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 종교인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후기를 쓰기 전 나는 무교이고, 최대한 종교를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임을 밝힌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않은 사람으로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다.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는 종교인들은 죽음 앞에서 의연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는 어찌보면 종교의 선기능이 아닐까 생각했다.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한다. 만약 종교를 통해 이에 대해 의연해지고 당당해질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종교가 충분히 그 사람에게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나의 생각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케이트 보울러.

그녀는 번영신학을 연구하는 신학자이다. 만 35세에 결장암 4기 암 진단을 받았고 투병을 하면서 그녀가 신학자로서 느낀 것들과 생각한 것들을 그대로 이 책에 써내려갔다.

번영신학이란 재정적, 물질적 풍성함이 항상 하느님의 뜻이고, 신앙이 그들의 부를 증가시킨다고 믿는 반성경적 신앙이다. 사람들이 신앙이라는 것을 가지면 하나님은 부를 주신다는 일종의 give and take 관계를 이념으로 삼는다.

이 책은 이러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 직접 아파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쓴 책이다.

 

'풍성하다'가 '재산이 많다'는 의미일 필요가 없고, '온전하다'가 '나았다'는 의미일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

p.37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나의 이목을 끈 문장이었다. 어찌보면 번영신학의 이념과는 맞지 않은 말일 수도 있다. 번영신학에서 물질적 풍성함은 즉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풍성함은 보통 재정적 풍성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만약 위의 구절처럼 의미가 바뀐다면, 우리는 모두 온전하고 풍성한 사람이다.

어떤 목사는 땅에 매장하고 있는 소년을 부활시키겠다며 장례식을 중단한다. 병원에 입원 중인 한 여성은 자신의 병명을 듣고는 하나님이 자신을 고치실 거라 믿기에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들이 절망적인 심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점점 쇠약해진다. 어느 유명한 치유자는 궤양이 생긴 다리를 자기 믿음을 시험하는 척도로 사용하다 사망한다.

p.92-93

이 구절이 나에게 죽음 앞에서의 의연함이 결코 종교의 선기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회의를 심어준 문장이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빨리 죽는다. 우리는 몸의 어딘가가 아픔으로써 우리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고 치료를 한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 몸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병이 커져 죽어버린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이와 마찬가지의 개념인 것 같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아니 죽음이 두렵더라도 신앙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본인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들의 아픔에도 의연할 것이다. 위의 구절처럼 궤양이 생긴 다리를 믿음으로 치료한다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생명을 경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본인의 신앙을 지나치게 믿는 나머지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이는 어떤 종교에서든지 죄악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p.201

이 책의 제목.

사건의 원인을 찾는 일.

책 제목을 보고 작가는 자신이 아픈 것까지도 본인에게서 원인을 찾으며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언제든 모든 일의 의미를 찾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말은 작가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로 꼽은 말이다. 정말 사람이 죽어가는데 무슨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겠는가?

-침묵-

p.206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해주면 좋은 말.

사실 우리가 정말 힘든 사람을 보면 무슨 말을 해줘야 좋을지 모르는 게 대부분이다.

이럴 때 말을 생각해내서 하게되면 오히려 해가된다.

그냥 침묵하며, 옆에 있어주고, 같이 웃고 울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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