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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평점 :
『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 명상이란 바다에 주저없이 뛰어들기
하루종일 누워 지칠 때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책상 앞에 앉을 일 없이 뒹굴거리는 시간이 사실은 쉬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명상'이 진짜 휴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이라는 제목 자체가 명상의 간결한 정의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이 갑작스레 머릿속을 채웠을 때, 순간 떠오르는 상념을 지나치지 않고 응시하는 것. 정의내리지 못했던 그 시간을 명상이라 부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명상은 오로지 마음을 지그시 응시한다. 자책이나 후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필요치 않다. 그저 모든 마음을 포용하기 위해 속을 파고든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빤히 들여다보는 게 불편할 수 있지만, 동요하더라도 결국 본질에 다다르게 되는 순간이 바로 명상의 시작이며 나라는 사람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방법이 된다.
목적 없음을 지향하는 책이기에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무관하지만, 명상을 생소한 개념으로 여겨왔다면 목차를 따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명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클리셰부터 시작해 집착과의 차이점부터 명상 이후의 과정까지, 한 칸씩 계단을 오르듯 찬찬히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명상이란 진흙 속을 묘사하는 수많은 단어들은, 매 장마다 동반된 예술 작품을 통한 비유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익숙했던 화가의 작품도 명상의 관점에서 보니 색다른 해석으로 다가와 신기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작품들을 감상하기만 해도 책의 목적은 충실히 이행될 테지만, 작품을 보면 자연스레 글이 궁금해져 나도 모르게 읽게 된다. 책이 만들어내는 세계에 어울리는 음악과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존재의 위태로움과 찬란함을 비눗방울로 묘사한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책 전체를 통틀어 중요시되는 것은 '수용'. 도움닫기 없이 곧바로 명상에 뛰어드는 것은 어렵다. 책에서 그림을 활용했듯 내가 나를 수용할 매개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명상은 시선이 닿는 방향을 뒤집어서 매일매일 자기 얼굴을 그려 보도록 유도한다. - P33
동기야말로 명상의 토대를 이룬다. 껍데기에만 머물 것인가, 아니면 저 깊은 심연까지 내려가 탐험을 계속할 것인가. ‘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생각을 더욱 단단히 굳힐 것인가, 아니면 거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인가. 자기 정체성에 더욱 간절히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과감하게 뚫고 나올 것인가.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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