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 이 시대를 사는 40대 여성들을 위한 위로 공감 에세이
한혜진 지음 / 체인지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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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 쓰는 편지/ 한혜진 작가님께



지극히 사적인,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저 멀리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당신을 따라서-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나의 유년기로, 방황했던 청소년기로, 일에 미쳤었던 미혼 시절로,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엄마로 태어났던 2016년으로.

그리고 다시 지금으로.



세대가 같으면 삶도 비슷한 걸까요.

맞아. 그랬어. 우리 부모님도 그랬는데. 아, 그래서 나도 그랬나봐.

문장마다 공감을 했더랬습니다.

한 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무섭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기억의 바닥에 침전되어 있던 유년의 감정들이 되살아납니다.

그 감정을 작은 가슴에 안은 채 참고, 또 참고만 있던 작은 아이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안아주었습니다. 말해주었습니다.

작가님이 그랬듯이.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도 괜찮아.


책으로부터의 여운 때문인지, 책을 덮고서도 울컥 울컥 솟아오르는 눈물로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았습니다.

주책맞게 떨어지다 옷에 부딪히고 바닥에 부딪혀 더 작은 알갱이가 되어 사방으로 튀는 눈물방울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겠는 것은 이 여행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게, 지금의 내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과거를 여행하며 한바탕 눈물을 쏟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였습니다.

이상하지요. 무언가 새로 시작할 때는 집부터 정리하고 싶으니 말입니다.


책상 위에 언제 놓였는지도 모를, 콧물이 말라비틀어진 물티슈와 마스크 비닐 껍데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인형의 집 부자재와 공주치마, 색연필, 물감이 칠해진 도화지, 색종이 등등을 버리거나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치우고 있는 것의 대부분이 아이의 흔적이라는 것을요. 더불어 또 한 가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아이에게 자기 물건을 사용 후 제자리에 놓는 습관을 들인다면 내 일과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겠구나.


퇴근 후 정신없이 치울 때는 몰랐는데,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리를 하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에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 주어야 겠다고 생각하니, 아이의 입장에서 정리하기 쉽게 아이 물건의 위치를 재배치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제 역할의 우선순위 또한 재배치하게 되었습니다.



삼십대 중반,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방감을 맛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일의 통해 인정받으려 했던 과거의 제 자신을 버리고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던 적이요. 그런데 이 책,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를 읽으면서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인정을 구하는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다짐대로 살고 있다고 착각한 채,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 채 살고 있는 마흔의 나를 발견했습니다.


몇 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내면의 아이의 여전히 인정을 바라고 있었나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었지만, 그 일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은 마치 거울에 비친 저를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 일을 하는 제 자신의 즐거움보다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기준에 비친 제 모습이 어떨지를 우선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마흔앓이 여정에 동참한 덕분에 이제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것을 찾는 여행이요.

'다음에' 가 아닌 바로 '지금부터'요.



추신:

도브 캠페인 광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상을 찾아보고 소리내어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광고 자체보다, 이 광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작가님의 메시지가, 그 마음이 감사해서요.


"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합니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온리원'입니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쓰면 됩니다.

"



<공감구절>


77

마흔이 되고보니 가만히 앉아서 얻어지는 것은 나이와 노화뿐인 것 같다. 일부러 살아야 한다.


111

나를 지키려면 간절함을 조절하는 법부터 배워야한다. 간절함을 비롯한 모든 감정 조절은 나를 지켜주는 백신이다. 그 방법에 밖에 없을 것 같을 때 다른 방법이 있고, 지금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것 같을 때 또 다른 길이 열린다.


144

타인은 피하면 피할 수 있지만, 나는 피할 수가 없다. 한여름에 피서는 가능하지만, 생에서 피아는 불가능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 떠날 수도 도망갈 수도 못 본척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나'다.


152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자기 존재를 확인받지 못했을 경우 그 상처로 인해 어른이 되면 가만히 쉬는 일을 못 하게 된다고 한다. 가만히 쉬는 순간 자신이 무기력하고 게으르고 한심한 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일할 때만 자기 존재가 가치 있다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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