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기로 했다
앤드루 포스소펠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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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에서부터 보이는 그의 팻말.

Walking To Listen

그렇다. 이 책의 저자 앤드루 포스소펠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그의 집 뒤편에 있는 철길부터 시작하여 걷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그는 무작정 걸었고,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 스물세 살로 돌아간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사실 그가 던진 이 질문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금 내 나이, 스물 셋이기도 하고, 나 또한 그처럼 대학 졸업이 가까워 오지만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어른의 삶'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나 자신이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그와 비슷한 사람인 것 같았고,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가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들이 마치 내가 질문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질문을 던질 때, 마치 내가 질문을 하는 것 같이 느꼈듯, 사람들이 대답하는 것도 마치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와 사람들의 대화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가 만난 한 할아버지는 ‘네가 어디에 있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재미없으면 그냥 나와버려. 제기랄, 하고 그냥 나오려무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앤드류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이에 감탄했다고 하였다. 나도 그렇다. 사실 나는 이와 같은 생각을 한번도 안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내가 힘들고 재미없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만하고 싶다, 나가버리고 싶다 생각하지만, 주변에 조언을 구할 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세상이 다 그렇다', '그건 힘든 것도 아니다'라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을 만난 그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물론 이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는 힘들겠지만 그냥 이런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나를 투영시켜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약간 그에게 미안했는데, 나는 그처럼 힘든 고행길을 걷지 않고, 그 덕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또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의 호의이다. 걷기를 처음 시작할 때 그도 사람들에 대한 어느정도의 의심을 가졌다. 그가 처음 만난 사람들은 라틴계 남자 넷이었다. 그는 그들을 처음보며 속으로 지닌 칼과, 싸울 준비까지 하고 있었지만 그들 중 하나는 그에게 텐트에서 비를 피하게 하는 호의를 베풀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으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과 호의를 받았다.

책 중간에 그의 그의 친구 톨리가 사흘동안 그의 도보 여행에 합류하는 내용이 나온다. 톨리가 떠나기 전 마지막날 그들은 다이어부부의 호의로 그들의 집에서 쉬게 되는데, 그는 그의 친구가 낯선 이들이 베푸는 친절을 경험함에 짜릿해한다. 이처럼 그는 몇 달 동안 혼자 걸으면서 낯선 이들이 친절을 베푸는 것에 대해 감사해하고, 나 또한 이 부분에서 세상에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앤드루 포스소펠의 책이지만,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디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책 한권을 읽으며 수십명의 사람들의 인생을 보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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