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아버지 생각』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이 되어 읽은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들이치는 따뜻한 색감,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 그리고 무심한 듯 깊게 다가오는 그림 속 표정 하나하나가 어릴 적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엄마가 없을때 곤로를 방안에 들여와 끓여주신 된장찌개의 맛”, “미끼도 없이 그물로만 물고기를 잡던 아버지의 마술”, “제사상 앞에서 조심스레 놓여진 커피 한 잔” 같은 장면들은 짧은 문장 안에 깊은 정서와 세월을 압축해 담아낸다.
죽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환상처럼 떠오르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그 기억들은 현실 같기도, 꿈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죽음을 말하는 방식’이 참 섬세하고 다정하다.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되지만,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아버지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동화라는 특성상 전체 내용을 다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짧고 조용하게 다가오는 책이지만, 몇몇 장면은 직접 봐야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공개된 몇 장의 삽화만으로는 이 그림책이 가진 다층적인 감정을 모두 전하기 어렵다.
이 책은 초등교사인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걸까? 궁금해진다.
아동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오히려 성인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책.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한 권. 그런 이유로 『아버지 생각』은 책장에 오래 두고 싶은 그림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