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전이수.전우태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책을 꽤나 빨리 읽는 편이다. 웬만큼 두꺼운 책도 집중하면 후다닥 읽어버린다. 이 책도 평소 읽던대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의 중반부로 갈 수록 나는 책을 최대한 천천히 읽고 싶어졌다. 작가님이 표현한 말이 무슨 의미일까 계속 곱씹으며 읽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읽는 데에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이 책의 작가 전이수 군은 2008년생 12살 남자아이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 작가를 접한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 프로그램에 나온 작가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영재'가 쓴 책은 어떤 책일까 라는 작은 궁금증을 품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는 '영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영재란 특정 분야에 재능이 뛰어난 것인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로는 작가는 영재보단 아티스트 쪽에 더 가까웠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준다.

나는 작가가 이러한 순수하고 맑은 생각으로 자랄 수 있던 것은 그의 부모님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내용은 책의 '우리 엄마는요' 부분에서 알 수 있다.

엄마는 우리의 연결선이에요. 우리가 커서 엄마를 떠난다고 해도 엄마의 행동과 말과 모습이 모두 내 안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을 거예요. 언제나 엄마를 기억할 거예요.

p.76

책의 내용을 보면 작가의 어머니는 어쩔 때는 친구처럼, 어쩔 때는 조력자처럼 또 어쩔 때는 정말 어머니처럼, 이렇게 수가지 역할로 아이들과 함께한다. 아이들의 생각을 항상 존중하고 만약 그들의 의견을 들어줄 수 없을 때는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작가와 동생들은 이러한 어머니를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며 즐거운 가정을 만들어 나간다. 나도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이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나이가 어느정도 차면 어른스럽게 행동해야한다고 배운다. 그리고 자기멋대로 행동하거나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볼 때 흔히 '철이 없다, 철이 들지 못했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렇게 철이 없는 상태로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어른스러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과연 단지 철이 없다고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른스러워지는 순간, 세상에 물들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 많아진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싸워서 마음이 엄청 불편할 텐데, 그 불편함이 다른 사람에게는 구경거리이고 재미가 된다면 우리는 다른 모든 아픈 일들에 관해서도 이렇게 구경만 하게 되는 사람들로 차는 세상이 될까 봐 조금 무서워졌다.

p.120

여기에서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분명 '어른'이다. '어른'이기에 이해관계에 얽매여서 살 것이고, 아마 싸움도 그래서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오히려 '아이'인 작가는 이 싸움이 난 상황에 대해 걱정한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단지 시끄러운 일, 또는 구경거리인 것을 아이의 시선에서는 세상에 대한 걱정으로 보였다. 이처럼, '어른스러움', '어른'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의 재미는 그림을 보는 것이었다. 미술관에 걸린 그림처럼 엄청나게 화려한 그림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빠져들어 계속 그림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이상하게도 작가의 그림들을 보고나면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책에 있는 우태생각도 흥미로웠다. 작가보다 어린 동생이 생각하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내가 이 책을 오랜 시간을 투자하며 읽은 이유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나의 머릿 속을 복잡하게 하기보다 맑게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나 자신이 맑아진 기분이었다. 마치 작가가 있는 제주도의 바람을 맞은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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