의 그는 내가 다정스런 말을 하면 아주 사랑스럽고도 인상적인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그렇게 웃지는 못한다. 오랜 인내를 통해 단정하고 어엿한 이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아직 어엿한 무엇도 가지지 못한 친구가 문득 그 얼굴을 그리워하며 글을 써내렸다는 사실을 그가 알아준다면 좋겠다.”(p. 568) 이 책의 추천사 모두를 통틀어 글쓴이가 유일하게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그러나 단정하고 어엿해 보이는 치아는 샐러드와 쌀밥만 먹어도 뚜둑 부러지곤 하는(“……샐러드를 먹는데 입속에서 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입을 벌려보니 샐러드 그릇 위에 이빨이 떨어져 있었다.”, “며칠 전 쌀밥을 먹는 와중에 입안에서 다시 뚜두둑, 소리가 들렸다. 거울을 보니 이빨이 조각나 있었다.” p. 345, 348) ‘언제 또 깨질지 모르는 이빨’(p. 350)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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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A. 2019-07-24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종이뭉치에 대한 ‘리뷰‘를 쓰기 위해 여기에 새겨진 활자들을 다 읽고 정리하신건가요? 글 쓴 분이 여기에 들인 시간과 공(?)이 제3자가 보기에 너무나 아깝게 느껴지네요.

침침할때 2019-09-1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

- 2022-09-1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슬아의 불편함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돈벌려고 시작한 글에 돈에 구애받지 않는게 글쓰기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순.탈,오자뿐만 아니라 인쇄 자체가 엉망으로 되어 회수된 책들도 있었던가 보더군요. 돈벌기에 급급해 어설픈 책내기로 출판업 흉내내는 모습에 B급내에서 헤엄치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A급으로 갈 일은 없을 것 같군요. 그녀의 책 전반이 자극적이고, 다른 책들도 자극적 사진을 올리고 아마도 그걸 관음하는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는 상업의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딘의 글방 관련책도 읽었지만 문학적 소양이라기 보다는 친목 도모를 위한 알림장 같은 느낌을 받았고, 결국 그런 모습들이 독자를 모으는 계기가 되지만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기에 독자들이 서서히 멀어지는 계기도 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