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 - 농부, 버려진 땅에서 자연을 짓다
이와사와 노부오 지음, 김석기 옮김 / 살림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가까스로 고안해 낸 '갈지 않고 옮겨 심는 재배법''겨울철 담수 농법'에 대해서 슬쩍 그 대강을 설명하겠습니다. 본문에서 상세히 말하겠지만 '갈지 않기'란 문자 그대로 논의 흙을 갈지 않고서 모를 심는 것입니다. 벼를 벤 뒤 그루를 그대로 남겨 두고, 그 벼의 그루와 그루 사이에 올해의 새로운 모를 심습니다. '옮겨 심기'란 미리 모를 키워 놓고서 모내기할 때 그것을 옮겨 심는 것입니다. 논에 직접 볍씨를 뿌리는 곧뿌림법(직파법)이 아닌, 일반적으로 행하는 것처럼 모를 따로 키워서 모내기할 때 옮겨 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모를 기르는 방법이 일반적인 농법과는 다르게 어린모가 아닌 자란모로 하기 때문에 옮겨심기입니다.

 

'겨울철 담수'란 겨울 동안 논에 물을 채워 놓는 농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가을에 벼를 벤 뒤 논을 그대로 놔두고, 봄에 모를 내기 전 논갈이를 하고 나서 물로 채워 모를 심습니다. 반면 겨울철 담수는 겨울에도 논에 물을 채워 놓고서 논의 광합성을 촉진시키고, 식물 플랑크톤이나 그것을 먹이로 하는 동물 플랑크톤의 발생을 도와 벼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논에 공급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비료 없이도 재배할 수 있습니다. 또 잡초의 발생도 억제하기 때문에 농약 없이도 재배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벼가 지닌 본래의 힘을 활용한 자연농법에 우리가 가까스로 도달하기까지는 오낼 세월이 걸렸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후쿠오카 농법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해마다 11, 물을 뺀 갈지 않은 논의 그루와 그루 사이에 토끼풀과 벼의 씨를 이겨 넣은 진흙 경단을 뿌리고 발로 밟아 누릅니다. 이것이 씨뿌리기입니다. 먼저 저온에서 싹이 틀 수 있는 토끼풀이 싹을 내서 논은 토끼풀밭이 됩니다. 온통 토끼풀로 덮이면 잡초 생성이 억제됩니다. 이듬해 5월이 되면 토끼풀 사이로 벼가 고개를 내밉니다. 벼가 토끼풀보다 위로 자랐을 때, 논에 물을 확 넣습니다. 물에 잠긴 토끼풀은 죽어 버리지만 벼는 살아남습니다. 갈지 않고, 농약도 쓰지 않고, 비료도 쓸 필요 없는(뿌리혹박테리아가 천연 질소비료가 되기 때문에) 이 농법을 '갈지 않는 재배'라고 하는 것입니다.

 

후쿠오카 농법을 지금의 말로 한다면, 갈지 않는 곧뿌림(직파) 재배입니다. 곧뿌림이라는 점이 우리가 제창하는 옮겨심기 재배와는 다른 부분입니다. 후쿠오카 농법은 합리적이지만 지금은 안타깝게도 쌀을 둘러싼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후쿠오카 농법은 볍씨 한 알로도 많은 수확을 올리려고 한 당시의 상황(전쟁 이후)에서고안된 농법입니다. 더욱이 이 농법은 넓은 면적에는 알맞지 않고, 자기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직업으로서의 농업과도 맞지 않았습니다.

 

 

1996년 미국 농무부의 사라 라이트 박사는 글로말린을 발견하고 갈지 않는 재배를 장려했습니다. 균근을 만들어 식물과 공생하는 균류를 균근균이라 하는데, 글로말린은 균근균 가운데 진균이 배설하는 강력한 점착성 단백질입니다. 진균은 근권 미생물(뿌리 주변에 사는 미생물)이라 살아 있는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여 번식합니다. 논을 갈면 뿌리를 자르거나 부수어 진균이 말라 죽어 버립니다. 그래서 흙을 갈지 않고 재배하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모든 경작지의 50퍼센트 이상이 갈지 않는 재배로 대체되었고, 캐나다·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곡물 수출국도 갈지 않는 재배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밀의 산지로, 세계의 빵바구니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미국의 밀농사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밀을 1톤 수출하면, 흙을 2톤 수출하는 셈리아고 합니다. 당을 갈면 흙이 바슬바슬해져, 바람이 불면 바람에 날리고 비가 오면 비에 쓸려 가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경작지의 겉흙이 사라져 밀을 재배할 수 없습니다. 그 대책이 갈지 않는 재배였습니다. 갈지 않는 흙은 비나 바람에도 강하여 겉흙이 무사합니다. 처음에는 갈지 않는 흙이 해마다 단단해져 밀을 수확할 수 없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반대로 흙이 부드러워져 떼알구조가 되면서 비옥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그래서 그 원인을 규명하니, 바로 글로말린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농업은 점차 갈지 않는 재배라는 농법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계의 곡물 수출국들이 이 농법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논은 갈지 않습니다. 벼의 뿌리는 이듬해 3월 하순까지 살아남습니다. 이 뿌리는 진균과 같은 구조를 가진 근균미생물이 번식하여 흙을 비옥하게 하며 맛있는 쌀을 생산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갈지 않는 논으로 바꾼 지 3년이 지나면 2배가 되고, 15년이 지나면 3배가 된다고 합니다.

 

 

흙에는 토양삼상이라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흙은 40퍼센트의 고체, 30퍼센트의 기체, 30퍼센트의 액체가 이상적이라 하여, 농가에서는 유기물과 토양개량제를 넣어서 이상적인 흙을 만들려고 거듭 노력합니다. 또한 두엄을 넣으면 이 이상적인 삼상에 가까워집니다. 유기물은 틈을 만들어 공기가 들어오게 해 줍니다. 또 유기물은 보수력이 뛰어나 액체를 머금도록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유기물은 이윽고 박테리아에 분해되고 무기화되어 사라집니다. 이것이 해마다 두엄을 넣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면에 라이트 박사의 글로말린은 균근균의 배설물이 토양입자를 끈끈하게 달라붙도록 하여 떼알구조를 만든다는 발견입니다. 이 발견으로 200년이나 내려온 정설, 곧 부식설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틀림없이 토양비료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권위가 실추될 테니까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갈지 않는 재배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당분간 계속 저항하겠지만, 세계의 추세에는 이길 수 없겠죠.

 

 

주변의 산을 이용하여 낙엽으로 두엄을 만들고 유기농버으로 농약을 치지 않는 채소를 생산하는 농원을 만들면, 논의 벼농사와 함께 새로운 운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채소 농사도 탄소순환 농법을 도입하여 농약 없이 재배하는 겁니다. 탄소순환 농법이란 산의 자연 순환 구조를 밭에 도입한 농법입니다. 산에서는 해마다 낙엽과 마른 가지가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땅거죽이 유기물로 덮여 보호되어 있습니다.

 

두메산골의 마을에는 풀과 낙엽이 무한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산의 순환을 그대로 재현하는 겁니다. 근처에 버섯을 재배하고 나오는 버섯배지가 있다면, 이미 이런 재배는 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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