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가스라이팅 어머니로부터의 해방일지
스마일펄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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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조금 충격이었다.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책 속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에서 부모님이 겹쳐지는 순간이 있어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접하게 될 줄이야.

아직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들과 시간이 흘렀음에도 남아있는 감각들이 있다. 나와는 달리 안정되어 보이는 타인 앞에서 쉽게 말할 수도, 드러낼 수도 없는 이야기다.

가족, 혹은 같은 처지인 사람이 아니라면 내뱉는 순간 괜히 평범한 순간을 우울하고 불편하게 만들어버릴까봐. 내가 더 초라해보일까봐.

본작은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어머니와,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행해왔던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 극복해온 저자의 경험을 담고 있다.

시험 전날에도 어김없이 술을 먹고 공부하던 딸 방에 들어와 자신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냐던 외침, 술을 먹고 들어올 것이 확실한 새벽이면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황급히 방불을 끄고 잠든 척하며 화장실을 참았던 기억, 자고 있는 척하던 나에게 느닷없이 방문을 덜컥 열고 휴지를 내 머리에 집어던졌던 날, 밤낮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냉장고를 뒤지며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내다버리라며 소리를 지르고 식기를 깨뜨리던 나날. 가족들 전부가 있는 앞에서 거실 티비를 골프채로 부수고는 스스로에게 해를 입히던 날까지.

매일 아빠가 술을 먹고 들어오지 않았으면 했지만 일찍 들어오는 것도 싫었다. 집에 오지 않는 날이면 그날은 마음 편히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매일 벌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빠는 우리에게 한 행동을 기억하는 듯했다. 가끔 사과를 했고 맛있는 걸 사오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잠깐의 초코과자가 아니라 아빠가 더이상 그런 짓을 하지 않는 것이었음에도.

언젠가 함께 과일을 먹고 티비를 보며 웃을 때면 그 순간이 정말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폭력과 비폭력이 일정 주기를 거쳐 끝없이 반복되는 우리집이 과연 정상적인 범주의 가정이라 말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평화는 일시적이었으니까.

이후 가정폭력에 관한 책을 펼쳐본 건 지금이 처음이다.
바로 본작을 펼쳐 깨달은 질문의 답은 '아니다'였다.

또한, 해결을 회피하던 엄마와 폭력을 행하던 아빠에게 여전히 갖고 있는 원망이란 감정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판단이 섰다. 그래도 된다는 판단. 내게 다가온 가장 큰 감정은 다름아닌 안도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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