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제30회 한국 출판 평론상 출판평론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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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라는 진로를 꿈꾸던 이래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한 가지로 분명했다. 책을 향유하는 공간으로만 존재해야 할지, 아니면 ‘공부방’으로의 역할을 인정해야 할지.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오는 이들보다 책을 읽으러 오는 이용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랐다가도, 도서관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곳이라 여기며 ‘이용자 서비스’라는 큰 틀에 부합한다면 무엇이든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나만의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은 도서관이 등장했던 역사를 망라하며, 사서와 국가도서관의 존재 의의까지 도서관을 이루는 모든 담론을 이야기한다. 이는 그동안 가져왔던 의문에 더욱 꼬리를 물게 했다.


- 문제는 우리 도서관 분야에서 이런 논의와 실천이 이뤄졌느냐 하는 점인데, 안타깝게도 우리 도서관은 식민 시대의 ‘청산’보다는, 현상 ‘유지’와, 도서관학 지식의 ‘수입’에 급급했다. 우리 도서관은 식민 시대의 ‘청산’을 미루면서, 또 다른 식민의 현장으로 ‘전락’한 건 아닐까. (p.306)


칸막이 열람실의 시작은 식민지배였으며 박정희 체제 시절 ‘기능인 양성’에 의해 굳혀졌다. 해방 후 8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왜 여전히 그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도서관의 장서를 불태우던 일제와 도서관을 도시 기본 시설로 고려하지 않던 그들이 겹쳐 보였다. 이제는 결코 바뀔 수 없는 걸까?


- 언뜻 ‘도서관’은 탈정치적인 공간으로 보이지만, 도서관이 갖는 개방성과 접근성은 도서관을 ‘가장 정치적인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p.224)


본인들의 입맛에 맞춰 도서관을 허물고 옮겨가며 도서관의 목적을 훼손하는 모습이 원망스러운 한편, 촛불과 응원봉이 그러했듯 민주화가 펼쳐진 장소 역시 도서관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민주화를 막으려 세운 도서관이 민주화로 인해 일어서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다. 


권위적이던 도서관 서가구조는 개가제로, 공간은 이용자 친화적으로, 검열되던 장서는 시민이 원하는 책으로,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까지(p.217), 도서관에서 자란 ‘이용자’가 도서관을 변화시켰다. 바뀔 수 있을 거라 기대해도 될까? 독자이자 이용자로서 원망보다는 희망을 택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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