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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ㅣ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의 마지막 공부》에서 필사하여 발췌한 내용입니다.
세상에 지친 다산도 문득 이런 의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자신을 위한 마지막 공부를 시작했다. 다산이 마주했던 마지막 삶의 주제는 바로 마음이다. 다산이 생의 마지막까지 붙들었던 책이 《심경》이다. 인간의 마음은 늘 휘청거리니 그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지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데 온 힘을 다함으로써, 그간의 공부를 《심경》으로 매듭짓는다. 아! 능히 실천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의 걸림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마음을 삶에서 버려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만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마음을 지켜내야 한다. 하루를 살아내면 미처 정리되지 못한 삶의 미련들이 내 안에 쌓여 독이 된다.
다산은 유배 초기에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가난한 떡장수 노파의 비좁은 집에서 뒷방생활을 했다고 한다. 다산은 《심경밀험》의 머리글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궁핍하게 일 없이 살면서 육경과 사서를 벌써 여러 해 동안 탐구했는데, 한 가지라도 얻은 것이 있으면 설명을 달고 기록하여 간직해두었다. 이제 독실하게 실천할 방법을 찾아보니, 오직 《소학》과 《심경》이 여러 경전들 가운데 특출나게 빼어났다. 진실로 이 두 책에 침잠하여 힘써 행하되, 《소학》으로 외면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내면을 다스린다면 거의 현인의 길에 이르지 않을까. 돌아보건대 나의 삶은 잘못되었느니 노년의 보답으로 갚아야 할 일이다. 《소학지언》은 옛주석을 보충한 것이고, 《심경밀험》은 몸으로 체험하여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다. 이제로부터 죽는 날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힘을 다하고자 하며, 경전을 공부하는 일을 《심경》으로 맺고자 한다. 아! 능히 실천할 수 있을까!"
《근사록》에는 "가난과 고난과 근심 걱정은 그대를 옥처럼 완성한다'라고 실려 있다. '역경과 곤궁은 호결을 단련하는 도가니와 망치다"는 《채근담》에 실려있는 글이다. 맹자는 더욱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내리려 할 때는, 먼저 그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뼈와 힘줄을 힘들게 하며,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에게 아무것도 없게 하여 그가 행하고자 하는 바와 어긋나게 한다. 마음을 격동시켜 성질을 참게 함으로써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마음을 잃고 상처를 받았기에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분노한다. 그리고 분노를 절제하지 못한다. 또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지만 가져도, 갖지 못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갖지 못한 사람들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하다. 사회의 불평등과 공정하지 못함에 분노한다. 가진 자들 역시 아무리 채워도 마음이 공허한 것은 가진 자들이 진정한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된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힘이 드는 것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결핍이다. 외로운 것이다.
《심경》의 핵심은 신독愼獨이다. 신독은 혼자 있을 때에도 하늘이 지켜보고 있기에 항상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기독교 신학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다산은 주자의 신랄한 지적을 넘어 신독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주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선비란 작자들을 볼작시면 써내려가는 글들마다 보두 성현의 말씀이다. 이에 대해 논하자면 그보다 더 잘할 수 없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전혀 의롭지 않으니 그 좋은 말들은 단지 시험지 위에서만 춤추고 있다."
다산은 이를 두고 목정이 없는 공부는 공부에 먹힌 '헛똑똑이'들만 낳을 뿐리라면서, 자신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도 고민하지 않은 채 그저 과거공부를 위해, 남들 앞에서 뻐기기 위해 책을 읽기 때문에 '먹물 괴물'들이 넘쳐난다고 비판했다. 다산이 해석한 신독은 혼자 있을 때의 단정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동굴에서 오늘도 어찌 버티낸 스스로를 반추하고 다독이는 시간이다. 따라서 그가 이야기하는 삼간다는 것은 더 많은 번뇌이고 성찰이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의 마음에게 묻는 진지함이었다. 다산은 사심이 없고 반듯한 인간에 대해 회의했다. 그에게 그러한 인간이란 지향하되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 따라서 다산이 제시한 우리네 보통사람이 취할 수 있는 삶의 자세란 비겁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늘 자신의 비겁함을 곱씹어보고 내일 조금 덜 비겁해지는 것이다. 살기 위해 마음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잃어버리게 된 마음을 다시 찾는 과정. 그것이 그에게 있어 공부의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