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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가벼운 고통 + 성경 필사 노트 (욥기) 세트 - 전2권 - 까닭 없는 고통의 이유를 찾는 욥기 속 차가운 랩소디 ㅣ 성경 속 인문학 시리즈 1
옥성호 지음 / 글의온도 / 2021년 6월
평점 :
<아, 이런 신이었구나.
내가 정말 신을 몰랐구나.
나는 신에게 이런 존재였구나.>
라며 신에 대한 모든 기대와 관심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딴게 신이라니.>
옥성호, #너무도_가벼운_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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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를 읽으면 항상 느끼는 것은, 욥의 울분과 미칠것만 같은 심정입니다. 욥기에 등장하는 신을 자유롭게 표현해도 된다 한다면, 저는 감히, 쓰레기라고 할 것입니다.
제가 성경에서 쓰레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다윗입니다. 그가 쓰레기인 이유는 충성스런 부하의 아내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불륜을 속이기 위해 부하를 죽였기 때문입니다.
욥기에 등장하는 신은 다윗과 다를까요? 제 눈에는 똑같습니다. 천상 회의에서 욥을 자랑하자, 사탄이 "과연 그럴까요?"라며 도발합니다. 이 도발에 응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누구의 자존심을 위한 걸까요? 그 도발에 응하며 욥의 "모든 것을 빼앗은" 존재가 신입니다.
게다가 욥은, 욥기 전체에 걸쳐서 자신의 생애를 반추하며, 친구들과 논쟁하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를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신은 욥에게 "입닥쳐"를 시전합니다. 이런 신이 쓰레기가 아니라면 도대체 뭘까요?
욥기는 신정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쓰레기 같은 신과, 그것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욥이 마지막에 만난 신을 보고 회개한다? 이건 말이 안됩니다. 왜냐하면 "나는 무죄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하고 질문하는 욥에게 "입닥쳐"와 다를 바 없는 말을 한 신에게, 욥은 과연 무엇을 회개할까요?
마지막에 욥이 받은 복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그게 복일까요? 140년을 살면서, 내 곁에 있는 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 복일까요? 먼저 사라진 자녀들처럼, 새로 생긴 자녀들 역시 사라지는 꼴을 봐야 하는 욥에게, 과연 그게 복이었을까요? 복이 아니라면, 쓰레기 같은 신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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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뽑아봤습니다.
1. 축복/저주(배레크)에 대한 해석
2. 중보자(가엘)에 대한 해석
3. 욥의 신앙
4. 26, 27장에 욥과 친구들의 말이 섞여 있다는 점
5. 엘리후 삽입에 대한 관점
6. 의처증 남편 예화
7. 하나님이 나타난 이유
8. 40장과 42장에 담긴 욥이 한 말의 의미
9. 친구를 위한 번제의 이유
10. 욥의 140년 수명은 축복인가, 축복을 가장한 저주인가
11. 욥의 변화와 침묵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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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 저도 똑같이 생각했기에 술술 읽혔습니다. 그러나 제가 OO 교단의 목사였기에 감히라고 생각하며 회피했던 부분까지, 참 디테일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그리고 개연성있게 끝까지 풀어냈던 것이야말로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신자들에겐 신성모독과 같은 책이며, 만약 욥기를 이렇게 이해했다면, 성경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