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문판 제목과 비교했을 때 조금의 괴리감이 있었다. 표지만 보았을 때는 단순히 자연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이토록 낭만적인 제목이라니. 우리의 삶과 그들의 삶은 엄연히 다르고 서로를 신경쓰지 않는, 각자가 살기에 급급한 여정이 아닌가. 서로를 향한 '작별인사'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된 읽기는 점차 느리지만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겪는다는 점에서 그들과 같다.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아침의 새소리와 푸르른 풍경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의 매정하고 잔인한 면을 눈앞에서 목도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족들과 오래도록 가깝고도 먼 죽음을 매일 지켜봐왔다. 초록빛 세계의 동식물을 거리낌없이 본인의 삶에 들이기도 하고, 그저 관조하기도 하며, 곁에 머무르길 바란다. 무수한 시간에 존재하는 이 고요한 물결이 스쳐지나가도록 두는 것이 바로 저자가 모두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동요없는 글과 삽화는 우리 또한 흐름에 실재하게끔 만든다.

#을유문화사 #을유서포터즈4기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세상은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매일 가르쳐주고 있다.
너무 많은 움직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게 있기.
조용히 하기.
귀 기울이기. - P181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을 발견했다. 그것이 그 대가로 가져간 것은 반짝이는 철망 울타리에 들끓는 개미, 햇빛 속에서 은처럼 반짝이는 수천 개의 새로운 날개였다. 동물원에서 탈출한 매가 주 의사당 계단에서 줄을 끌면서 비둘기들을 즐겁게 죽이고 있었다. 콩가리 늪 속 어느 나무 안에 똬리를 튼 갈색 물뱀의 모습은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내 창문 밖 충충나무의 유황 냄새가 번개에 의해 반으로 분열되었다. 어둠 속 가면올빼미의 울음소리. 신선한 무화과의 맛. - P189

가족 안에서 살면서 내가 뭔가 배웠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밖으로, 밖으로, 밖으로, 양쪽 방향에서 확장되는 잔물결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속한다.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 P3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