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을 읽는 밤 -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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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세계창작동화집을 읽으며 밤을 샌 적이 있다. 한 여자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아이의 작은 모험담이 상상의 세계처럼 펼쳐져 나의 잠을 빼앗아 갔다. 나는 밤새, 숲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아이의 둿 모습에 매료되어 잠을 잊었다. 이 책의 저자는 추리소설을 읽기 위한 분위기를 만든다. 가족들이 없는 밤, 미리 준비한 간식과 손전등 그리고 운 좋게 만난 천둥치는 밤을 말이다. 이렇게 완벽한 밤에 홈즈라는 인물을 만나 코난도일의 책과 사랑에 빠진다.

오랜 시간 우리들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책속의 매력적인 인물이 있다. 나에게는 그리스인 조르바조르바가 그러했고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 나오는 그 남자도 그러했고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도 그러했다. 홈즈는 그 인물들 중 단연코 1위가 아닌가 한다. 특히나 영국 BBC드라마로 재구성 된 이후로 그 인기는 더 깊어졌다. , 뒤 챙이 있는 모자를 쓴 초이성적인 홈즈, 언제나 사리분별한 왓슨 박사, 모든 악의 집결지 모리와트 박사의 인물 구조는 홈즈 시리즈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코난 도일은 의학을 전공했으며 20대부터 단편을 발표하고 소설에서부터 이혼법 개정, 콩고에서 학대 받는 아프리카인들의 고통 등에 관한 글까지 다양한 집필활동을 했다. 50여년에 걸친 집필 기간 동안 21권의 소설과 150편이 넘는 단편까지 상당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인상적인 여러 캐릭터를 창조하였지만 단연코 돋보이는 인물은 홈즈, 왓슨 그리고 모리아티이다.

소설 속 인물은 사건을 이끌어 나가며 독자와의 공감을 주고받는다. 셜록 홈즈에는 우리 현실에서 있을 법한 혹은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사건이 펼쳐진다. 특정한 인물들을 끌어와 단서와 매치시켜 몽환적이면서도 명쾌한 추리쇼가 된다. 초이성적이고 냉정한 그리고 감정이 없는 셜록은 상황과 순간으로 판단을 내린다. 언제나 친절하고 이웃집 아저씨같이 다정한 왓슨은 셜록의 곁을 지키는 유일한 친구이다. 모리아티는 똑똑하고 지적인 존재이지만 한 순간의 증모를 품고 악의 근원이 된다. 결국, 이 세 인물은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코난 도일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성적이고 감정이 배제된 코난 도일의 이상적인 모습의 셜록과 현실의 코난 도일인 존 왓슨 그리고 악한 모습(어떻게 보면 사건을 창조하는 그 자체)의 코난 도일의 모리아티는 이면서 의 인물이다. 너와 나를 떨어뜨려 놓고 보면 낯선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만나는 일상은, 매 순간이 지금이며 과거이고 나의 도플갱어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또 라른 나와 내가 만나 완벽한 내가 되고 독자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악한 나의 모습을 삽입시켜 놓는다. 그래서 코난 도일은 셜록의 죽음을 만들어 완벽한 나에 대한 경고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셜록이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완전한, 완벽한 이성은 죽지 않고 끊임없는 창조 안에 존재하며 삶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학문적, 문학적, 종교적 가치인 것이다. 물론 코난 도일은 사건의 창조가 글을 쓰는데 압박으로 작용하여 코난을 죽였다고 했지만 그의 내면에 내재된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코난 도일의 셜록을 보면서 나를 거울에 비춰본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 그리고 거울을 사이에 둔 나. 우리는 누구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별하거나 특별하지 않거나는 그런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린 일이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빛나는가. 그렇지 않은가. 스스로를 빛내기 위해서는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코난 도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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