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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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낭만적이다.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평론책이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다니며 영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에세이다.

내가 봤었던 영화로의 여행은 잊혀졌던 내 기억을 아련하게 떠오르게 해주었고 그때 받았던 감동이 다시 밀려오는 것 같았다.

보지 못한 영화는 검색해서 줄거리를 읽어보고 영화 속 배경이된 장소 사진을 여러장 찾아보면서 읽으니 이동진작가님과 함께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들곤 했다.

이 책을 읽기 전 영화를 먼저 봤다면 더 큰 설렘을 안고 여행을 할 수 있었을텐데..

책안에 여행한 모든 장소를 하나하나 자세히 실을 수 없는 한계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진을 더 많이 보고싶은 작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동진 작가님이 말투를 따라하며) 이동진 작가님의 표현의 감동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같은걸 보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감수성이 없는 나는 문학적이면서 철학적인것 같기도 한 문장들을 읽어 내려갈때마다 작은 감탄을 계속하게됐다.

 

 

회상되는 것은 세월이 아니다. 우리가 문득문득 떠올리는 것은 언제나 순간이다. 순간은 도도한 세월 앞에 늘 무릎을 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되살아나서 그 모든 시간을 무화시킨다. 지루한 영원은 폭발하는 찰나를 동경한다.

 

숲을 이루지 못한 꽃은 안타깝고, 숲을 이룬 꽃은 시든다. 사랑에 대한 모든 가정법 문장은 줄이고 삼킨 말들이었다. 그러나 제시와 셀린의 사랑은 '해가 지기 전에'결국 이야이과 노래로 남았다.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 그 이야기와 노래까지 잊혀진다 해도, 지금 이순간만은.

 

'한때 그토록 아름다웠던 사랑'은, '현재이기에 가장생생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랑'앞에서 감상적인 원경으로만 희미하게 흔적을 남긴다.

 

바람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오래된 연인들이 그리는 궤적은 두 줄 철길과도 같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며 긴 시간을 함께 갈 수 있는. 그러나 합쳐져 완전히 같은 하나의 길을 이룰 수는 없는. 그러다가 종종 막다른 지점을 만나기도 하는.

 

삶은 뒤를 향해야만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앞을 향해서 살아져야 한다. 그게 우리가 고개를 떨어뜨린 채 번번이 도망치는 이유다.

 

행복은 맛이 강하지 않은 최상급 포도주 같은것이다. 얕은 입맛에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그들 모두는 시간을 초대해 놓고 있었다. 어쩌면 우린 너무 서두르기 때문에 매번 늦는게 아닐까. 전력 질주하는 문명의 아찔한 속도 안에서 필요한 것은 혹시 이런게 아닐까. 게으름 피울 수 있는 권리, 최선이라는 말에 쫓기지 않을 권리, 주저하고 때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도 있는 권리.

 

봄의 판타지와 가을의 리얼리티. 떠나온 봄과 떠나갈 가을.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시간 속을 우리가 흘러가는 것이다.

 

슬픈 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 입 밖으로 내뱉은 슬픔은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슬픔을 몰고 귀환한다. 요동치는 역사에서 안온한 현재로 돌아오는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고, 해결 안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티베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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