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94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혜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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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는 여행을 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의 한계에 도전한다. 자신의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그는 모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릴리 퍼즈로부터 후이늠국까지 여러 대륙을 여행하면서 그는 그 나라의 제도, , 풍습, 문화 등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그들의 생활방식 그대로를 존중해 준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섬 안에 산다. 스스로가 만든 프리즘에 반사된 철학이 생기고 규칙을 따르며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한 나라의 제도 안에서 살지만 각기 다른 한 인격체로서 자기만의 섬을 만들어 나간다.

누구를 소인국이라 부르고 그 누구를 후이늠국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시각에 따라 그 섬의 이름을 여러 가지로 불릴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언어였다. 걸리버는 섬에 표류하자마자 언어의 불통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그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 그들이 쓰는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 언어를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로 그는 언어를 습득하고 언어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걸리버가 겪은 모험을 설명하기에는 후이늠국의 언어는 한계가 있었다. 그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생성과정과 함께 발전해 나간다. 경험의 비례만큼 언어의 사용 깊이도 비례하는 것이다.

이것은 달리보면 각 개인이 가진 경험의 크기가 그 사람의 언어 영역을 만들고 그 사람이 살아갈 나침반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 나침반의 크기가 아닌 그 나침반이 가진 무게만큼 우리가 살아갈 방향은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당신은 어떤 섬을 만들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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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는 나보다 잘났다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을 위한 뇌 과학
프란카 파리아넨 지음, 유영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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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에 대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특수 제작한 보청기를 끼자마자 눈동자를 크게 뜨며 낯선 세상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시각적 정보만으로 무엇인가 판단하고 학습하던 아이에게 청각적인 정보는 큰 충격이자 새로움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뇌에 관한 이야기이다. 쭈글쭈글한 주름진 뇌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 있다. 그 기관이 어떤 일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뇌의 문제성 있는 행동 패턴은 단순히 시각·청각 등의 지각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인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빈도가 더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서 뇌는 바쁘게 움직인다. 여기에 타인의 생각을 인지하기 위해서도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뇌는 생각의 속도를 높인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때론 논리적이고 숙고적인 과정이지만 때론 추측하고 더듬어 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지적인 차원에서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을 생각할 때, 내측 전전두피질, 좌우측두정엽의 최소 세 영역이 활성화된다. 내측 전전두피질은 시간적 요소와 관련하여 타인의 움직임 등 다른 많은 정보를 고려하도록 됩니다. 좌우측두엽은 주의력, 사람 식별, 단기적 미래 예측이라는 기본 능력을 토대로 틈새를 찾는다. 우리의 뇌는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타인의 마음이해까지 바쁘게 움직인다.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서 신경써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를 기쿠바리라고 한다. 집안에 손님이 왔는데 손님이 먼저 물을 달라고 하는 것은 서로 실례하고 한다. 손님이 먼저 말하기 전에 그것을 예측해서 물어봐 주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아마 일본인들의 기쿠바리 정신은 그들의 사회인지 능력을 더 향상시켜주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과의 어울림이다. 혼자서 산다면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판단 또는 지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과의 어울림 속에서 살아간다. 감정인지를 넘어 사회인지까지 다양한 조합과 결합 그리고 해석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좀 더 유연한 사고와 인지를 위해 책을 통한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고전속의 인물을 통한 배움은 뇌를 더 정확하고 더 아름답게 쭈글거리게 하는 일이 아닐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뇌는 더 많은 일을 하는 모습에 놀랍고 대견해 보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나의 뇌에 대해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 듯 했다. 뇌를 들여다보면, 삶이 조금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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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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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공간에 머문다.

, 학교, 사무실, 공연장, 카페 등등의 공간은 목적에 따라 그 장소가 가진 의미가 달라진다. 헤어진 연인과 자주 오던 카페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전직장은 이루지 못한 꿈으로, 학창시절의 학교는 공부에 대한 압박 등등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에는 다양한 공간이 나온다. 학교부터 다리까지.

이 공간은 그저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의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공간 활용이 곧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세밀하게 건축물을 그려내고 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학교다.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한 공간에 머문 곳이 학교가 아닐까 한다. 8시 등교, 오후 5시 하교를 하는 동안 우리는 학교 안에서 정말로 닭장에 갇힌 닭처럼 공부에 매진한다.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고 시간표대로 몸을 움직이고 시간표대로 온몸의 감각을 한 곳에 집중한다. 저자가 말한 교도소와 학교의 공통된 구조물이란 말에 갑자기 아이들의 생활이 가여워진다.

나 역시 그런 교도소 같은 학교를 나와 다시 교도소 같은(겉은 멋진 건물이지만.. 칸칸이 사무실인 건물이) 직장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복적인 일상에 반복적인 동선과 반복적인 패턴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앞에 있던 현충원은 아카시아 향기가 솔솔 나던 자리가, 고등학교 뒤편으로는 벚꽃이 흩날리던 그 공간의 추억은 아직까지 그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옛 기억에 머물러 있다.

창의적인 인재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창의적이지 못하게끔 학교는 아이들의 생각과 몸을 가둬 놓는다. 마치 죄수들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같은 공간에 수용하듯이 말이다.

자연을 벗 삼아 옛 선인들의 삶을 읊던 옛날 옛적은 아니지만 정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나를 잊고 그저 돈의 순리대로 살아가고 있다. 생각의 울타리보다는 시멘트와 온갖 인공의 울타리에 나를 가두고 나의 삶을 한정해 놓는다. 즐거움과 행복의 의미를 삶의 가치가 아닌 돈의 가치로 매겨버린다.

다리 밑이 주는 여백의 미, 후드티의 내 공간, 도시 속 공원, 생각의 건축물, 소통의 공간, 사람과의 연결 다리 등등 도시가 품은 공간은 다양하게 우리의 삶에 스며든다. 그 아름다운 공간의 자리에 서로가 스며들어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이 풍요롭기를 바라본다.

지금 당신이 머무는 공간에는 어떤 도시가 자리하고 있는가.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에는 사람 나무가 서로 울타리로 연결되어 생각의 나무로 호흡하고 여유로운 도시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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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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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은 미세한 생물.

 

나는 미생물과 산다는 제목을 보고는 미생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균이나 감염 물질로만 생각해오던 미생물의 반란 혹은 이유 있는 해명에 가까운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드라마 닥터 하우스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주인공 닥터 하우스는 원인 모를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돌보면서 그들의 병명을 찾는다. 어느 날, 한 입원환자가 오고 그녀의 증상은 그 어떤 병명으로도 진단이 되지 않아 뚜렷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깔끔한 성격으로 몸속의 모든 세균(장세척에 집착)을 없앴다는 말이 힌트가 되어 치료가 이루어진다. 치료라는 것은 같이 사는 사람의 균을 몸에 넣는 것이었다.

 

이 책에도 나왔듯이 우리의 몸속에 대장균은 인간과 상리공생의 관계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도 만들어주고 잡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 대장균이 창자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대장균뿐만이 아니다 레지오넬라균도 그러하다.

생물이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로 나뉘고 생물의 DNA에 따라 고균역, 세균역, 진핵생물역으로 나뉜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순서를 짚어 가면 미생물은 지구에 산소를 처음으로 선물한 존재이기도 하다. 책 곳곳에 미생물에 대한 역사와 그들을 연구한 학자 혹은 그들을 오해하게 만든 일화가 숨겨져 있다. 조금은 어렵다고 생각한 생물학 시간 같은 책이 쉽고 재밌게 읽히는 것은 미생물이 나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태아에 관한 부분이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미생물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무균의 존재로 봤던 자궁 안에서도 태아는 엄마의 미생물을 있는 그대로 받게 된다. 그래서 엄마는 먹는 것부터 잠자는 것까지 모든 부분에서 조심 또 조심해야 하지 않았을까.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보다 면역체계가 더 높은 것은 산고의 길을 타고 내려오면서 겪는 탄생의 과정에 있다는 이야기도 놀라웠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 적당한 장소와 적당한 때에 맞게 존재한다는 것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맞는 이야기이다. 대장균이 창자를 벗어나면 위험한 나쁜 균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 욕심을 부린다면 사람 역시 화를 입게 된다. 나의 그릇의 크기에 맞게 나의 마음의 자리에 맞게 산다면 늘 선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제 역할을 하며 살아 있다고 자신의 존재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래, 살아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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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직 혼자입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레몬컬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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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자다. 세상에 태어나 혼자라는 생각이 가장 가득할 때가 아프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가 아닌가 한다. 혼자이면서 혼자이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에 늘 우리는 누국가의 곁에서 외롭게 산다.

그 외로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 아직 혼자입니다를 읽으면서 그 외로움의 그림자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는 비혼자와 품절녀라는 이분화로 여자를 바라보지만 진짜 비혼자도, 진짜 품절녀도 없는 듯 했다.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혹은 사회적 인식 아래 우리는 사랑하고 살며, 살며 사랑하고의 과정이 아닌 늘 소비하고 생산하는 존재로 남는다. 특히 여자는 아이 생산이라는 큰 문제 앞에 나라는 존재는 늘 뒷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1982년생 김지영이 떠올랐다. 같은 여자의 이야기이지만 조금은 색이 다른 느낌. 한국이라는 사회에서의 여자와 일본이라는 사회에서의 여자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고 조금은 비슷하다.

 

진짜 여자는 무엇일까. 진짜 행복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적인 약속 앞에서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결혼이 주는 행복과 혼자산다는 행복 앞에서 그 가치를 저울로 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다르다. 단순히 비혼녀와 품절녀의 시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에 집중한다면 지금 이 시간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한다.

그 누구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이 아닌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길 바란다. 순례자의 길 같은 우리의 삶에 참으로 다양한 재미와 행복 때론 절망, 때론 아픔 그리고 삶 자체가 주는 의미가 크니까 말이다. 그래서 혼자라도 괜찮다, 둘이라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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