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하는 삶 - 무위에 대하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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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하는 삶』은 현대 사회의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와 도파민 중독적인 환경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중요한 삶의 태도인 ‘무위’와 ‘관조적 삶’을 재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지속적인 성취와 소비, 자극을 추구하는 가운데 진정한 안식과 행복을 놓치고 있다고 진단하며, ‘무위’를 통해 이를 회복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무위’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깊이를 회복하고 창조적인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태도다. 저자는 이를 "인간 실존의 찬란한 형태"로 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에 반기를 든다. 우리가 ‘목적 없는 활동’ 속에서 진정한 창조와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위’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목적과 효용을 초과한 삶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무위를 통해 우리는 “목적 없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는 고유의 규칙과 효용을 넘어, 진정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창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즉, 무위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무위는 단순히 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전혀 다른 무언가'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을 제공한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행위하는 삶’을 비판한다. 아렌트는 인간의 자유와 불멸을 ‘행위’에 두고, 이를 중심으로 인간의 삶을 정의하나, 그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지나치게 활동적인 삶이 결국 자연과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가 맞이한 환경적, 사회적 위기의 근본 원인이 인간의 과도한 ‘행위’에 있다고 경고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조적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위의 윤리는 단순히 개인적인 안식의 추구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요구한다. 자연을 인간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만 여기지 않고, 그 자체의 고유한 가능성과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병철은 현대 문명의 위기가 인간의 과도한 ‘행위’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조적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위와 관조적 삶을 통해 우리는 다시 창조적이고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오늘날의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 각자가 ‘무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경고와 함께, 이 책은 무위의 가치와 그 창조적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저자의 철학은 단순히 ‘행위’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진정으로 인간적이고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도록, 그 속에 ‘무위’와 ‘관조’를 결합시키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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