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처럼 끈기있게
 

2010년 올 핝 해는 돌쇠처럼 끈기있고 부지런하게 생활하기 위한 다짐으로 돌쇠를 그려 보았습니다. 모두들 부지런하고 보람찬 2010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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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음반을 소개해주세요(이벤트)

 오래 전부터 음악을 들어 왔다. 내 생애 최고의 음반이라... 어느 손가락 깨물어 안아프 손가락 있으랴. 과거의 음악을 다 이야기하기에는 지독한 무리가 따르니, 최근 나의 귀를 즐겁게 해준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1) [Once]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Once]는 주인공의 대화가 많이 오가는 영화가 아니다. 그의 여자 친구가 그를 왜 떠났는지, 그녀는 왜 그리 남편 때문에 힘들어 했는지, 그가 여자 친구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그녀가 남편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이들의 주변을 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와 그녀의 표정과 노래면 충분하다.

 평소 거리의 악사였던 그의 노래를 좋아한 그녀는 어느 늦은 밤, 거리에서 목 놓아󰡐Say It To Me󰡑를 열창하던 그와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 둘의 만남이 마치 필연인 양, 그녀의 진공청소기는 고장이 났고 그는 진공청소기 수리공이다. 청소기를 수리해주기로 한 날, 다시 만난 이들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와 발견하고󰡐Falling Slowly󰡑란 곡으로 처음 화음을 맞추어 본다. 청소기를 고치러 그의 집으로 향하던 그녀는 버스 안에서 그의 이별 노래를 듣게 되었고, 그 후 그가 전해준 반주 위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사하였다. 이렇게 영화는 내내 그와 그녀 사이의 음악이란 중개자를 둔 채, 서로의 소박한 감정의 흐름을 풀어 간다.

 영화의 소박하며 잔잔한 흐름처럼 영화의 사운드트랙 또한 그 소박함에 동참한다. 이 둘의 만남과 삶의 이야기가 열정적이거나 화려하지 않듯이, 앨범의 사운드트랙 또한 기타, 베이스, 드럼 그 혹은 그녀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단촐한 구성이다. 앨범의 대부분의 곡들은 서정적이며, 따듯하여 듣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기타와 그녀의 건반 따뜻한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와 닿는󰡐Falling Slowly󰡑옛 여자친구와 했던 추억이 담긴 영상과 함께 흘렀던󰡐Lies󰡑, 그녀의 아름다운 음색이 단연 돋보이는󰡐If You Want Me󰡑,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풀밴드로 녹음이 진행된󰡐When Your Mind's Made Up󰡑그리고 그의 절규 어린󰡐Say It To Me󰡑등 음악 영화에 걸맞게 앨범의 곡들 하나하나는 영상과 겹쳐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음악으로 계속 우리의 눈과 귀에 살아 숨 쉰다.

 영화가 헐리웃 로맨스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데모 테잎을 녹음한 다음 날 그녀가 그의 저녁 식사 초대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따뜻함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엔딩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불장난으로 끝나는 엔딩이 아닌 소박했던 첫 만남에 걸맞게 소박하게 마무리한 감독의 연출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솔직하며 때로는 격정적이지만 우리가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한 그와 그녀의 음악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보낸다.

 

[Once]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2) 고양이 이야기

 어린 시절. 동네 작은 구멍가게를 하던 할머니 한 분에게 작은 상자 하나를 받았다. 신문지가 깔린 박스 안에는 작은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동그란 눈동자를 깜빡이던 그 고양이는 다른 생명체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난 어린 시절이면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기르던 병아리가 아닌 고양이를 부모님 허락 하에 기를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와 함께하는 고양이는 나에겐 자유스러움의 상징이다. 이들은 강아지처럼 충실한 면은 적지만,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집안 곳곳을, 동네 이곳저곳을 다닌다. 집에서 기르지만 애완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동물이랄까. 고양이는 참으로 바람과 같은 녀석이다.

  최근에 고양이를 주제로 노래하는 컴플레이션 앨범이 나왔다. 토이, 스윗피,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부터 소히, 네스티요나, 스웨터에 이르기까지 언더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14팀이 모여 고양이에 관한 14개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특히 앨범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토이와 스웨터의 목소리는 반갑기 그지없다.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고양이에 대한 생각 혹은 상상을 노래한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참여 아티스트들이 평소 즐겨 연주하는 장르에 충실한 곡들을 담고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발랄하게 혹은 기묘하게 때로는 섹슈얼한 고양이의 특성에 맞는 곡의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으로 고양이 이야기라는 앨범의 주제에 부합한 노래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앨범의 참여 아티스트만큼 부클릿이나 외관에 관한 공을 들인 이번 앨범은 귀여운 팬시상품과도 같은 이미지를 띄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20대 여성 구매자 층을 수용할 수 있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만나는 내적이나 외적으로 잘 갖추어진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앨범의 첫 번째 기획 의도는 음반시장에 새로운 구매층 형성을 위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앨범은 우리에게󰡐익숙한󰡑아티스트를 내세워󰡐익숙한󰡑고양이를 주제로 삼았다. 한 장의 앨범으로 인해 우리 음반 시장에 폭발적인 반응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앨범이 건투하여 [고양이 이야기]가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되었음 한다. 이 정도로 공을 들인 앨범이라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줘야 되지 않겠는가.

 고양이 이야기

 

 

 



 (3) Chris Cornell - [Carry On]

 시애틀 그런지 사운드의 맹주로 버림받은 청춘의 찬사를 받았던 사운드가든(Soundgarden)도 해체된 지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밴드 해체 후, 특별한 활동을 보이지 않는 다른 멤버와는 달리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행보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99년에 그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솔로 앨범 [Euphoria Morning]을 발표하였고, 최근까지 RATM(Rage Against The Machine)의 멤버들과 함께 그룹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의 보컬로 맹활약을 보였다. 사운드가든 해체 후에도 끊임없는 창작 활동을 보인 그는 최근 오디오슬레이브를 탈퇴하고 자신의 솔로 앨범에 집중하였고, 크리스 코넬로서 두 번째 행보를 담은 [Carry On]을 최근에 발표하였다.

 1999년에 발표하였던 [Euphoria Morning]이 사운드가든의 그림자를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건 독자적인 음악을 펼친 작품이라면, 이번에 발매 된 [Carry On]은 자신의 경력에 한 줄을 장식한 오디오슬레이브와의 단절과 과거로의 회귀를 담고 있다. 또한 최근까지 그의 목소리를 억압하였던 톰 모렐로(Tom Morello)의 변칙적인 기타 리프의 향연이 아닌 좀 더 편안하고 그의 목소리를 잘 표현해주는 음악을 들려준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터져 나오는 첫 곡󰡐No Such Thing󰡑에서 시작되는 과거로의 재 연결은 마치 그가 오랜 시간 떠나있었던 고향인 사운드가든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앨범을 감상하며 드는 한 가지 확실한 생각은 그는 사운드가든식 사운드에서 좀 더 자유롭고 성숙한 보컬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거로의 귀향이 한편으로는 앨범에서 전개되는 레퍼토리에서 오는 식상함으로 연결되어 앨범의 사운드는 사운드가든과 닮아는 있지만, 과거에 한 방을 들려주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져 있어 아쉬움을 준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Billy Jean󰡑을 슬로우-그라인드 풍의 색다른 리메이크를 제외하고는 뻔한 -이것은 이미 그가 과거에 다 들려준 스타일이라는 의미 - 전개는 [Carry On]의 약점이 되고 만다.

 크리스 코넬의 솔로로서 이력만을 따지면 아직 그의 음악적 독자성은 성립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계속된 그의 음악적 방향 잡기는 다음 앨범에나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진정한 그를 표현해줄 수 있는 크리스 코넬의 앨범을 말이다.

 Chris Cornell - [Carry On]

 

 

 



 (4) MOT - [이상한 계절]

 2004년, [Non-Linear]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평단에서 쏟아지는 이례적인 찬사로 가득 찬 앨범의 광고는 나에게 알 수 없는 반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지는 칭찬에 거부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런 이유로 멀리 했던 이들의 앨범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발매 후 1년 정도가 지난 후였다. MOT의 음악을 처음 듣고 나의 마음에 남은 것은, 평단의 찬사보단 음악에서 전해지는 위안과 고통의 공감이었다. 오랜 시간 나의 마음에 머물렀던 이들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기약이 없는 밴드의 두 번째 앨범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2007년, MOT이 만들어낸 [이상한 계절]은 역시나 MOT스러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감정을 쏟아내는데 있어서는 과거보단 많이 포용력이 있어졌다. 예전부터 MOT의 음악 - 내가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 을 들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은, 밴드의 음악은, 무책임하게 어느 장르로 말할 수 없는󰡐공허한 메아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밴드가 뱉어내는 이야기는 과거처럼 공허함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MOT의 음악에 끼어들 수 있는 소통의 틈을 만들어 두었다. 이것은 과거 밴드의 절망을 읊조리는 태도가 아닌, 아픔을 외침으로서 듣는 이에게 공감을 가지게 한다. 이렇게 [이상한 계절]을 통해 유해진 밴드의 표현은, 청자에게 음악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해줌으로서 암묵적 동의를 얻어내었다.

 밴드는 팬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묵묵히 함께 앓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한 계절]이 지닌 공감의 유대는, 이젠 음악이 자신들을 위해 함께 앓아주는 것이 아닌 팬들도 함께 묵묵히 앓아주게 해준다.

 MOT - [이상한 계절]

 

 

 



 (5) Megadeth - [That One Night : Live In Buenos Aires]

 메가데스의 최근작 [United Abominations]는 현재의 주류 음악팬들에게는 열광적 환호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밴드의 이름값에 걸 맞는 앨범이자 하나의 반가움이었다. 사실 지금은 메인 스트림에서 뜸한 메탈 음악이었기에 밴드의 복귀작은 더 반가웠을지 모른다. 평단과 오랜 팬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Unite Abominations]를 발판으로 메가데스는 다시금 예전과 같은 공격적인 투어를 강행하였고, 그 결과 중 하나가 이번에 발매된 [That One Night: Live In Buenos Aires]이다.

 지난 10월 28일 우리나라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기에 심정적으로도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That One Night: Live In Buenos Aires]는 밴드가 이 바닥에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듯이 메가데스의 최고의 베스트 트랙으로 선곡되어져 있다. 앨범의 수록 리스트를 살펴보면 비록 데뷔작[Killing Is My Business...]에 곡들은 누락되었지만, 밴드의 최악의 앨범이라 평가받는 [Risk]를 포함 이들이 발매한 앨범들에서 고르게 선곡되어있어 밴드의 베스트 음반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이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라이브 내내 밴드와 관객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 청자를 공연장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밴드의 연주에 이어지는 관객들의 떼창과 추임새 그리고 코러스까지 라이브 앨범을 위해 메가데스의 광팬들만 선별하여 모아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메가데스 또한 자신들이 방문한 도시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해주고 있어 관객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안겨 준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라이브 앨범이란 관객과 밴드의 일체되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감히 [That One Night: Live In Buenos Aires]를 메가데스 이름을 달고 나온 라이브 앨범 중 최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밴드의 내한 공연을 놓친 팬들이라면 반드시 체크해봐야 할 걸작 라이브 앨범이다.

※ 앨범에 수록된 곡 중'Coming Home'은 일본 발매반에만 수록된 곡으로 라이브 앨범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어졌다.

※ 지난 10월 내한 공연을 하고 간 밴드의 리더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nstaine)은 자신의 홈피에 한국 공연에 대한 굉장한 만족과 칭찬을 하는 글을 남기며,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내년 Gigantour에 한국을 포함한다고 하였다. (Gigantour는 머스테인이 직접 라인업을 섭외해서 도는 페스티벌식 투어이다. 첫 투어였던 2005년에는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가 공동 헤드라이너였다.) 

 Megadeth - [That One Night : Live In Buenos Aires]




 



 (6) 이승환 - [말랑]


 [말랑]을 소개하는 첫 문구는 이렇다. '주류 음악인으로는 거의 유일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승환이 11월 1일 미니 앨범 [말랑]으로 돌아온다.' 그렇다. 이승환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뮤지션이었지만 완벽한 대중 친화적인 뮤지션이라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동안 발표한 앨범들 속에서 그는 일반 대중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애달픈 발라드를 노래하는 반면, 대중음악에서는 평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로의 접근과 그의 음악 인생에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락 음악을 부르짖는 모습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매번 발표하는 앨범들마다 이러한 패턴 속에서 그가 펼친 다양한 시도는 [말랑]의 첫 구절을 장식한 주류 음악인으로는 거의 유일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구절은 현재 대중음악 팬들과 그의 거리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우회적인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들어 앨범의 숫자가 점점 늘어날수록 그만의 과도한 실험과 고집은, 평소 그의 음악에 쉽게 다가가는 초보 음악 팬들과 어느 정도 안다 자부했던 중수의 팬들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이승환 또한 골수팬들 그들만의 아티스트화 되는 인상을 받게 되었고, 그에게 주류 음악인으로는 독특한 위치를 주었을지 모른다.

 그런 그가 대놓고 말랑함을 노래하는 미니 앨범 [말랑]을 내놓았다. 앨범 타이틀 그대로 최근 들어 가장 말랑한 이승환의 모습을 흥겨운 힙합 사운드와 보사노바 그리고 전매특허인 애절한 발라드에 담아 놓았다. 말랑한 노래 모음집 [말랑]은 다음 앨범을 준비하면서 내놓는 그의 숨 고르기 앨범이자, 그를 가볍게 가까이 하였던 팬들에게 다시금 손을 내밀어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앨범에 수록된 5곡의 노래들은 그의 손을 뿌리치지 못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말랑]을 계기로 다시금 대중 친화적인 그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의 말랑한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밀려오는 알 수없는 허전함은 나이를 먹은 나를 아님 과거 진정으로 나를 흥분시켰던 그를 느끼게 하기에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앨범을 바탕으로 다음 앨범에서는 '환타스틱(Hwantastic) 몸짱' 의 모습이 아닌 다시금 '환타스틱한 음악'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승환 - [말랑]


 

 

 



  (7) James Blunt - [All The Lost Souls]

 아이러닉하게 신보의 보도자료에서 대부분을 할애한 지난 앨범 히트곡'You're Beautiful'의 후광은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의 세 번째 앨범 [All The Lost Souls]를 감상하는데 큰 방해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후광에 힘을 기울인 보도자료와는 달리 새 앨범을 통해 그는 음악적 변화를 꾀하였고, 이 변화는 'You're Beautiful'이 만들어준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로 고급 팝을 노래하는 도시 멋쟁이가 아닌,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며 대중성과는 별개로 자신의 음악이 진정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이번 앨범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제임스 블런트가 신보를 준비하는 도중 분명하게 밝혔듯이 앨범의 사운드는, 70년대 색깔을 띠고 있으며 전작과는 차별화된 느낌을 담고 있다. 오프닝 곡으로 자리 잡은'1973'에서 알 수 있듯이 앨범에 많은 부분을 70년대 중반의 길버트 오셜리번(Gilbert O Sullivan)류의 감수성 짙은 팝의 느낌을 살리는데 할애하였다. 앨범에서 70년대의 정서가 빛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감수성을 남발하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70년대를 노래하는데 수록된 10곡의 노래들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이번 앨범을 녹음하며 쉬운 길을 선택했다면'You're Beautiful'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복함이 넘쳐흐르는 대중 친화적인 팝을 양산하여 쉽게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보에서 대중을 위한 행복한 음악을 담기 보다는 음울하고 내성적인 미드템포에 실린 소심하고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주력하였다. 나약함은 때론 너무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보여 일반 팝팬들이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솔직함이 묻어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그런 거부감을 상쇄 시킬만한 매력이 있다.

 음반이 노래하는 사람의 솔직한 감정을 100%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가장 훌륭한 음반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이번 앨범은 올해 나온 음반 중 가장 솔직한 음반이라 본다. 그리고 그의 세 번째 앨범은 제임스 블런트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세련됨, 감성, 고급스러움이 아닌 솔직함이라는 것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물론 그의 솔직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의 기호 문제이겠지만. 

  James Blunt - [All The Lost Souls]


 

 

 



 (8) 김사랑 - [U Turn]

 '나는 열여덟 살이다.' 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와 함께 우리 앞에 등장한 김사랑. 십대 뮤지션의 등장이 우리 음악계에서는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정상적인 길을 벗어나 음악만을 위해 자신을 투자한 십대의 모습은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아직은 어린 나이에 작사, 작곡, 모든 악기를 연주하며 프로듀싱까지 소화해내는 재능을 지닌 소년의 등장에 매체의 주목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매체에서의 할애는 그의 음악적인 면보다는 정도(正道)를 벗어난 십대의 외적인 부분이었다. 그렇게 소수의 음악 팬들에게만 인상을 남긴 그는 2001년 2집 앨범을 마지막으로 화려한 등장과는 달리 조용히 잊혀져갔다.

 2007년 그의 세 번째 앨범 [U TURN]이 발매되었다. 무려 6년만이다. 10대의 당돌한 자신감을 외치던 소년은 어느새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청년이 되었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은 그의 성장과 함께 음악에서도 성숙이란 이름으로 묻어난다.

 10년 전 그의 여전한 목소리를 재확인할 수 있는 '괜찮아' 를 필두로 이미 첫 번째 싱글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위로' , 멜로디와 후렴구가 일품이자 다음 싱글로 기대가 모아지는 '하루살이'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락 비트가 느껴지는 '히스테리' , 'Mud Candy' 등 그의 세 번째 이야기는, 몽환적이면서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기반을 둔 모던 락을 지향하며 젊음의 에너지가 분노하며 충돌하던 지난 2집 앨범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어른스러워짐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앨범의 구성 또한 완벽함에 쫓겨 무언가 긴박함이 느껴졌던 과거의 앨범들과는 달리 여유가 느껴지며 음악에 대한 중압감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앨범에서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 김사랑표 사운드의 부재는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앨범의 타이틀은 [U TURN]이다. 떠난 자리에 되돌아 왔다는 의미가 아닌 항상 있던 자리를 빙 돌아서 왔단 의미가 크다. 비록 우리의 시야에는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늘 그 자리에서 노래를 해왔다는 것은 이번 앨범에서 여실히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유턴은 반갑기 그지 없다. 그리고 좀 더 김사랑스러운 사운드로 무장한 그의 다음 유턴을 기대해본다. 덧붙여 이번에는 기다림이 길지 않기를 바라며.


  김사랑 - [U Turn]

 

 

 



(9) Jeff Buckley - [So Real : Songs From Jeff Buckley]

 󰡒최근 20년 동안 그는 최고의 가수였다. 제프 버클리(Jeff Buckley)는 이 시대의 최대 상실이다.󰡓- 지미 페이지 (Jimi Page)

 󰡒제프 버클리는 소리 바다 속에 순수한 한 방울 이다.󰡓- 보노(Bono)

 

 90년대 음악계가 입은 가장 큰 손실은 제프 버클리의 죽음이었다. 대외적으로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안타까웠기 때문일까? 사후 그와 관련된 편집 앨범, 라이브 앨범 그리고 미공개 곡 모음집 등 다양한 음반이 공개되었고, 이런 일련의 앨범 발매는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어느 정도의 위안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이것도 먼 나라 얘기인 것이 이러한 음반들은 한국 땅에서는 소개되지 않아 제프의 팬들에게는 남의 떡일 뿐이었다. - 하다못해 그의 데뷔작 [Grace] 또한 몇 해 전에야 겨우 국내에 정식 소개되었다. -

 국내에서 그의 팬이 일련의 앨범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던 상황 속에서 이번에 발매된 [So Real : Songs From Jeff Buckley]는 그를 알기 위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길잡이와 같은 앨범이다.

 본작은 이번 앨범을 통해 빛을 보게 된 스미쓰(The Smith)의󰡐I Know It's Over󰡑를 필두로 미공개 모음집에서 빛을 보게 된󰡐Forget Her󰡑, 라이브 단골 레퍼토리이자 그가 유년 시절 흠모하였던 에디뜨 삐아프(Edith Piaf)의󰡐Je N'en Connais Pas La Fin󰡑, 어쿠스틱으로 연주되는󰡐So Real󰡑과 원곡보다 더욱 헤비해진󰡐Eternal Life󰡑데뷔작 [Grace]에 베스트 트랙인󰡐Grace󰡑,󰡐Last Goodbye󰡑, 송가󰡐Hallelujah󰡑에 이르기까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최고의 트랙들만을 담아 놓은 베스트 성격이 짙은 앨범인지라 국내 팬들에게는 더욱 값진 의미로 다가 온다.

 1994년 희대의 명작 [Grace]를 발표한 제프 버클리는 2집 앨범을 작업하던 중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비록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겨 놓은 채 세상과의 끈을 놓았지만, 데뷔작 [Grace]가 남긴 그의 향기는 음악계, 음악팬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며,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여전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지금 한편으론 가슴이 무거워진다.


   Jeff Buckley - [So Real : Songs From Jeff Buckley]

 

 



  (10) 레이지 본 - [나는 새]

 밴드 사운드의 대대적인 전환을 가져왔던 EP 앨범 [Leave Behind Emotion]은 짧은 러닝타임과 단 네 곡의 커버 곡으로만 이루어진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현재진행형의 상태를 바라보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비록 이들이 10여년의 시간동안 고수해온 스카 펑크밴드로서의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밴드가 당시 처한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정체하기 보다는 변화를 통해 발전적인 길을 모색한 점이 팬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점이었다.

 이들이 EP 앨범 이후, 1년 만에 발표한 정규 4집 앨범 [나는 새]는 밴드가 지난 앨범에서 가졌던 사운드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표출해내며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레이지 본을 선포하였다. 앨범의 타이틀이자 타이틀곡인󰡐나는 새󰡑에서부터 밴드는 그들의 속내를 드러내는데, 스카 펑크 밴드로서의 날개는 접었지만 감성 펑크라는 이들이 새롭게 발을 들여 놓은 신천지(新天地)에서 다시금 나는 새가 되어 비상하기를 바라는 밴드의 암묵적 의지를 담아내었다.

 예전 앨범과는 다르게 건반 사운드가 빠지고 기타 위주의 시원하고 거친 사운드로 무장한 이번 앨범은, 밴드가 새롭게 주창하는 감성 펑크라는 공식에 걸맞게 전체적으로 절절한 멜로디와 밴드의 연륜에 걸맞게 깊어진 감성은 일반 음악팬들도 흡수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하지만 과거 앨범들에서 다루었던 청춘군상들의 소소한 일상들 다채로운 주제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사랑 이야기로만 주제들이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 강해 아쉬움이 남는다.

 레이지 본의 4집 앨범 [나는 새]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새롭게 출발하는 밴드의 입장에서는 1집 앨범으로 봐도 무방한 앨범이다. 과거 밴드가 가졌던 유쾌하고 흥겨운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며 발전해가는 감성펑크 밴드 레이지 본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거 같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적어도 그 기대에 실망을 안기지는 않을 것이다.

 

    레이지 본 - [나는 새]

 

 



  (11) Bon Jovi - [Lost Highway]

 80년대 팝 메탈의 영광도 사라진지 오래.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차트를 누비던 팝 메탈 밴드들은 이제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유독 한 밴드만은 꿋꿋하게 차트와 대중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밴드는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이하는 본 조비(Bon Jovi)로 이들은 급변하는 음악계에 시류와는 상관없이 대중의 지지는 물론 여전한 밴드의 정체성을 관철시키고 있다. 본 조비가 이렇게 세월을 뛰어 넘어 장수 밴드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시간에 따른 밴드의 성장하는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앨범에 담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밴드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던 [Keep The Faith]는 이들을 더 이상 언니들을 위한 락 밴드가 아님을 인식시켰고, 후속작 [These Days]는 밴드를 성인 취향의 락 밴드로 등극시켰다. 2000년 들어서도 여전한 밴드 특유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21세기 신세대의 감각을 흡수한 앨범들의 발표는, 본 조비를 80년대 팝 메탈의 유물이 아닌 여전히 주목받을 수 있는 락 음악계에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해주었다. 이렇게 여전한 태풍의 눈 본 조비는 2007년, [Have A Nice Day] 이 후 2년 만에 밴드의 열 번째 이야기를 담은 [Lost Highway]를 들고 다시금 대중에게 돌아왔다.

본 조비의 통산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Lost Highway]는 발매 전 나돌았던 소문처럼 전체적으로 컨트리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앨범 발매 전의 우려와는 달리 앨범을 끝까지 감상해보면 컨트리 사운드의 수용은 밴드의 진화를 위한 하나의 방법의 채용일 뿐, 컨트리 밴드로의 전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눈치 챌 수 있다.
앨범에서 첫 번째 싱글 커트된'(You Want To)Make A Memory'는 기존의 본 조비식 전형적인 락 발라드가 아닌 절제를 통한 조금씩 상승되어가는 곡의 전개로 몰입도를 높여준다. 컨트리 가수 리앤 라임스(LeAnn Rimes)와 함께한 아름다운 듀엣곡'Till We Ain't Strangers Anymore' , 경쾌한 질주감이 느껴지는 오프닝 트랙'Lost Highway', 멤버 각자의 이별을 노래하는 미디움 템포의'Everybody Broken',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One Step Closer'등 이렇듯 이번 앨범은, 컨트리 사운드를 수용함으로서 전체적으로 힘이 들어가고 젊음 취향의 스타일리쉬한 느낌이 강했던 21세기 이후의 세 장의 앨범들과는 달리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청취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한다.

본 조비의 음악을 두고 더 이상의 락 음악의 이단아니 계집애들의 락이니 하는 논의는 2007년을 사는 지금 의미가 없는 일이다. 밴드에게 락 스피릿을 울부짖으며 밴드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일반 대중음악 팬을 위한 모범적인 락 밴드로 인정을 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이라 본다. 이렇게 확실한 대중의 락 스타로서 자리매김한 본 조비의 앞날도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Lost Highway] 앨범의 커버 사진과 마찬가지로 거침없을 것이다.


  Bon Jovi - [Lost Highway]

 

 



  (12)  Frank Zappa - [Sheik Yerbouti]

 상식과 범위를 뛰어 넘어 희대의 대량 표현욕을 자랑하던 음악계에 변태라 할 수 있는 프랭크 자파(Frank Zappa)는 그의 이름을 걸고 나온 정규 앨범만으로도 60여장이라는 방대한 디스코그래피가 말해주듯이, 그는 음악에만 집착하며 평생을 창작열이라는 매서운 채찍질을 자신에게 가한 사람이었다.

 그가 발표한 수많았던 작품들은 하나의 장르로서의 양식을 지녔다기보다는 기존의 음악이 가졌던 상식과 일반적인 범위를 뛰어 넘어 대중의 평범한 청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단적 행위의 결정체였다. 매 앨범마다 주체할 수 없는 각기 다른 자기 표현욕으로 가득 채워진 앨범들은 그의 내면에 잠재된 여러 자아를 대변해주었다. 지금 소개하는 1979년 작 [Sheik Yerbouti]는 대중적인 면과 더불어 다채로우면서도 펑크계 전반에 걸쳐 지존으로서 관록을 충분히 보여준 앨범으로 개인적으로도 그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발매 당시 두 장의 LP로 발매된 본 작은 수록된 전 18곡 대부분이 라이브 녹음을 기초로 하여 만든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특히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서정성으로 치장한 외설의 향연은 일반적인 음악 팬들까지 사로잡으며 그의 앨범 중 가장 성공한 앨범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프랭크 자파의 애창곡이자 두 웝인󰡐I Have Been In You󰡑, 의외의 디스코 곡인󰡐Dancing Fool󰡑, 경망스러운 가스펠 펑크인󰡐City Of Tiny Lites󰡑, 프랭크 자파식의 탱고를 들려주는󰡐Sheik Yerbouti Tango󰡑, 기존의 펑크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진정한 펑크인󰡐I‘m So Cute󰡑등이 주목할 곡으로 귀를 사로잡는 화려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그간의 작품들이 개성 넘치는 사운드로 일반 대중들이 다가서기 힘든 점이 적잖아 있었다면 그는 이 앨범을 통해 수록곡인󰡐Dancing Fool󰡑로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Sheik Yerbouti]는 70년대를 마감하고 80년대 새로운 시대를 여는 그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

   
   Frank Zappa - [Sheik Yerbouti]

 

 



   (13) The Smiles - [Strawberry T. V Show]

 어둑한 클럽 한 구석에서 우울하게 모던 락을 곱씹거나, 현란한 조명 아래 일렉트로닉 비트에 몸을 던질 법한 젊은 친구들이 지금의 관점에서 가장 순수함을 간직했던 60년대 팝 음악을 꿈꾼다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에 있어서도 실로 반갑기 그지없는 일 이었죠. 하긴 앨범 표지에서 들어나는 이들의 싱그러운 미소와 조금은 뻣뻣해 보이는 자세는 앞 서 말한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는 하네요.

 오랜 시간 준비를 거쳐 빛을 보게 된 스마일즈(The Smiles)의 데뷔 앨범 [Strawberry T. V Show]는 이미 서두에서 혹은 뮤지션 인터뷰에서 밝혀진 대로 60년대 팝 스타일의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언급하며󰡐복고󰡑란 단어를 언급하고 싶진 않은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밴드의 음악을 가만히 감상하고 있으면 이들의 음악이 옛것에 대한 향수의 자극이라기보다는 싱그럽고 순수한 시절의 음악에 대한 동경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이유인 즉, 60년대 유행했던 버블검 사운드(Bublegum Sound), 걸 팝(Girl Pop) 그리고 A&M 사운드를 지금 시점에서 구사한다는 것이, 현재의 뮤직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선택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마일즈의 데뷔작은, 음악이 지닌 순수함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어린 친구들의 장난스러움 가득한 밴드 놀이로가 아닌 멤버 개개인의 녹록치 않은 음악적 기량을 느끼기에 충분한 성과를 담아내었습니다. 흥겨운 렉타임 피아노가 일품인 짧은 소품󰡐Strawberry Rag󰡑과 밴드의 역량이 집결 된 곡이자 5번 트랙인󰡐Long Long Beach' 의 확장 버전이라 할 수 있는 13분여의 대곡󰡐Monglong Beach󰡑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Monglong Beach󰡑는 60년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선배 밴드 히식스(He6)의 싸이키델릭 사운드의 매력마저 묻어나오는 앨범의 강추 트랙이기도 합니다.

 스마일즈의 데뷔 앨범은, 인간적이고 싱그럽고 순수하며 젊음의 패기를 과장 없이 담아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밴드의 지금과 앞으로의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Strawberry T. V Show]는 당신에게 마지막 여름의 추억 만들기를 위한 훌륭한 소품이 되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요.

 

 

 The Smiles - [Strawberry T. V Show]

 

 

 

 

 (14) Foo Fighters - [Skin And Bones]

 디멘션(Dimension) 기타리스트 마스자키 다카시는 말했다. “관중들 앞에서 어쿠스틱 연주를 보인다는 것은 발가벗은 나를 만인에게 공개하는 거와 같은 부끄러운 기분이 들게 한다.” 얼마나 어쿠스틱 연주가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기다. 비단 그뿐만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관중들 앞에서 생연주를 보이는 것을 그리 녹록치 않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쉽지 않은 일이 오래 전부터 자신의 소망이었다며 그 소망을 이룬 남자가 있다.

 사실 그의 꿈은, 전설로 남게 된 너바나(Nirvana)의 언플러그드 음반을 통해 발현되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드럼 스틱을 쥔 채 묵묵히 드럼을 연주하는 것이 사명이었기에 그의 꿈은 온전하게 발현하기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의 오랜 꿈에 대한 열정은 지난 8월 할리우드에 위치한 팬터지스 극장에서 성사될 수 있었다. 약 3000여명이 운집한 극장에서 그는 더 이상 뒤에서 묵묵히 드럼을 치는 역할이 아닌, 기타와 목소리로 완전한 꿈의 발현을 이루어 냈다.

 꿈을 이룬 남자 그는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리더인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다. 더 이상 너바나의 그림자가 아닌 스스로의 자아 찾기의 결과물인 푸 파이터스의 십년간의 행보를 본 작을 통해 어쿠스틱 연주로 담담하게 풀어내었다. 전 작인 [In Your Honor]가 그의 목을 적셔 주었다면, 본 작은 완전한 갈증 해소를 해냈다고 할 수 있다. 라이브로 진솔하고 단백하게 풀어내는 밴드의 노래들은, 그들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자 너버나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쳐낼 수 있는 결과물이 되었다.

 데이브 그롤, 그는 어쿠스틱 라이브를 통해 살과 뼈(Skin And Bones)를 드러내는 부끄러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움을 감수한 그의 꿈을 향한 열정은, 푸 파이터스의 팬들에게는 그들의 행보 중에서 가장 뜻 깊은 선물로 남을 것이다.

 

  Foo Fighters - [Skin And Bones]

 

 



  (15) Ozzy Osbourne - [Black Rain]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점점 좋아진다는 뜻을 지닌 노익장이란 말은, 지금 내 앞에 놓인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새 앨범 [Black Rain]에 가장 적합한 단어이다.
그가 2001년 작 [Down to Earth]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Black Rain]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오지 오스본의 노익장 과시 혹은 회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Black Rain]은 전반적으로 이 바닥에서 놀만큼 논 오지 오스본의 연륜과 노하우가 적절히 반영된 사운드를 담아내었다. 전체적으로 스피드한 질주를 지양하고 미드템포의 트랙들과 발라드 넘버들을 사이사이에 배치하여 완급조절을 통한 음악적 노련미가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그의 팬으로서 세월이 흘렀음에도 오지의 여전한 아니 오히려 회춘한 듯한 광기에 찬 특유의 비음 보컬은 음반을 감상하는 내내 지금이 2007년이라는 현재의 시간을 잊게 만들만큼의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목소리는 옛 오른팔이었던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Zakk Wylde)와 조우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함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또한 신작에서 반가운 점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지만, 그동안 자신의 밴드인 블랙 레이블 소사이어티(Black Label Society)의 활동으로 분주했던 잭 와일드가 다시 돌아와 특유의 힘 있는 피킹 하모닉스와 강렬한 핑거링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잭 와일드의 또 다른 정체성을 상징하는 컨트리적인 요소도 눈에 띠는데 타이틀 트랙인󰡐Black Rain󰡑에서는 컨트리풍의 하모니카을 만끽할 수 있다.

 그는 블랙 사바쓰(Black Sabbath)의 보컬로서, 오지 오스본이란 솔로 아티스트로서 쌓아온 명성과 헤비메탈계의 대부로서의 상징성만으로도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편안한 노후가 보장되는 아티스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타이틀에 안주하기보다는 새 앨범과 함께 헤비메탈이란 전장으로 다시금 몸을 던졌다. 그리고 신보에서도 그의 악마적 광기와 카리스마는 아직도 유효하다. 이런 그를 누가 노병 취급할 수 있다 말인가!?


   Ozzy Osbourne - [Black Rain]

 

 

 

지금까지 2년 사이 내가 즐겨 들었던 앨범에 대해 개인적인 리뷰를 담아 보았다. 내 생애 최고의 음반이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선택해 소개한 음반들은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한다면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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