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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의 서재 탐험
김언호 지음 / 한길사 / 2023년 5월
평점 :
사실 책과 함께한 독서가들 중 전 대통령 문재인과 영화감독 박찬욱의 이야기를 가장 기대하고 펼쳐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인물로 다가올테니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책을 기억하게 만들 요소 중 하나일 테니까. 그러한 면에서 박찬욱의 이야기가 비교적 적은 듯한 것은 아쉽다.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편집 형식도 마찬가지다. 인터뷰인줄 알았던 내용이 저자의 개인적 칼럼으로 변화하고, 모호한 문답 형식을 보여주는 편집은 마지막에 가서야 말하는 이를 뚜렷하게 적어준다. 서울신문에 연재됐던 칼럼의 형식을 거의 그대로 따라갔다. 가독성에 있어 독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다. 또한 서예가 박원규의 이야기는 그가 읽어온 책보다 서예가로서 걸어온 길에 훨씬 가까웠다. 따라서 본작은 그들이 읽은 책 이야기가 아니라, 책이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책을 앞세워 성장했던 마포구는 출판 창작사를 내쫓고, 경의선 책거리를 폐지하겠다며 나선다. 종이값과 책값은 나날이 오르고, 온라인 서점에서의 무료배송 기준은 더이상 만원이 아니다. 어지러운 세상 속, 오랫동안 출판계에 몸담아온 김언호의 질문은 날카롭다. 출판사와 편집자의 역할에 대한 정당한 인식의 부재, 흥미로의 독서는 뒤로 한 채 독서의 효과와 기능만 강조되는 교육, 언론의 범죄적 행태. 얕은 지식을 가진 독자로서 그의 질문 하나하나를 읽어내는 것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지식인들의 담론을 엿보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독서가의 입장에서 그토록 많은 책을 읽은 사람들 또한 여러번 도전해도 완독에 실패하는 책이 있고, 어려운 작품이 있다는 사실에는 의외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꿈꾸는 도서관의 모습을 보여준 한경구의 이야기가 깊게 와닿았다. 지금까지 봐왔던 도서관의 이상향에 가장 가까운 곳은 파주출판도시의 지지향이었는데, 책과 사람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간이다. 외부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변하지 않는 종이책의 힘이, 온전히 그 빛을 발휘할 수 있는 때와 장소가 넓혀지길 바란다.
분명한 건, 하고싶은 말을 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