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
허병섭 외 지음 / 함께읽는책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이런 준비과정을 하면서 농사할 땅을 찾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수중에 돈이 없어서 남의 땅에 빌붙어 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했다. 다행히 내가 목회하던 교회(동월교회)에서 지원해 주어 전북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돈만 있다고 농촌에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아무 곳이나 갈 수도 없었다. 우리에게 적합한 곳이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곳이었다.
① 일조량과 물이 풍부한 곳
② 경관이 좋은 곳
③ 산업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
④ 앞으로 개발될 여지가 없는 곳
⑤ 땅값이 싼 곳
그리하여 우리의 농사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업이 아니라 생명을 농사짓는 생태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물론 수확량은 적다. 그러나 우리의 농작물이 각종 생명체드과 공존하면서 맺어주는 열매를 먹고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넉넉하다. 그러나 공과금과 세금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책임을 감당하기는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서야 하겠지만 우리는 그것 때문에 고민할 겨를이 없다. 생명의 공동체가 주는 감동과 보람과 가치가 너무나 크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없는 신바람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너희만 먹고 살면 되나? 여러 사람의 식량도 생산해야 하지 않느냐? 건강한 먹을 거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먹도록 할 책임과 사명이 있지 않느냐?" 라고 질문을 하기도 한다. 생태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요원한 꿈에 도전하는 삶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생명이 넘치는 농촌 생활을 위해서는 자연에 귀의를 해야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을 위해서 살아갈 때 진정한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구축하게 된다. 삶이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