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치고 서울대 - 전공적합성 공부로 진로 찾은 아이들 닭치고 서울대
뽕샘(이봉선) 지음 / 이야기공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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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마지막은 없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자신에게 묻는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표정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그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할 욕구가 생리적인 욕구이다. ··주가 해결이 되어야지 그 다음 단계인 안전의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 신체적인 안정감을 이루어야 3단계인 사회귀속의 욕구로 이어지고 마지막 단계인 자기실현의 욕구까지 다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실현의 욕구이다. 자신에 대한 배려와 즐거움을 삶의 최우선으로 정하고 그 외의 다른 것들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들에게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그 다음 세대가 Z세대이다. 지금 10대를 이르는 말로 미디어와 IT에 능하고 스스로가 삶에서 최우선이 되는 세대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디서부터 그들의 생각을 읽어가야 하는지 모호하다. 그런 10대에게도 삶에 있어서 갈림길은 입시에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서 입시제도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발임에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늠해봐야 할 자기 점검의 기로인 것이다.

   『닭치고 서울대라는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제목에서 나오는 아우라에 두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입 다물고 서울대에나 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로 닭을 키우고 서울대를 가라고 큰 소리 치는 모습이기도 했다. 어쩌면 서울대라는 대학 이름이 가진 무게감에 더 끌렸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뽕샘의 입시전략서이다. 뽕샘이 알려주는 입시 비법은 제법 괜찮다. 그리고 아주 현실적이다. 그런데 단순히 입시 전문 책이라기에는 책이 주는 메시지가 단단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 책에 스무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입시를 마치고 맞는 나이 스무 살과 스무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우연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무기력함을 넘어 닭을 치면서 암탉의 서열, 집단따돌림, 먹이에 대한 반응 등을 통해 학습과 연관 지어서 반응을 살피고 유추하며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찾은 아이,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오기로 삶을 역전한 아이, 자신의 특기적성인 예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공부한 아이, 대학에 합격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입학식도 못해본 아이, 부모님의 바람대로 대학에 가야만 했지만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찾은 아이 등등 우리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 사례로 나온다. 그리고 뽕샘의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가 더해져서 책에서 그 진심이 더 진하게 전해진다.

   아직은 입시가 아이들의 성적을 판단하고 사회의 첫 발을 결정하는 수단이다. 입시의 무게감과 무거움은 이 책에 소개한 아이들처럼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준비하고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렵다 어렵다고 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나를 알고 나에 맞는 입시 전략을 세우면 그 싸움은 늘 승리일 것이다. 비록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더라도 일단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수능을 준비했을 때 이런 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조금 부럽기까지 했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을 이 책을 보면서 점검해 보기도 했다. 입시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인생 공부도 이 입시 전략에 맞추어서 전략적으로 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공부가 시작된다. 뒤집고 앉고 서기를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타인을 모방하며 언어와 행동을 배운다. 학교를 다니면서 기본적인 소양을 익히고 사회에 나와서 사람을 통해 삶의 다양한 이면을 세부적으로 배운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삶이 그만의 역사로 기록이 되고 켜켜이 쌓여 자기 자신이 된다.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처럼 자신만의 자화상을 그리며 나답게 변모해 간다. 삶에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아주 중요하다.

   입시전략서라고 읽던 닭치고 서울대가 읽으면서 점점 뽕샘의 진한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응어리진 무엇인가를 털어내고 다시 채우며 그렇게 그는 진짜 선생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가 자신의 부모님을 소환한 추억의 부분들이 입시전략처럼 차곡차곡 쌓여 그의 삶의 전략이 된다. 나는 뽕샘의 전공적합성을 인생적합성으로 부르고 싶다.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자 삶에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부표이다.

   나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입시를 앞 둔 모든 10대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에게. 또 자신의 삶의 응어리를 품은 모든 이들에게 격하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삶의 입시는 결국 매 순간 다가온다. 마지막에 마지막은 없다. 매 순간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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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숲 2020-10-1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공적합성은 인생적합성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말을 들어봤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종식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어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적합성‘

이런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말해야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선택을 앞두고
많은 부모님들이 전공적합성의 취지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이 한 마디로
길을 열어가야겠습니다.

‘인생적합성‘

매 순간이 시작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낮달 2020-10-18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언제나 걱정이다. 아이에게 맞는 전공을 찾아줘서 오랫동안 자신의 일을 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아이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등대와같은 불빛을 제공한다. 닭치고 서울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인생의 적합성을 찾아주는 안내서이다.

이제이 2020-10-1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매 순간이 시작이라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AI 니 4차산업이니 해도 여전이 인간만큼은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고 고뇌하고 고뇌하고.. 헤매는 듯 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네요. 나침반이자 삶에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부표라~~ 하나의 깨달음. 위로라도 받는다면 이 책의 가치는 그 이상일 것 같네요. 더불어.. 함께 고뇌하고 갈길을 매번 잃어 버리는 부모들에게도요.
 
걸리버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94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혜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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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는 여행을 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의 한계에 도전한다. 자신의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그는 모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릴리 퍼즈로부터 후이늠국까지 여러 대륙을 여행하면서 그는 그 나라의 제도, , 풍습, 문화 등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생활방식 그대로를 존중해 준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섬 안에 산다. 스스로가 만든 프리즘에 반사된 철학이 생기고 규칙을 따르며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한 나라의 제도 안에서 살지만 각기 다른 한 인격체로서 자기만의 섬을 만들어 나간다.

누구를 소인국이라 부르고 그 누구를 후이늠국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시각에 따라 그 섬의 이름을 여러 가지로 불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언어였다. 걸리버는 섬에 표류하자마자 언어의 불통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그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 그들이 쓰는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 언어를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로 그는 언어를 습득하고 언어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걸리버가 겪은 모험을 설명하기에는 후이늠국의 언어는 한계가 있었다. 그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생성과정과 함께 발전해 나간다. 경험의 비례만큼 언어의 사용 깊이도 비례하는 것이다.

이것은 달리보면 각 개인이 가진 경험의 크기가 그 사람의 언어 영역을 만들고 그 사람이 살아갈 나침반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 나침반의 크기가 아닌 그 나침반이 가진 무게만큼 우리가 살아갈 방향은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당신은 어떤 섬을 만들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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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는 나보다 잘났다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을 위한 뇌 과학
프란카 파리아넨 지음, 유영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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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아이에 대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특수 제작한 보청기를 끼자마자 눈동자를 크게 뜨며 낯선 세상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시각적 정보만으로 무엇인가 판단하고 학습하던 아이에게 청각적인 정보는 큰 충격이자 새로움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뇌에 관한 이야기이다. 쭈글쭈글한 주름진 뇌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 있다. 그 기관이 어떤 일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뇌의 문제성 있는 행동 패턴은 단순히 시각·청각 등의 지각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인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빈도가 더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서 뇌는 바쁘게 움직인다. 여기에 타인의 생각을 인지하기 위해서도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뇌는 생각의 속도를 높인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때론 논리적이고 숙고적인 과정이지만 때론 추측하고 더듬어 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지적인 차원에서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을 생각할 때, 내측 전전두피질, 좌우측두정엽의 최소 세 영역이 활성화된다. 내측 전전두피질은 시간적 요소와 관련하여 타인의 움직임 등 다른 많은 정보를 고려하도록 됩니다. 좌우측두엽은 주의력, 사람 식별, 단기적 미래 예측이라는 기본 능력을 토대로 틈새를 찾는다. 우리의 뇌는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타인의 마음이해까지 바쁘게 움직인다.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서 신경써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를 기쿠바리라고 한다. 집안에 손님이 왔는데 손님이 먼저 물을 달라고 하는 것은 서로 실례하고 한다. 손님이 먼저 말하기 전에 그것을 예측해서 물어봐 주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아마 일본인들의 기쿠바리 정신은 그들의 사회인지 능력을 더 향상시켜주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과의 어울림이다. 혼자서 산다면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판단 또는 지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과의 어울림 속에서 살아간다. 감정인지를 넘어 사회인지까지 다양한 조합과 결합 그리고 해석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좀 더 유연한 사고와 인지를 위해 책을 통한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고전속의 인물을 통한 배움은 뇌를 더 정확하고 더 아름답게 쭈글거리게 하는 일이 아닐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뇌는 더 많은 일을 하는 모습에 놀랍고 대견해 보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나의 뇌에 대해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 듯 했다. 뇌를 들여다보면, 삶이 조금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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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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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공간에 머문다.

, 학교, 사무실, 공연장, 카페 등등의 공간은 목적에 따라 그 장소가 가진 의미가 달라진다. 헤어진 연인과 자주 오던 카페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전직장은 이루지 못한 꿈으로, 학창시절의 학교는 공부에 대한 압박 등등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에는 다양한 공간이 나온다. 학교부터 다리까지.

이 공간은 그저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의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공간 활용이 곧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세밀하게 건축물을 그려내고 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학교다.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한 공간에 머문 곳이 학교가 아닐까 한다. 8시 등교, 오후 5시 하교를 하는 동안 우리는 학교 안에서 정말로 닭장에 갇힌 닭처럼 공부에 매진한다.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고 시간표대로 몸을 움직이고 시간표대로 온몸의 감각을 한 곳에 집중한다. 저자가 말한 교도소와 학교의 공통된 구조물이란 말에 갑자기 아이들의 생활이 가여워진다.

나 역시 그런 교도소 같은 학교를 나와 다시 교도소 같은(겉은 멋진 건물이지만.. 칸칸이 사무실인 건물이) 직장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복적인 일상에 반복적인 동선과 반복적인 패턴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앞에 있던 현충원은 아카시아 향기가 솔솔 나던 자리가, 고등학교 뒤편으로는 벚꽃이 흩날리던 그 공간의 추억은 아직까지 그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옛 기억에 머물러 있다.

창의적인 인재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창의적이지 못하게끔 학교는 아이들의 생각과 몸을 가둬 놓는다. 마치 죄수들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같은 공간에 수용하듯이 말이다.

자연을 벗 삼아 옛 선인들의 삶을 읊던 옛날 옛적은 아니지만 정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나를 잊고 그저 돈의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다. 생각의 울타리보다는 시멘트와 온갖 인공의 울타리에 나를 가두고 나의 삶을 한정해 놓는다. 즐거움과 행복의 의미를 삶의 가치가 아닌 돈의 가치로 매겨버린다.

다리 밑이 주는 여백의 미, 후드티의 내 공간, 도시 속 공원, 생각의 건축물, 소통의 공간, 사람과의 연결 다리 등등 도시가 품은 공간은 다양하게 우리의 삶에 스며든다. 그 아름다운 공간의 자리에 서로가 스며들어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이 풍요롭기를 바라본다.

지금 당신이 머무는 공간에는 어떤 도시가 자리하고 있는가.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에는 사람 나무가 서로 울타리로 연결되어 생각의 나무로 호흡하고 여유로운 도시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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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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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은 미세한 생물.

 

나는 미생물과 산다는 제목을 보고는 미생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균이나 감염 물질로만 생각해오던 미생물의 반란 혹은 이유 있는 해명에 가까운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드라마 닥터 하우스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주인공 닥터 하우스는 원인 모를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돌보면서 그들의 병명을 찾는다. 어느 날, 한 입원환자가 오고 그녀의 증상은 그 어떤 병명으로도 진단이 되지 않아 뚜렷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깔끔한 성격으로 몸속의 모든 세균(장세척에 집착)을 없앴다는 말이 힌트가 되어 치료가 이루어진다. 치료라는 것은 같이 사는 사람의 균을 몸에 넣는 것이었다.

 

이 책에도 나왔듯이 우리의 몸속에 대장균은 인간과 상리공생의 관계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도 만들어주고 잡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 대장균이 창자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대장균뿐만이 아니다 레지오넬라균도 그러하다.

생물이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로 나뉘고 생물의 DNA에 따라 고균역, 세균역, 진핵생물역으로 나뉜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순서를 짚어 가면 미생물은 지구에 산소를 처음으로 선물한 존재이기도 하다. 책 곳곳에 미생물에 대한 역사와 그들을 연구한 학자 혹은 그들을 오해하게 만든 일화가 숨겨져 있다. 조금은 어렵다고 생각한 생물학 시간 같은 책이 쉽고 재밌게 읽히는 것은 미생물이 나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태아에 관한 부분이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미생물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무균의 존재로 봤던 자궁 안에서도 태아는 엄마의 미생물을 있는 그대로 받게 된다. 그래서 엄마는 먹는 것부터 잠자는 것까지 모든 부분에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하지 않았을까.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보다 면역체계가 더 높은 것은 산고의 길을 타고 내려오면서 겪는 탄생의 과정에 있다는 이야기도 놀라웠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 적당한 장소와 적당한 때에 맞게 존재한다는 것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맞는 이야기이다. 대장균이 창자를 벗어나면 위험한 나쁜 균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 욕심을 부린다면 사람 역시 화를 입게 된다. 나의 그릇의 크기에 맞게 나의 마음의 자리에 맞게 산다면 늘 선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제 역할을 하며 살아 있다고 자신의 존재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래, 살아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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