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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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른들은 처음에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그것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헌사를 고칩니다. // 그가 작은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내가 좋아하는 책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른들 모두 어린시절이 있었지만 대부분 그 시절의 말랑말랑한 감성과 시선을 잊어버렸다. 어쩌면 어른들의 문법이 지배하는 세상에 길들여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드물게 소년/소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을 만날 때면 부러워진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그림책 한 권의 힘>(이현아, 카시오페아, 2020)을 통해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씨앗(잠재력, 자신만의 이야기)을 발견하고 싹을 틔어낸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소통하며 자기 표현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이 저자라는 통로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존재로 성장’하길 바랐다. 이렇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귀한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책 구절 구절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고민했던 저자의 마음이 전해져 여러 번 뜸을 들이며 읽게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어른을 단 한 사람이라도 만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삶의 의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나갈 힘을 얻는다.”(p.123) 아이들에게 저자는 ‘단 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내면에 있는 힘을 일깨워 주었고, 이 아이들은 성장해 어른이 되어서도 ‘삶의 의미’를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와 그림책을 읽고 소통하고 교감하며, 아이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이야기를 풀언낸 결과물들을 보면 ‘정말 아이들이 만들어낸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생각의 깊이와 서사가 있어 감탄을 터트린 적이 많았다. ‘어른’과 ‘아이’. 아이들이 세상 경험과 지식이 어른보다 적을 수 있지만, 한 명의 존중 받아야할 존재이다. 내가 은연중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어른’의 위치에서 ‘아이’를 통제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오만함은 어디서 왔던 것일까.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저자가 “우리 교실에서만큼은 세 번째 사람의 목소리(어린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첫 장에서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그림책과 시를 좋아한다던 저자는 아이들 만큼이나 감성이 풍부하다. ‘열어젖힌 창문으로 와락 봄이 달려드는 날’, ‘나뭇잎에 맺혀 있던 빗물이 주르륵 아래로 쏟아진 것처럼 시원’ 등 일상을 섬세하게 볼 수 있는 감성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씨앗을 톡톡 터치해 줄 수 있었구나 탄성이 나온다.
이 책에는 그림책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차고 넘치게 담겨져 있지만, 교사로서 아이들과 공명하며 울림의 통로가 되어주는 저자의 모습이 더 감명 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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